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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그날을 생각하며(천년송능선)

by 청산전치옥 2006. 2. 24.
그날을 생각하며(천년송능선)

-언제: 2006.02.22.

-누구와: 여수순천 명산산악회원과.

-어디를: 삼정산~영원재~천년송능선~싸래골.





<천년송 능선 적송군락지인 암봉에서>


[2003. 6. 8]

“아저씨, 여기 산행 제일 잘하는 사람이 누굽니까”

“저~기 앞에 가시는 여자분이요”

뒤따라 가면서도 설마 여자분이 하면서 나는 농담인줄 알았습니다.

서로가 말을 하지 않고 한참을 가서야

“지리산은 많이 다니셨습니까”

“아녀요. 그냥 산이 좋아서 다니고 있습니다”






<천년송인 할머니 소나무와 할아버지 소나무를>


녹음이 우거진 혹독한 여름이었습니다.

산악회 차량을 따라 지리산 뱀사골로 들어왔습니다.

그때 코스는 와운능선~명선봉~화개재~목통마을이었죠.

제가 산을 좋아 한지가 불과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였으니까.

그때 아마 지리산은 태어나서 정확히 4번째였습니다.

앞만 보고 내 딛는 걸음걸이가 보통이 아니란 걸 직감으로 느꼈습니다.

나도 남자인데 오기가 발동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와운마을까지 왔습니다.

우리와 뒤 따라오는 사람과의 거리는 시야에서 멀어지고 말았죠.

무조건 천년송 나무계단으로 올라갑니다.

계속 뒤 따라 올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부터 길은 없어지기 시작합니다.





<삼정산에서 영원사 가는 전망바위에서>


태초에 지리산 나의 알바는 이때부터 입니다.

왔다리 갔다리 반복하면서 어렵게 지금의 적송군락지인 암봉에 닿습니다.

그리고 능선을 따라 우측으로 가면 쉽게 연하천에 닿을 수 있으련만

좌측 길을 택해 영원사까지 내려 갔습니다(그때는 우측 길을 보지 못했는데

그 이유를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아마 능선과 만나는 Y 지점인

연하천쪽이 경사의 내리막 길이라 그때 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올라오는 등산객들에게 물어 목통마을로 가야 한다니 놀랩니다.

그렇지만 어렵게 들머리를 찾아 도솔암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다시 영원능선에 닿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었지만……

오후 5시30분 목통마을까지 내려가야 하는 우리들은 거의 뛰다시피

하여 명선봉과 토끼봉 그리고 화개재를 걸쳐 목통마을에 18:00에

도착하였습니다. 10시30분에 산행을 시작하였으니 무려 7시간 30분에

마쳤으니 아마 이 기록은 좀처럼 깨지지 않으리라 싶다.





<함께한 권순창님과/영원사 갈림 길에서>


<산행의 동기>

그 뒤로 영원재와 도솔암 등등은 몇 번씩 다녀봤지만

그래도 천년송 능선은 아직 그런 추억의 모습으로 간직 해 오다가

이번 기회에 다시 그날의 모습을 찾고 싶어 쉽게 결정 합니다.

그리고 며칠전 꼭대님이 올려주신 미답의 코스인 싸래골이 은근히

나를 유혹하고 있었으니




<영원능선의 삼각점에서>




<싸래골의 흔적:축대의 흔적이 많음>


새벽부터 내리는 비는 나의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어제 오늘 쉬는 날인데도 산행을 못했으니 오늘은 죽어도 산행을

해야겠다고 아내에게 말을 합니다. 죽어도 산행을 해야겠다는 데 어찌

말릴 수가 있겠는지요.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으니……

다행히 비는 많이 올 것 같지 않다는 일기예보 입니다.

산악회 버스에 올라타니 역시 의외로 산님들은 많지 않습니다.

안내 산악회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하고 나 홀로 산행코스를 변경

하기로 하고 산악대장님께 시간 안에 도착하기로 약속을 드립니다.

나의 산행 코스가 끌렸던지 은근히 나를 따라 오겠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인원을 통솔하기에는 저 역시 자신이 없었습니다.





<북두재 오름 길에서 천년송을>


<산행시작>

양정에 10시45분에 도착합니다.

주위로 온통 구름이 가려 시야가 확보가 되지 않습니다.

축축한 길 바닥은 눈비가 내렸는지 이따금씩 눈 자국이 있습니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한참 오릅니다.

영원사와 상무주암으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뒤를 돌아 봅니다.

그냥 치고 올라가고 있는데 어떤 젊은이(이름은 나중에 알게 됨:권순창)가 나를 따라

오고 있습니다. 잘도 따라 옵니다.

속도를 늦추기도 하고 증가 시키기도 하는데 잘도 따라 옵니다.

상무주암에 거의 다 와서 내가 한마디 합니다.

“오늘 저와 함께 산행 하시겠습니까”

“예. 좋습니다”

그 역시도 이제 지리산에 대해서 알기 시작하는 신출내기 랍니다.

그리고 나의 지리산 이야기는 산행 내내 이어 집니다.







<상무주암 가는길과 상무주암의 노스님은 출타중>


<상무주암에서>

산행 후 1시간 못 미처 상무주암에 닿습니다.

‘상무주’란 부처님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머무름이 없는 자리’라는 뜻으로 지리산

영원사의 末寺(말사)입니다. 해발 1200m의 상무주암은 고려시대

보조국사가 창건한 절로써 이곳에서 문수암까지는 30여분이 소요됩니다.

