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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반야의겨울하늘

by 청산전치옥 2005. 12. 26.


반야의 겨울하늘


언제:05-12-20

누구와:나 홀로

어디를:반야봉






<반야의 겨울하늘>


<산행에 앞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이제는 새로운 진실게임으로 들어갔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어 이제는 진실게임이 되어

신문지상을 요란스럽게 독차지 하고 있다.



국회는 또 어떤가?

사학법 개정이니 반대니

이쪽 말을 들으면 이쪽이 옳은 것 같고

저쪽 말을 들으면 저쪽이 옳은 것 같으니

결국

그 동안 얼마나 사학 재단의 비리가 심했길래

개방형 이사 제를 채택하고 재단관계자가 학교장 겸임을

금지하는 규정까지 만들겠는가?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오늘도 묵묵히

자기의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합니다.






<반야를 오르면서>

‘지리산에 눈이 많이 왔다는데……’

행여 다칠세라.

말끝을 흘리는 아내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현관문을 나섭니다.

새벽공기치고는 의외로 포근하였으며 밤하늘의 별들은

새벽이라는 시간의 쫓김 속에서 서서히 밀려가고 있었습니다.

구례구역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는 기차를 바라보며

피아골로 향하는 썰렁한 새벽 버스 속에서도.



나는 홀로 이 어둠을 거둬가고 있는가

조심스럽게 자신에게 물어 봅니다.




<노루목에서 조망>


<돼지령 가는 길에서>

<산행시작>

겨울산행은 언제나 거부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달궈지지 않은 육체가 열을 내는 과정에서의 거부감

그러나 그것은 10여분도 안되어 싸늘한 바깥공기에 적응되면서

달라지듯이 마라토너에게도 그런 거부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들도 처음 10여분의 시간이 고난의 길이며

그 뒤의 연속은 희열을 느끼며 달리는 인생의 주자라고 합니다.

진정한 맛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해를 못할 일이겠지만……






<얼음속의 계곡과 피아골의 아침 하늘>

얼음 아래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반야의 여명을 받아 힘차게 용솟음 치고

유난히도 파란 하늘은 아스라히 멀게만 느껴지며

불타오르는 듯 피어 오르는 하늘금의 주홍빛 여명아래

하루를 시작하는 고요한 피아골의 아침에

나는 겨울 서정을 안고

휴식을 찾아 마음을 정리하는 지리의 산행 길에 오릅니다.

조금 전에 후회가 또 다른 후회를 낳고 금새

얼굴은 기쁜 희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름 길에서 조망:왕시루봉과 백운산>

계곡 주위의 얼음 꽃과 사각거리는 눈

채 떨어지지 못해 겨울을 나고 있는 마지막 단풍은

자신의 몸보다 무거운 겨울을 안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고

사철 푸른 침엽수의 기상은 절개의 굳은 의지를 나타내고

앙증맞게 웃음 지며 노래하는 아침 겨울새가

피아골의 겨울 아침을 털고 있습니다.






<피아골 산장과 주능선 오름길을 오르면서>

<만남>

‘아니 온 듯 다녀 가소서’

‘추억은 가슴에, 쓰레기는 배낭에……’

행여 함 선생님께 방해가 될까 하여 조심스럽게 주변을

서성입니다. 아마 어느 분과 열심히 전화 하시는 말씀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아니 온 듯 다녀 간다는 게

그만 사각거리는 청음소리에 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누구시오”

“예 반야봉에 갑니다” 하고 묻지도 않은 대답을 합니다.

지리산을 처음 알았을 때 함 선생님이신지도 모르고 겁도 없이

용수골 들 머리를 물었을 때의 당혹감에서의 대답인지도 모릅니다.

“함 선생님 건강은 어떠신지요”

“저를 아시요”

“어찌 감히 선생님을 모른다 하겠습니까” 하시니

추운데 쉬었다 가라는 말씀에 거역할 수가 없었습니다.

손수 커피를 내 주시면서 선생님의 지리산 이야기와

우리인생의 삶의 가치와 존재 그리고 자연예찬이 이어집니다.

인생공부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도리가

아닌가 싶어 부끄럽지만 약간의 과일과 빵을 내놓습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귀할 텐데 하면서 아쉬워해 봅니다.

45여분의 만남에 선생님이 말씀 하셨듯이 인생은 세월을 속일 수

없다는 자명한 진리 속에 부디 건강하시라는 말씀을 남깁니다.






<눈길과 왕시루봉 뒤로 펼쳐지는 산그리메>

걸쳐 입었던 옷들을 하나 둘씩 벗어냅니다.

마치

누에가 허물을 벗어내듯이……

남사면의 태양빛을 등에 업고 오르는 산행은

이른 춘삼월의 날씨마냥 포근하기까지 합니다.

섬진강 건너 광양 백운산과 더 멀리는 광양만의 조망이

시야에 들어 오지만 잠시 주 능선에 오르면 펼쳐진

산그리메가 그리워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임걸령에서 조망>

이윽고

현격한 온도 차가 드러난 피아골 삼거리에 와서

벗어 던진 옷들을 챙겨 입습니다.

