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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지리산 빗기재계곡과 개선골을 다녀와서.....

by 청산전치옥 2009. 5. 4.

지리산 빗기재계곡과 개선골을 다녀와서.

 

-청산의 바람흔적-

 

 

-일시: 2009.4.29

-어디를: 내령마을-빗기재계곡-영원봉-개선골

-함께한 사람: 산구화. 이중위. 지다람. 토목. 바다. .

 

 

 와운카페에서 천왕과 반야를 바라보며

 

빠르게 지나치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푸른 세상을 바라 본다.

기지개를 켜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초록의 싱그러움이 코를 자극하고

섬진을 건널 때 마음은 이미 지리산에 가 있었다.

그 마음 따라 숨가쁘게 달려왔건만

웬 낯선 문지기가 지리 山門(산문)을 지키며 차를 세우는 바람에 좋았던 기분이 사라진다.

낼 모레면 초파일인데 적선하듯 내 버릴까 하는 내 마음과 함께한 이들은 달랐다.

 

 

 만수천에서

 

 

잠시 울컥했던 마음을 진정 시키기 위해 차창을 내리면서 산뜻한 지리내음을 맡기로 한다.

연록색의 푸른 빛깔이 눈에 들어 왔다.

고도를 올릴수록 이젤 위의 하얀 도화지에 초록 물감을 칠하다 만 것처럼 되고 말았다.

아직도 고도 높은 이곳은 봄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이내 고도를 내려 달궁가에 왔을 때 수줍게 반겨주는 수달래의 웃음에 오늘 산행을 짐작 캐 한다.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반갑게 맞아주는 두 산 친구의 환영을 받으며 산행이 시작된다.

 

 

 빗기재계곡에서

 

지난번 빡센산행 후 이번 산행은 널널한 산행을 하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산행대장인 지다람이 오늘 산행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이어졌고

빗기재 마을로 향하는 출렁다리는 굳게 잠겨있어 계곡을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빗기재마을에서

 

산행 후 40여분을 오르니 빗기재마을에 닿는다.

이곳까지 길은 잘 발달되어 있었고 주변의 높이 쌓아있는 축대의 모습과

대나무 숲과 그 사이로 수 많은 감나무가 아직도 건재한 것으로 봐도 산중마을치고

상당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았을 것만 같았다.

누구의 말과 같이 그들이 할 일없이 그 기나긴 날에 축대를 쌓지 않았을 것이다.

지형을 반듯하게 유지하고 그 곳에 농사를 짓기 위해 쌓여진 축대를 보면서

그 옛날 민초들의 애환을 엿 보면서 한참 후에 자리를 뜬다.

 

 

 함께한 사람들과 영원봉의 '바다'

 

산행 후 3시간이 되어서 그 말 많던 삼정산능선에 있는 낯익은 안부에 닿는다.

말 그대로 누군가 이정표 아래에 빗기재 라고 써 놨다.

원재 횡재(비끼재)인가 아니면 영원사 사거리’……

능선에 올라서니 날씨는 이른 초여름을 방불 캐 한다.

땅에서 올라오는 지혈은 금방 나의 어깨를 적셔오며 심한 호흡의 숨결이 거칠어 진다.

그러나 또 다시 펼쳐지는 장엄한 지리산의 파노라마에 넋을 잃고 만다.

 

 

 

 영원봉에서 토목의 모습

 

한참 동안 영원봉 삼각점에서 조망을 만끽한다.

이미 고도 900이하는 푸른 색감으로 물들어 있고 그 이상의 고도는 아직도 봄을 기다리고 있다.

마침 회색 빛과 푸르름의 보색 대비가 구별되는 忙中閑(망중한)의 여유를 즐긴다.

산은 언제든지 우리들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서 좋다.

우리는 이곳에서 스트레스를 날리며 심신을 안정시키면서 삶의 재충전으로 내일을 기약한다.