노 스님은 아마도 출타 중인 모양입니다.

사립문이래야 작대기 두 개로 연결해 놓은 모양이 마치 내 어렸을 때

시골에서 본 돌담 길의 사립문을 연상 캐 합니다.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며

안개에 가린 천왕을 바라보며 이곳을 떠납니다.



<삼정산 정상에서>




<영원사 가는 길>




<영원사 가는 길 전망바위에서>


<이런 일도 있습니다>

사실 오늘 산악회 산행코스는 삼정산~영원재~반선입니다.

그런데 삼정산 정상에서 나이 드신 어르신께서 영원재를 갈려면 자기를

따라 오라고 하면서 실상사 방향으로 가자고 우기십니다.

제가 지형도를 보여주면서 말씀 드리지만 도저히 먹혀 들지 않습니다.

당신이 지리산을 30년 다녔다면서……

목소리 큰 사람이 장땡입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 권순창님과 함께 내려 오면서 올라 오는 산행대장께

영원재를 가시려면 이 길로 내려오라고 당부를 합니다.







<적송 군락지에서>


<영원재에서>

영원사 갈림길에서 혹시 몰라 일행을 기다리기로 합니다.

잠시 후에 한 분이 내려오고 한참을 기다려도 오는 사람은 없어

표식기를 놔 두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산죽과

싸움은 또 하나의 시련이다. 더욱이 산죽 사이로 내려 앉은 눈을 헤치면서

오르는 산행은 나의 옷 소매를 타고 들어 옵니다.

능선을 타고 오르지만 짙은 안개와 운무로 인하여 시야를 확보 할 수

없었지만 ‘나 돌아 갈 곳’ 의 표식기를 발견 합니다. 아마도 또 다른

영원사 길로 향하는 곳일까 생각 해 봅니다.

“꼭대님 나는 어디로 돌아 가야 합니까”



<영원사 갈림길에서 함께한 산님>







<천년송능선>

한 시간 못 미처 삼각점에 닿습니다.

이제 그 날의 추억을 더듬으며 천년송능선 길을 내려 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 벨이 울립니다.

산악대장으로부터 울려대는 전화인데 일행 모두가 실상사로 잘못 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결국 모두가 그 쪽으로 내려가고 있단다.

잠시 후 적송구간인 암봉에 닿습니다.

날씨만 받쳐준다면 이쪽의 조망은 一望無際(일망무제)일 텐데.

그렇지만 우리는 이곳의 조망을 마음으로 그리며 주위의 풍경을

디카에 담습니다. 이윽고 능선 길은 희미하게 이어지더니 마침내

꼭대님과 광속단 표식기에 안심을 합니다. 그러다가 1100고지를 지나서는

이어진 표식기가 없어 능선을 놓치지 않고 감으로 방향을 찾아 내려 옵니다.

3년 전에도 이곳을 지나 올 때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하면서……

그러나 능선 길은 그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1000고지 들어 와서는 이제 제법 포근한 송림 길도 나타납니다.



<봄은 이제 머지 않았습니다>




<고집이 상당하시더군요:오늘 덕분에 실상사로 가셨죠>

<조망이 더 어지럽군요:날씨만 좋앗다면 천왕을 볼텐데>


<싸래골을 향하여>

이번에는 한번의 알바 없이 천년송까지 내려 왔습니다.

이제 며칠 전에 다녀 온 꼭대님의 산행기를 펼쳐 냅니다.

한 계단 두 계단 나무계단을 내려 오면서 들머리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사랑 합니다’’나 돌아 갈 곳’의 두 개의 표식기가

서로 먼저 길을 안내라도 하겠다는 듯이 나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단번에 싸래골 고개(북두재능선)에 닿습니다. 우측능선으로 이어

영원서능을 밟고 싶은 충동을 억제 하면서 싸래골을 향해 내려 갑니다.

가끔씩 산죽으로 뒤 덮여 있지만 뚜렷한 임우식님의 표식기가 지천으로

널려있어 길 잃어버릴 염려는 절대 없을 것 같습니다.

주위로 축대의 흔적과 감나무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옛날 화전민 내지는

주민들이 살았을 법 한 느낌이 옵니다. 잠시 반듯하게 쭉쭉 뻗은 송림

숲을 지나면 오늘의 산행을 마치는 신호인 것 같습니다.





<송림 숲이 나오는것을 보니 오늘 산행이 끝나려나 봅니다>




<겨울은 이렇게 멀어집니다>


<산행을 마치면서>


언제부터 마음에 두고 있는 복수의 산행을 하게 되어 기쁩니다.

더군다나 며칠 전에 꼭대님을 통해 알게 된 싸래골의 산길을 덤으로 얻은

행운이 함께 했기에 짧은 산행이었지만 너무도 만족한 산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나와 같이 함께하신 두 분께서 산행하면서 말했듯이 그들도

정말 보람된 산행을 했다는 말에 내 스스로도 위안이 됩니다.

그렇지만 끝까지 함께하지 못하고 실상사로 빠진 그들에게도 이 글을

읽으시고 앞으로의 산행에 있어서 자성의 산행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산행기를 마칩니다.

그리고 차량고장으로 인하여 수고 해주신 김병순 기사님과 산악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림니다.회원 여러분 다음에 또 산행 기회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