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봉의 봄맞이
-일시:
-어디를: 청학사-성제봉-신선대-입석리 최참판댁
-누구와: 나 홀로
바람의 시샘에도 섬진의 봄은 어김없이 옵니다.
우리들에게 분명 희망과 설렘의 움을 틔우면서
"두려워 마라. 어려운 현재의 삶에서 용기를 내라"고
다가온 봄이 속삭입니다.
죽은 줄만 알고 쏟아버린 화분의 흙 속에서
손톱만한 싹이 올라오고,
겨우내 숨죽여 있었던 생강나무에서도 분명
살아 숨쉬는 생명의 싹과 희망이 움트고 있었습니다.
오늘 모처럼 지리산 자락을 거닐면서
생명의 소리를 듣습니다.
그 소리에서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에서 가슴 뭉클한
삶의 희망을 노래하고 돌아 왔습니다.
정말 모처럼 오랜만에 한 산행이었다.
아마 지리산을 알고 난 뒤 이렇게 멀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동안 자신의 흐트러진 삶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의 산행이고
나를 뒤 돌아 보는 또 다른 산행이었다.
불편한 노모를 모시고 '삶과 죽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참 살아가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질 데
우리가 아무리 천수를 누린다 하여도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천수를 누린다는 건 하늘이 준 선물일 거다.
그러나 한시라도 돌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삶이 과연 사람다운 삶이던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으며,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닌 비극이요 한 맺힌 운명이라고 해야 할지......
섬진강가에서 불어주는 상큼한 봄 향기가 이곳 성제봉까지 전해온다.
그 봄 향기를 맡으며 철 계단에 앉았다.
강가의 하~얀 모래빛이 황사에 혼입되어 희뿌연 모습으로 다가왔고
봄을 낚는 강태공의 모습들을 억지로 그려본다만
눈은 벌써 악양 벌판 부부소나무를 바라 본다.
자~ 이제 내려서자.
삶에 지친 고달픔이 깨끗이 씻겨지는 듯 가벼운 마음 되어 성제봉을 떠나자.
내 마음속에 새 봄맞이를 하듯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짚어 보면서......
무심무념(無心無念)의 상태에서 검불 같은 노구(老軀)도 운신하기가 귀찮고
힘겨워서 많은 날을 방안에서만 지내신다.
정체된 삶과 닫혀 버린 시간 속에서 아무런 의미도 느끼지 못한 채 나날을 보내고 계신다.
내일은 또 어머님 곁에라도 다녀와야겠다.
청산의 바람흔적은 성제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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