 

 

 

 

이곳 적당한 곳에서 점심상을 펼치려다가 너무 더워

천년송능선 끝자락인 암봉 사이 최적의 위치에 상을 차렸다.

말 그대로 우리는 이곳을 와운카페 라 칭했다.

동부팀이 항상 그랬듯이 펼쳐지는 점심상은 유규무언이로다.

바다 가 준비한 압력밥솥의 밥 맛은 오늘의 최고의 진미였다고 한마디만 해 주고 싶다.

이곳 천길 낭떠러지의 멋진 조망을 보니 그 옛날의 모습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그 때 지리산을 2번째 왔던 기억으로 생각 된다.

자신의 산행 스타일을 몰라 무조건 앞만 보고 가는 사람들을 좆아 따라 나섰던 길

그것도 남자도 아닌 여자 뒤를 따르면서……

그 능선을 오르면서 왜 사람들이 오지 않지 하면서도 무작정 강행 했던 그 여 산꾼.

오늘의 이 코스를 오르면서 , 정말 좋다. 언제 한번 올 기회가 있을까 하고 했던 곳

그 날 우리의 산행 코스는 와운북능과 목통골 산행 이었는데

어찌 이 천년송능선을 따라 왜 영원사까지 내려갔는지. 다시 고도를 올려 도솔암

그리고 삼정산 능선을 거쳐 연하천과 토끼봉 그리고 화개재에서 목통골로 내렸던 기억 ㅋㅋ

정말 그 날 디지는 줄 알았다.

그 때 이제 다시 지리산에 오지 말아야지 했던 기억들이……

 

 

 

나 보다 더 많은 추억거리를 갖고 있을 산 친구들이겠지만……

또 다시 우리네 일상의 살아가는 이야기로 끝을 낼 줄 모른다.

어느 누가 그랬다.

지리산행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얼마나 머물렀는가 가 중요하다고

잠시 우리들은 이 자리를 비워야 하겠지만

바람이 머문 이곳 와운카페 전망대는 우리들이 두고 온 웃음소리가 여전히 맴돌고 있을 것이다.

또 다시 짙은 실록이 우거지는 이 다음, 山情(산정)을 느끼고 싶을 때

사랑하는 산 친구들과 오늘과 같은 진한 커피를 잔을 들고 싶다 하면서 그 자리를 뜬다.

 

 

 고도 1000근처 전망대에서 서북능선을 바라보며

 

잠시 조금 전에 올랐던 능선 길을 내려 서다가 좌측의 희미한 개선골 들머리로 몸을 던진다.

한동안 길은 없었지만 계곡이 만난 시점부터 옆으로 난 길과 고로쇠 길을 따라 나서면서

말로만 듣던 그 개선마을에 닿는다.

생각했던 것 보다 터는 상당히 넓어 보인 이곳을 홀로 지키는 누렁이도 지쳤다는 듯

아니면 얼마나 짖어댔기에 잔뜩 목이 쇠어 있었다.

돌아가신 양할머니를 대신에 홀로 계신다는 아드님과의 만남도 이루지 못하고

지다람의 지난 시절 할머니의 훈훈한 인심의 이야기만 들으면서 오늘 산행을 마감 합니다.

 

 

  

함께 해 주신 여러분 수고 하셨습니다.

다음 지리산문이 열리는 날 의신 골짜기에서 만납시다……

 

2009.4.29

청산 전 치 옥 씀.

 

 

 

-청산의 바람흔적

 

08:25 내령마을(산행시작)

08:50 빗기재계곡(고도 440)

09:10~09:25 빗기재 아랫마을(540)

09:40~10:00 빗기재 윗마을(600 근처)

11:30~11:40 영원사 사거리(1085)

12:15~12:30 영원봉(1289.5)

12:35~14:30 와운산상카페에서 점심(1270)

14:50 개선골 들머리(1215)

15:10~15:30 고도 1000 전망대에서

16:15~16:35 개선마을(605)

16:55 산행종료(철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