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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난,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뱀사골)

by 청산전치옥 2009. 6. 25.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행 일시: 2009.6.22

-어디를: 뱀사골-이끼폭포-삼도봉-성삼재

-누구와: 나 홀로

 

 

 

후두둑 후두둑 나뭇잎을 두드리는 빗방울소리가 요란스럽다.

이곳 뱀사골의 성난 물결은 분노의 폭포를 일으킨다.

마치 자연에 순응하지 않은 우리 인간들의 욕심을 집어 삼키려는 듯……

 

자손만대 영원히 물려줘야 할 이곳 지리산에 케이블카 만들고

칠선 가는 길에 댐을 만들면 과연 우리들은 이제 지리산을 버리려는가?

귀중한 문화재의 산실인 실상사는 어디로 갈 것이며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물론이거니와 주변 환경의 오염은 더 이상 어떻게 방치 하려는지?

 

 

이 댐 물을 부산시민의 식수로 사용한다면 그들은 과연 안전하다며

더 이상 생수를 사 먹지 않고 이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제발,

자신들의 욕심과 아집을 버리고 자연 그대로 후손에 물려줬으며 하는데……

 

우리들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에 케이블카와 댐 건설을 더 이상 원치 않습니다.

 

2009. 6.22.

지리산 뱀사골에서……

 

 

 

 

  

집에서 나올 때부터 비는 내리고 있었다.

일기예보만 믿고 산행을 하게 된 나는 곧 비가 그치겠지 하면서……

그래서 내가 생각해둔 코스를 머리에 담으며 새벽기차를 탔다.

스스로 문명의 이기를 버리는 고전적인 산행을 시도해 보기 위함이다.

아직도 기차요금은 싼 편인데 남원에서 뱀사골까지 버스비가 의외이다. 4600원이라니

하기야 요즘 내가 버스를 타 본지가 언제이며 기름값이 얼마인데.

그런데도 그 넓은 버스에는 나 혼자 전세를 냈으니......

 

 

 

 

배낭 메고 우산 쓰고 다니는 내 모습이 우습던지.

남원의 택시 기사도 한마디, 식당 주인도 한마디씩 거든다.

뱀사골에서 우산을 접고 본격적인 산행채비를 위해 판초우의로 단도리를 하였지만

산행한지 1시간도 못되어 등산화는 장화로 변해버렸고 비와 땀이 범벅이 되어 버렸다.

호의주의보가 내렸다는 일기예보를 택시기사님에게로 전해 들었지만

이곳까지 와서는 그냥 되돌아 갈 수는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고도를 올릴수록 내가 생각했던 코스,

이끼폭포 찍고 얼음골 우골과 산태골을 거쳐 의신으로 향하는 내 의지는 무너지고 말았다.

오늘을 위해서 그 푸른 이끼를 담겠다고 삼각대까지 준비를 했건만……

 

 

 

  

한시도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쏟아지는 빗줄기는 커다란 물줄기를 만들고 분노의 폭포는

자연에 순응하지 못한 인간들을 책망하려는 듯 우리를 향해 가슴을 친다.

비운의 시련 속에서도 지리산은 그렇게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려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말없이 흘러가도록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

 

 

 

자연은 그냥 자연상태 그대로이어야 한다.

아무리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해도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자연인 것을

인간은 그걸 알면서도 편리와 이익을 위해 자손만대 물려줄 지리산에 삽질을 하려 한다니.

창조의 능력을 가진 생물은 인간밖에 없듯이

인류가 생존하려면 현재의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한다사실을 알아줬으며……

, 이렇게 가슴으로 되 내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뱀사골을 걷는다.

 

 

                                               

아쉽게도  날씨 때문에 장노출을 못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어 혹시나 하여 이끼폭포를 들르기로 하였다.

어렵게 찾은 이끼폭포는 계곡의 수량은 적당한 듯 하였으나 본류의 거센 물줄기와

그칠 줄 모르는 소나기로 인하여 쉽게 카메라 앵글을 들이댈 수가 없었다.

적당한 화각도 나오지 않아 그냥 우산을 받쳐들고 아쉬움에 그 자리에서 몇 컷을 담고 간다.

정말 아쉬운 순간이었다.

 

 

 

  

뱀사골 주변 지계곡들이 실핏줄이 터진 것 마냥 물줄기가 요란스럽다.

지금 산장은 없어지고 탐방 지원 센터로 변모된 곳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

먹을 것이라고는 빵3개와 참외가 전부다.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그래도 먹을 것들을 챙겼을 텐데

이제 앞으로 주중에는 홀로 산행을 해야 한다. 언제나 함께하는 토목이도 떠났기에……

 

 

  

젖은 옷과 양말을 쥐어짜고 배낭을 다시 추 수리고 일어난 시간이 벌써1 넘었다.

잠시 후 화개재에서 조망을 즐기고 550 공포의 계단에서 거침 숨을 몰아 쉰다.

비 게인 오후의 조망은 정말 환상 그 자체이다.

이 맛에 비가 와도 지리를 찾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찌 그들이 우리들의 이 참 맛을 알겠는가?

 

 

 

 

쉬엄 쉬엄 산행을 하는데도 능선에 사람들이 없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아침에 호우주의보로 입산통제를 했다는 것을 성삼재에 닿아서 알았다.

오늘 처음으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돼지령에서였다.

나는 오늘 혼자 산행 하면서 수 많은 단어들을 토해내면서 많은 대화를 했다.

그러면서 화두로 내 놓고 싶은 말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그냥 그대로 놔 둬라라는 말밖에……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009.6.22

지리산 뱀사골에서 -청산 전 치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