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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未踏(미답)코스인 서북능선을 따라서

by 청산전치옥 2009. 2. 1.
未踏(미답)코스인 서북능선을 따라서
 
 

 

-산행 한 날: 2009.01.29

 

-어디를: 고기리-고리봉-정령치-고기리

 

-함께한 사람들: 지리산 산 친구들

 

 

 

 

‘자연에 굴욕은 비겁함이 아니라, 현실에 순응하는 용감한 사람이다’ 라며

 

산행을 접었던 세걸산 동릉 산행을 교훈 삼아 못다한 그 산행을 위해 모였다.

 

그런데 오늘 산행을 해야 하는지를 놓고 어제 저녁부터 핸폰을 들고 야단 범석을 떤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오전부터 상당한 많은 량의 비를 내린다는 예보다.

 

일단 가 보기로 하고 어제 늦게 산행을 마친 친구들도 있고 하여 늦은 8 출발한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추적 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시 핸폰을 들고 고기리로 모이기로 한 산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댄다.

 

산친구 모두가 그래도 끝까지 가는 거야 하면서 고기리에 10 다 되어 모였다.

 

 

 

 

작년 12월 초 산동장 가는 길 에서부터

 

지금까지 왜 이렇게 서북능선을 집착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우리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이기도 하거니와

 

겨울이면 눈이 많이 내리는 이유가 이유라면 분명할 것이다.

 

원래 산행 코스는 전번에 실패한 코스 세걸산 동릉으로 내려서다가

 

고도 700~800에서 상부운 마을로 들어와 능선을 올라오는 원점회귀산행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우겨서 고리봉 산행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사실 고리봉에서 떨어지는 대간 길을 거닐어 보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그럴만한 이유는 분명 있었다.

 

 

 

 

설마. 비가 오겠어 하면서 고리봉을 향한 대간길에 오른다.

 

松林(송림) 숲에서 내뿜는 피톤치드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었고

 

고도를 올릴수록 하얀 눈을 밟은 기분이 마침 산책 나온 기분이다.

 

갑자기 조망이 보이는 북 사면의 산 너울을 바라본다.

 

비가 온다던 날씨는 하늘색만 까만 색으로 멍들어 있을 뿐

 

그 아래로 펼쳐지는 조망은 一望無際(일망무제)로다.

 

 

 

 

2시간 만에 고리봉 정상에 섰다.

 

우리 앞에 버티고 서 있는 반야봉과 멀리 있는 천왕은 왜 이렇게 가까이 보이는지

 

동쪽 천왕이 능선의 파도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서쪽 반야봉에 걸 터 앉더니

 

이내 노고단거쳐 만목대의 서러움을 가슴에 지우고 이곳 고리봉에 내 닿는다.

 

 

 

 

눈을 돌려 산 너울로 춤추는 무등산 산그리메를 찾더니 저 멀리 아스라히 펼쳐지는

 

덕유 평전에서 눈은 멈추고 이제 북동쪽의 바래봉 능선 따라 잡기를 해 보았다.

 

금방이라도 우리의 손 안으로 들어 올 것만 같았다.

 

해마다 5월이면 바래봉 산자락에서 우리에게 불 쇼를 보여주었지.

 

요염하게 피어있는 철쭉꽃이 한 겨울에 피어있는 양 우리를 유혹하는 것 같았다.

 

사방 팔방 둘러 펴지는 너울 속에 한동안 내 갈 길을 잃고 말았다.

 

, 산이 그렇지. 항상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다음 코스는 어디야

 

점심 먹고 얘기 해줄께

 

말 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듯 누구 하나 더 이상 묻지도 않았다.

 

아마 이들은 만복대를 거치고 다름재에서 선유폭포로 내려오는 코스로 짐작했을 거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아니올시다 ㅋㅋ

 

어느 누구도 다녀가지 않았을 눈길인 마애불상과 개령암지를 다녀올 요량에 스패츠를 채운다.

 

내 맨 처음 비박지가 이곳이었고 그 때 이른 새벽 빗소리에 호들 감을 떨던 일……

 

스패츠를 채워놓으니 마침 어린아이들마냥 심술이 작동되는 모양이다.

 

그 주변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면서 폭설에 자신의 발자국을 그리며 한참을 노닐다가

 

개령암지를 빠져 나오고

 

아무도 없는 정령치 휴게소를 독차지 하며 늦은 점심상을 폈다.

 

 

 

  

오늘의 메뉴가 기대대는 점심상이었다.

 

오늘의 특별 메뉴는 산구화님의 꿩 만두국이다.

 

구수한 국물 맛에 얼어있는 마음도 녹아 내리듯 자극적이지 않고 쫄깃하고 담백한 맛과

 

개운한 맛이 지금도 내 혀끝에 굴러와 있는 것 같았다(다음에 또 가져 와 ㅋㅋ)

 

그래, 우리가 내려가야 할 코스는 말하겠다 는 말에

 

됐습니다. 알고 있어요

 

그래, 말해 보시지……

 

어때, 여러분들이 아마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코스 정령치에서 고기리까지 아스팔트 눈길이다

 

예상 밖의 제안이었는지 모르지만 모두가 긍정의 눈빛이었다.

 

아마 이런 아스팔트 눈 길을 걸어보는 것도 또 다른 묘미일 것이다.

 

눈 길이기 때문에……

 

 

  

한동안 충전을 시키고 다시 일어선 것이 오후 2.

 

아직도 잔뜩 찌푸린 날씨이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조망은 여전히 트여 있었고

 

 

 

 눈 길을 내려오면서

 

우리는 현실이란 거추장스러운 옷을 활활 벗어버리고 때묻지 않은 동심으로 돌아간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어도 우리의 여린 감정은 무뎌지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산 친구간의 세월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정상에서의 느낀 여유처럼 우리의 가슴에도 와 닿는다.

 

내 안에 앙금이 고여있던 속세의 찌꺼기가 막힌 하수구 터지듯 씻겨져 내리는 기분처럼

 

마음은 텅 빈 洞空(동공)으로 남는다.

 

원래 우리 인간들의 참 모습인지 모른다.

 

그래서 산을 통해 나를 되찾는다.

 

이게 바로 산이 내게 베풀어 준 지혜이고 삶이다.

 

 

-청산의 바람흔적을 따라서-

 

 

2009.1.31

 

청산 전 치 옥 씀

 http://blog.daum.net/jeon8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