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열어 본 명선봉 조망. -일시: -누구와: 다람님과. -어디를: 지리산 명선봉.
며칠 전에 서울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모처럼 함께하는 일요일에 산행
하자는 제의를 받고 며칠간의 마음은 부푼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한 산행이라면 언제나
그랬듯이 코스선택의 부담과 지리의 모든 것들을 세세하게 들을
수 있다는 이점과 또한 산행 스타일이 나와 비슷하다는 점에
있어서 항상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몇 개의 코스를 던져주고 나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어디를 갈까 하고 망설였으나 결국은
내가 가 보지 않은 곳을 선택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명선봉의 조망은 이렇습니다>
엊저녁 남편의 산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었던지 어느새 식탁 위에는 보온도시락과 반찬이 올려져
있었고 냉장고에는 약간의 과일이 꾸려져 있었습니다. 어제는 아내와 얘기 중에 “한 달에
서너 번만 지리에 가라”는 말에 그러겠다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합니다.
<오늘의 날씨> 새벽에 도착해 있을 역 대합실에서
의자에 기댄 채 시간을 보내는
다람님과 마주 합니다. 그 역시도 대단한 지리의 mania 이지만 아마 웬만한 정성과
열정이 아니고서야 어디 서울에서
지리까지 한 달에 3~4번을 올 수 있겠는가 싶습니다. 그렇게 10여 년을 넘게 해오고 있으니……
<산행 시작 전 빗점골 합수부에서>
음정마을에도 날이
밝았습니다. 그러나 주위로 드리워진 안개 속에서
오늘 조망은 보지 못할 것 같은 여운이 감돕니다. 산행하면서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날씨가 너무 포근하기 때문에
마침 초봄의 비 오는 날을 연상 시킵니다. 잠시 후 이현상 최후 격전지를 지나 칩니다. 그리고는 주변 상황설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빗점골 계곡 합수부로 향합니다. 행여 놓칠세라 왼골 산태골 명선봉능선 절골 형제봉능선 등등을 적어 넣습니다.
<잠시 드러난 하늘을 보고>
작년에 절골을 향하여 내려 오던
이현상 아지트 옆으로 명선봉능선이 빼꼼히 들여다 보입니다. 그때 왜 내 눈에 보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갑자기 고도를 치고 오르는 능선은
아마도 명선봉까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주위의 산세와 어우러진 비경들은 이미 안개 속으로 숨겨져 있어 어떠한 상황설명이
좀처럼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요즈음 따스한
기온으로 고도 1200이하의
산자락의 쌓인 눈이 녹아 흘러
내리고 있는 것 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앞만
보고 걸으니 산행속도가 빠르다는 것과 그에 비례하여 자신의 호흡은 가빠지고 있다 것 입니다.
<의신마을의 구름바다>
1270고지 전망바위에서 어렵사리 운무의 바다가 펼쳐진 의신마을 주위로 한 컷을 합니다만 맘에 들지
않습니다. 고도를 높이면 혹시 좋아질까 하는 마음에 희망을 걸어
보지만 우리의 기대는 허물어지고 맙니다. 이제는 모든 조망을 마음의 문을 열고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 열어 본 명신봉 조망입니다>
<마음의 창문을 통해서 본 조망> 산행 후 3시간 못미쳐 명신봉에 올랐습니다. 주변에는 이제 막 상고대가 여물기
시작 합니다. 어두운 조망에서 마음의 창문을 열고
천왕을 바라 봅니다. 촛대봉과 남부능선을 그리며 발
아래의 의신마을에 눈이 멈춥니다. 분명 보이는 것 같은 모습이지만
보이지 않아 자신을 의심 해 보면서 우측으로 드러난 반야를 생각하면서
아쉬운 조망을 마칩니다. 주변에 다져진 하얀 눈들은 기온
상승으로 이따금씩 허리춤까지 차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으며 이따금씩 싸락눈을 뿌려대기 시작 합니다.
<연하천 가는 길과 연하천의 눈사람>
<연하천에서> 오늘 산행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것
같은 예감에 연하천에 들르기로 합니다. 연하천 주변에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한 쌍의 눈사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몇몇 산
객들이 시간의 흐름을 죽치고 이야기를 늘어 놓은 사람과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들리지도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분명
천왕에서의 기쁨은 그냥 지나치지 않으리라 싶습니다.
