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2006.01.05(신년산행) 어디를:수곡골의 양진암 누구와:나 홀로 ![]() 한해 동안 대지를 감싸던 태양은 일출과 일몰의 반복을 거듭 하더니 결국 시간의 강물 속에서 오늘에 와 있습니다. 모두가 그 자리 그 모습 그대로인데 공연히 사람들의 마음만 요란스럽게 하던 엊그제 乙酉年(을유년) 섣달 그믐날을 바라보면서 시간의 강물 속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스스로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 ![]() ![]() 丙戌年(병술년) 새해도 벌써 5일이 흘렀습니다. 돌이켜 보면 20~30代 시간의 흐름이 지독하게 더딘 줄만 알았던 그 시절은 언제까지나 지리멸렬한 청춘의 시간이 지속되리라는 시간의 착각 속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나이를 한 두 살 덧붙여 말하던 기억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면서 인생의 일이 만만치 않음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을 40代 이후의 자신의 삶은 시간의 속도를 실감 하면서 지름길로 다가서는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 ![]() 신년 첫 산행은 지리에서 해 보자고 맘먹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가 내 마음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小寒(소한)추위가 대단하다’ ‘올 겨울 가장 추운 날씨가 예상된다’ 는 등등 신년산행을 다음으로 미룰까 싶기도 하였으나 ‘남부능선을 타고 가는 산행이라 춥지는 않다’ 는 위안의 말을 아내에게 남기며 집밖을 나섭니다. 춥기는 추운 날씨가 분명합니다. 섬진강 다압마을 앞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봅니다. 얼어붙은 강가의 나룻배는 주인 잃은 망아지 마냥 소한의 아침을 혼자 부둥켜 안고 있는 모습이 悽然(처연)하기까지 합니다. ![]() ![]() <산행시작> 8시35분에 국사암 아랫마을인 목압마을에 주차를 시킵니다. 들 머리를 쌍계사로 할까도 하였지만 굳이 국사암을 선택한 이유는 한번도 들르지 않았다는 이유와 생각보다 古刹(고찰)이라는 점 때문이다. 사납게 짖어대는 犬公(견공)을 멀리하고 국사암을 향하여 오르던 오른쪽 雙溪蓮池(쌍계연지)에는 연꽃을 일부러 재배하는 듯 하였으며 그 주위의 팔각정 쉼터에 닿는다. 이윽고 진감대사가 심었다는 사방으로 뻗은 네 가지로 된 거목인 사천왕수가 나를 반기며 처마 밑에 달려있는 풍경소리가 산사의 고요함을 일깨운다. 어느 스님 한 분이라도 뵈었으며 하는 마음에 헛기침을 해댑니다. 그러나 이내 반응은 없어 사진 몇 컷 찍고 발길을 돌립니다. ![]() ![]() ![]() <나의 傲氣(오기)> 사실 이곳을 올 때 지형도 한번 제대로 보고 오지 않았습니다. 뻔한 길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약간의 오르막이 시작되는 송림지역 돌탑 사이로 확연한 흔적의 길이 나의 눈에 들어옵니다. 결국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 길을 따라 들어 어디로 가는지 확인을 하고서야 뒤 돌아 오면서 어디로 향하는 걸까(산행 후 국사암능선이라는 재길님의 답변) 언제 한번쯤 선택해야 할 코스입니다. ![]() ![]() ![]() ![]() <최치원의 이상향을 쫓아> 잠시 후 국사암 삼거리까지 송림 숲을 지나 최치원이 학을 타고 놀았다는 환학대를 지나 불일휴게소에 닿습니다. 널따란 불일평전에 아담한 집과 잘 가꿔진 산중정원의 모습이 여유롭고 한가로웠지만 찾아주는 이 없어 쓸쓸하기만 하다. 불일폭포가 다가오자 최치원이 다녔다는 이상향의 운치가 가슴에 밀려오는 듯 합니다. 과연 지리산의 청학동은 존재하는가? 불일폭포 가는 길에서 보조국사 지눌이 수도 했다는 불일암에 올라본다. 양 송림 사이로 바라 보이는 옥천대의 모습과 저 멀리 백운산의 자태가 자못 여유롭구나. 지리산 유일의 자연적으로 이뤄진 거 폭의 불일폭포는 결국 동장군의 겨울 앞에 자신의 위용을 뽐내지 못한 아쉬움이 컸던지 수줍어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 ![]() <상불재에서> 지리산 10경중 하나인 불일폭포를 뒤로하고 상불재를 향합니다. 북사면의 오름 길이라 아직도 녹지 않은 눈과 얼음이 엉켜 여간 미끄럽지 않습니다. 아이젠을 할까도 생각 했지만 그래도 견딜 만 하였습니다. 사거리인 이정표 위치인 상불재에 올랐습니다. 이곳이 상불재라고 하기에는 정말 조심스럽습니다. 그만큼 논란이 많은 곳이 되다 보니…… ![]() ![]() 이제부터 남부능선의 산행길이 열려있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잘 정돈된 산죽길이 여유로웠고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샷터를 눌러댑니다. 헬기장에 들어 와서야 천왕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잠시 후 쇠통바위를 지나 송정굴 못 미쳐 남사면에서 배고픔을 해결하려고 배낭 속의 먹을 것들을 펼쳐 놓습니다. 그래봐야 먹을 것이라고는 고구마 몇 개와 떡 그리고 과일이 전부 입니다. 홀로 산행시에는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하는 나의 식단입니다 ![]() ![]() ![]() <삼신봉에서> 내삼신봉에서 조망도 조망이려니와 언제나 이곳에 오면 확 트인 조망 앞에 압도된 자신이 위축되는 곳입니다. 