잘 다듬어진 능선의 산행 길은 마냥 여유로웠으며

자신의 발자국이 신기한 어린아이처럼 눈밭을 걸어 봅니다.

임걸령 샘터에서 시원한 물 한 모금을 입에 넣고 사면에

펼쳐진 조망을 즐깁니다.

남부능선의 일부와 왕시루봉능선 그리고 피아골

저 멀리로 펼쳐진 광양 백운산과 섬진강

더 멀리는 광양만이 춤을 춘다.


<괴목과 반야봉:노루목 오름길에서>


<노루목에서 고리봉을 줌으로>


<노루목에서 조망>

노루목의 조망을 뒤로하고 반야로 향합니다.

이곳부터는 후자를 위하여 직접 러쎌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허벅지까지 차고 들어오는 눈밭에서

또 다시 후회를 합니다. 무엇 때문에 왜 이런 고생을 할까?

이토록 지리산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다시 뒤 돌아 갈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만 어차피 잠시 후면

또 다시 부질없는 후회라는 것을 압니다. 평소 30~40분이면

소요될 시간이 무려 1시간 이상을 오버해서야 반야에 오릅니다.







<반야에 서서>


<반야의 하늘에서>

서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피하기 위하여

반야의 돌탑 옆에 섰습니다.

강인한 기상으로 자라고 있는 구상나무와

반야의 겨울 하늘에 엑스트라처럼 버티고 있는

고사목 사이로 비쳐주는 천왕의 모습이 오늘따라

유달리 맑게 웃어 보입니다. 능선을 따라 촛대봉에 이르자

남부능선으로 펼쳐지는 무궁무진한 조망은 끝이 없습니다.

발 아래로는 삼도봉과 불무장등 능선이

우측으로 왕시루봉과 노고단이 넘실대면

나에게로 올 것만 같습니다. 눈높이를 높이자

수 많은 산그리메가 드리우지만

어디가 무슨 산인지 감을 잡지 못하는 자신은

아마도 사이비 산 꾼인지도 모릅니다.




<반야봉에서>




<중봉 가는 길에서>

중봉으로 향해 다시 러쎌은 시작됩니다.

아직 이곳은 나뭇가지로 쌓여진 눈이 터널을 이루고

날등의 좌측 길은 이미 배꼽까지 차고 올라 헤엄을 치는 건지

산행을 하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다. 쟁기소로 갈까 묘향대로

갈까 하는 잠시 어리석은 생각을 접기로 합니다.

더구나 나 홀로 겨울산행은 스스로가 자제하지 않으면

그 어떤 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왔던 길 내려 가면서>

이제 왔던 길을 다시 내려 갑니다.

산행하면서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는 일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올라 올 때와는 달리 몇 번의 미끄럼에 넘어집니다.

어떤 때는 허리 이상까지 차고 넘치는 눈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누가 봤더라면 참 우스운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래도 넘어지는 아픔은 덜 하였습니다.

오후 들어 좋았던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노고단을 향하면서>

우선 디카를 수십 번 넣다 뺏다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해서 좋았습니다. 좀처럼 주능선 길을 걷지 않던 자신이지만

그래도 눈 쌓인 능선 길을 걷는다는 게 이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벌써 16:00가 다되어서

노고단 산장에 닿습니다. 혹시 몰라 성삼재로 갈까도 했지만

다행히 화엄사 계곡이 약간의 구간만 조심하면 될 거라는

어느 산님의 조언에 따라 내려서기로 하였습니다.

벌써 어둠이 서서히 다가 옵니다.

부지런히 발길로 내려서니 화엄사입니다.

화엄사의 저녁예불을 여는 서른 세 번의 타종이 울려 옵니다.

하나 둘 셋 넷……






<노고단 돌탑에서 조망>

<에필로그>

년 말이라 산행기를 쓰는 타이밍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잦은 회식과 쓰고 있는 와중에 우리의 부끄러웠던 일들이

진실로 밝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실게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참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참담하고 황당하기만 하였으니 이 모든 것이

무엇에서 시작됐을까 생각 해 봅니다. 오늘은 성탄절입니다.

이 땅에 희생과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예수께서 오신 날 입니다.

그는 일생 동안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다가 마지막 십자가

죽음의 자리에서도 자신을 아낌없이 다 주고 떠나셨습니다.

진정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나눔과 희생이며

사랑과 진실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좀더 세상이 밝아지고 진실된 우리사회가 되었으며 하는

바램을 갖고 이만 산행기를 마칩니다.

이천오 년 성탄절 저녁에.

청 산 전 치 옥 씀.





<산장 가는길과 눈썹바위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일정정리>

07:15 산행시작(직전마을)

07:30 표고막터(임걸령5.5/피아골3.0/직전1.0)

07:55 삼홍소

08:40~09:25 피아골산장에서(850)

10:30 피아골 삼거리.

10:40~10:55 임걸령 샘터

11:25~11:40 노루목.

13:00~13:55 반야봉에서 중봉까지.

14:20 노루목

14:45 임걸령 샘터.

15:20 돼지령.

15:50~16:05 노고단산장.

16:25 눈썹바위(화엄사5.5/노고단1.5)

17:00 국수등(화엄사3.5/노고단3.5)

17:55 화엄사

18:15 산행종료(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