<총각샘 들머리 우측에 있는 불안한 암봉과 토끼봉 가는 길에서>
<총각샘을 찾아> 제법 흩날리는 싸락눈을 맞아가며
연하천을 벗어 납니다. 시간이 흐르면 주변의 상고대도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안고 갑니다. 이 능선을 몇 번이고 가 봤지만
정작 총각샘을 찾지 못했으니 오늘은 꼭 총각샘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능선에서 철 계단을 내려
서면서 우측에 비박터가 있고
좌측으로 곧 쓰러질듯한 암 봉이 버티고 있으며 그 옆으로 수 년을
버티어 온 고목이 넘어져 있는 곳 앞에 총각샘이 있습니다. 확인해 보기 위해 그곳으로 갈까 하다가
많이 쌓인 눈 때문에 눈팅만 하고 나섭니다.
<토끼봉 주변>
<토끼봉에서> 행여 구름이 걷힐까 생각
하였습니다만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이제
눈이라도 내렸으며 하는 마음입니다. 어느 아늑한 위치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나섭니다. 토끼봉에서도 아직 피지 못한
상고대를 바라봅니다. 마치 무엇을 잃어버린 것 마냥
주변을 살피면서 어슬렁거립니다. 그러다가 칠불사 코스로 내려 서면서
적당한 위치의 이정표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음식물 사이로 떨어지는 싸락눈과 함께한 점심은
또 하나의 나의 산행에 추억이 될 겁니다.
<토끼봉 가는 길에서>
<토끼봉능선> 잠시 후 내리막에서 좌측능선으로
올라 따라 내려 갑니다. 이곳이
우리가 내당재(안당재)로 내려가야 할 능선상에서 토끼봉 능선의 들머리입니다. 이곳까지 다행스럽게 스패츠를 하지 않고 왔는데 결국 여기에서 스패츠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흔적이 없으나 길의 윤곽은
뚜렷합니다. 비가 내렸다가 싸락눈으로 변했다가
하는 사이 산죽과 잡목 사이에 잔뜩 물먹은 나무를 건드리는
과정에서 땀과 빗물로 젖어오기 시작 합니다. 능선을 따라 한참 내려 오다가 이상한 괴음 소리에 멧돼지가 아닌가 생각 했는데 결국
멧돼지 떼들과 마주 합니다. 그들도 놀래지 않기 위해 자리에서
한참 있다가 그들이 비켜가기를 기다립니다. 엄마돼지와 새끼돼지 포함하여 5마리가 우리를 의식하고서 뛰기 시작 합니다.
<묘지 사거리 아래는 아직도 가을인가/내당재 계곡> 한 시간을 내려 왔을까 고도
1045 능선 안부에서 남쪽 방향(우측방향)으로 턴 하여 약간의 산죽 숲을 헤치면서 7분쯤 능선을 타고 가다가 좌측 길에서 고도
1025에서 825까지 곧바로 고도를 낮추기 시작 합니다. 불과
20여 분 만에 고도를 낮추므로 상당한 급경사 입니다. 이윽고 묘지 4거리에 닿습니다. 이곳이 내당재 입니다. 이제는 싸락눈이 본격적인 비가
되어 내리기 시작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음정마을를 향하여
내려서는데 이곳이 마치 가을 풍경 같은 코스를 연상 시킵니다.
<봄을 제촉 합니다>
<계곡에서> 조금전에 지나온 곳이 왜 내당재인가 궁금합니다. 다람님께서 설명 해 주신 내용대로 당재마을이 연곡사 주변인데 이곳이 그 뒤쪽이라 내당재(?)인가. 잠시 후 계곡을 향하여 내리옵니다. 주변에 축대가 쌓여있는 모습과
구덩이 속의 숯덩이의 흔적들이 언제 이곳에서 사람이 기거 했을
흔적이 발견됩니다. 이윽고 두릅나무 재배 지를 지나
오늘의 종점인 계곡에 닿습니다. 주변 폭포에서는 하얀 얼음 송이가
녹아 흘러 내리고 있으며 마치 봄을 시샘하는 양 파란 이끼를
품은 계곡의 물줄기는 요란스럽기만 합니다. 비록 오늘 조망이 트이지 않아 아쉬운 산행 이었지만 다람님과 함께하는 산행에서
또 다른 무엇을 얻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로 산행기를
마칩니다. 청 산 전 치 옥 씀.
<일정정리>
** 다음은 지리99에서 당재에 관한 꼭대님이 정리한 내용입니다. **지리산에 [당재]가 두 군데 있다
보니 혼돈이 되는 것 같습니다.
|
'智異山 戀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날을 생각하며(천년송능선) (0) | 2006.02.24 |
---|---|
촛대봉에서 일출을!! (0) | 2006.02.10 |
어떨 결에 선택한 하봉 산행기. (0) | 2006.01.16 |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고...... (0) | 2006.01.12 |
반야의겨울하늘 (0) | 2005.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