날씨가 추울수록 시야는 더욱더 뚜렷하게 보이는 겨울산행이 오늘은 소한의 날씨만큼이나 시야가 확보되어 좋습니다. 그래도 못난 인물사진 하나 천왕을 배경으로 박아 봅니다. 그리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 아내로 향한 그리움을 날립니다. 그래도 걱정은 되는가 싶습니다. 들려오는 목소리 “엄청 춥지요……” ![]() ![]() ![]() <비운의 수곡골> 오늘산행의 하이라이트는 수곡골의 양진암 산행입니다. 언제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대성마을에서 수곡골의 들머리를 확실히 알지 못해 남부능선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거림골과 대성골 사람들이 자주 넘나들었던 생활의 통로였고 1952년 1월 대성골 빨치산 토벌작전 당시 빨치산들이 순백의 눈밭 위에 선연한 핏자국을 남기며 거림골로 달아났던 비극의 탈주로로 기억되는 수골골인가. ![]() ![]() 남부능선상에서 수곡골의 들머리는 박단샘에서 4~5분 오른 후 좌측으로 나 있습니다. 잠시 200m쯤 산죽 숲을 헤치고 들어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우측의 계곡으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코스가 내가 가야 할 수곡골이다. 그곳에서 직진하면 남부능선상 전망바위에서 바라 본 2개의 암봉으로 연결된 단천지능 코스입니다. 내리막 5분여를 내려가면 드디어 계곡과 맞닿습니다.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은 며칠 전에 다녀간 산사나이님의 발자국으로 추정됩니다. 군데 군데 걸려진 표식기의 색상이 그것을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겨울이라 모두가 쌓인 눈에 뒤덮여있어 계곡의 비경을 알 수는 없었지만 가끔씩 돌출된 푸른 이끼가 심산의 계곡임을 증명이라도 한 것 같습니다. ![]() ![]() ![]() <양진암에서> 계곡 옆에 서 있는 양진암은 800여 고지에 있었습니다. 옛날 시골에서 흔히 봐왔던 빨간 함석지붕에 아담한 모습이었으며 토담에 놓여 잘 짜여진 나무 편상은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이고 계곡에서 끌어올린 물줄기의 호스가 얼어 붙어 있는 모습이며 마당 한 켠에 세워진 호롱등불이 이 심산 수곡골을 비쳐주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쓸쓸함을 느끼게 합니다. 양진암의 뒤 배경에는 남부능선에서 흘러 내린 지능선이 마치 양진암을 손아귀에 감싸 안은 듯 병풍을 치고 있었습니다. ![]() ![]() ![]() <대성마을에서> 여름의 시원스런 분위기는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위용을 지키려는 의지는 있어서인지 얼음 뒤에 숨어서 날이 풀리는 그날을 기다리는 수곡폭포를 지나 잠시 후 대성마을이 보이고 나서야 ‘아~ 대성마을에서 들머리가 이곳이구나’ 하고 느낌이 옵니다. 항상 이곳을 올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요즈음에 이곳 지리자락 고즈넉한 산골마을의 정취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사방이 온통 둘러싸인 협곡 속에서 여름이면 운치 있게 돌아가는 물레방아의 여유로움이 있어 좋고 갑갑한 산중의 의식 보다는 아늑함으로 항상 다가왔던 곳이다. 어차피 지금 내려가도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을 이곳에서 보내고 싶었습니다. 장작을 패고 있는 아저씨 곁으로 다가가 담소를 나누며 나의 少身때 하던 행동으로 도끼질을 해댑니다만…… 원대성마을의 유래와 이곳의 후박나무 수림에 대한 역사를 잠시 주어 담으며 대성마을을 떠납니다. ![]() ![]() <에필로그> 지금 이 시간에도 세월은 강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그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 없듯이 흐르는 세월 또한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인생 삶의 기쁨을 과연 누가 가져다 주겠습니까? 스스로 자신이 만들고 가꾸는 기쁨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 달으며 내 삶의 뜨락을 아름답게 가꾸고 싶은 작은 나의 소망입니다. 2006. 01.09. 청 산 전 치 옥 씀. ![]() <일정정리> 08:35 산행시작(목압마을) 08:50~09:00 국사암. 09:05~09:25 국사암 뒤 능선 길에서. 09:30 국사암 삼거리(250) 국사암0.2/불일폭포2.0/쌍계사0.4 09:50 불일휴게소(야영장) 10:00~10:35 불일폭포 & 불일암 11:20~11:30 상불재(불일폭포3.0/삼신봉4.1/삼성궁2.3) 12:40~13:10 송정굴에서 점심. 13:20~13:15 내삼신봉에서 13:45~14:00 삼신봉(1284)청학동2.4/쌍계사8.9/세석7.5 14:50 박단샘(1175)세석4.8/청학동5.2 15:25~15:40 양진암(785) 16:00 수곡폭포 16:10 대성마을(445)의신2.5 16:40 산행종료(의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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