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09년 어린이날
-어디를: 지리산 큰새개골
-누구와: 산구화. 원시인. 이중위. 코아. 서북능선. 토목. 나.
언제부터 우리들은 산에만 들어오면 어린이가 됩니다.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철들기가 아직도 한참인 모양이지요. 그러나 누가 알아주겠는가? 아직도 우리들 마음은 어린 아이들이라는 것을…… “나이는 먹어도 아직도 마음은 이팔청춘이다” 라는 말이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우리는 어린이가 되기로 하면서 산행을 합니다.
큰새개골의 녹음은 이렇게 짙어지고......
흔히들 봄의 계절을 청춘에 비유 하지요. 누가 인생에서 청춘을 봄이라 했는가, 우리네 인생 하루 하루 그 자체가 봄인 것을.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잃어버린 봄을 찾아 산으로 왔는지 모릅니다. 그 누가 인정해 주지 않지만 우리들 스스로가 자신을 인정하면서……
산구화의 수박과 대성폭포의 코끼리 바위
의신에서 산구화님이 수박 한 덩어리를 차에서 내려놓는다. “누가 갖고 올라가라” 누구 갖고 갈 사람이 없다. 서부기보고 갖고 가라 하는데 이젠 서부기도 내 말이 먹히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달래고 달래서 수박은 토목이 챙긴다.
대성마을과 큰새개골 들머리에서
대성마을에 도착하여 계곡 한 켠에서 잠시 머물다 갑니다. 이윽고 큰새개골 들머리에서 원시인님이 오리 훈재를 내 놓는다. 한잔씩 돌리고 다시 넣으려는 시인 아우에게 “그거 먹고 갑시다” 하면서 그곳에서 벌써부터 50분을 죽치고 앉아 있으니. 보통이 아닌 꾼 혼자 비박짐을 메고 올라 온다. 잠시 이야기를 주고 받고 나를 먼저 알아보고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중용”이다. ‘이 친구와 함께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달라붙네……’
대성폭포 주변의 또 다른 모습들.......
계곡을 무조건 치고 올랐다. 대성폭포에 닿는 시간이 벌써 점심에 가까웠다. 이곳에서 점심상을 펼치는데…… 촌닭 3마리에 돼지 주물럭에 수박. 그리고 죽까지 쑤어먹고 후식까지 먹으니 이곳에서 3시간 10분을 소비 해 버렸다. 이제 먹거리가 다 떨어지니 함께한 “중용”님은 세석을 향해 떠 났다.
우리도 영신대까지 가기는 걸렀다. 그냥 이곳에서 코끼리 바위 옆 능선을 잡아 올랐다. 우리 목적은 칠선봉을 찍고 능선으로 하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주변에 갖은 나물과 두릅이 우리의 발길을 부여 잡는다. 그러다가 1405 능선에서 주 능선을 바라보니 황당하기만 하다. 왼쪽 계곡을 건너야만이 칠선봉 능선을 갈 수 있었다. 시간을 벌써
한참을 돌다가 내려온 대성폭포 좌측 지계곡 상부에서
그 계곡을 따라 무작정 내려가면서 낭떠러지는 곳에서 결국 360도 회전을 하는 바람에 바지를 날려 버리고 장딴지 주변에 생채기를 내고 만다. 아뿔싸. 한참을 내려 와 보니 대성폭포 그 아래 바로 좌골이네 이런 황당한 일도 있네 하면서 모두가 깔깔대고 웃는다. 우리도 내심 그 쪽 어디로 내려 설 거라 것쯤은 예상은 했었지만……. 마침 계곡에 닿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천둥번개를 치면서 소나기가 쏟아진다. 이 번개와 소나기는 대성마을 내려 올 때까지 계속 내려치고 있었다. 얼마나 빨리 내려 왔는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우리는 이렇게 산행을 할 때면 또 억척스럽고 우직스럽게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동부팀은 그렇게 아무나 지리산 어디에 가더라도 홀로 일어 설 수 있는 산꾼들이다 해는 이미지고 어둠이 깔렸던 대성마을을 부지런히 내려 오면서 산행을 마친다.
-산행을 마치면서
그 푸르렀던 마음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 때 그 모습으로 돌아 갈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일지라도 정녕, 나이 먹어 청춘의 봄을 살 수 없다고 한탄할게 아니라 지금, 희망의 끈을 부여잡으며 남은 인생의 보람을 찾아 오늘 여기 큰 어린이처럼 봄을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 계절을 아름답게 가꾸는 봄의 열정에서, 삶에 충실한 우리 산 친구들의 모습에서 나도 마음의 봄을 찾고 싶다.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또, 봄날도가겠지만 내가 가는 날, 그때에 내 마음의 봄도 함께 떠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청산 전 치 옥 씀.
우리의 흔적들.
-일정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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