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이 변하고 있는 지리산 하봉에서
-산행일: 2011.2.19~2.20
-어디: 새재마을~치밭목~하봉~마암~청이당~새재마을
-누구랑: 동부팀 9명
물처럼 흘러가고 또 흘러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듯이
유독 추웠던 올 겨울의 추위도 우수와 함께 기울고 있네요.
낭만의 겨울,
아쉬움이 자꾸만 뒤 밟혀 큰 짐 메고 또 지리산으로 갑니다.
덕천강 강물 따라
대원사 풍경소리와 함께 겨울 지리산을 향해 갑니다.
새재마을 겨울풍경도 무재치기 폭포도
치밭의 겨울 풍경과 함께 하봉의 겨울지리산 풍경이 변하고 있습니다.
겨울지리를 보내는 아쉬움이 크지만
오는 기쁨과 해후의 행복이 있어서 우리네 삶은 희비가 교차됩니다.
보내는 아쉬움이 크듯이 감사의 마음과 함께
또 다른 희망을 꿈꾸는 2월 우수(雨水)
하봉에서 새 봄 지리산을 그려 봅니다.
2011. 2.19 雨水 날 하봉에서……
-기 싸움
섬진강 휴게소에서부터 2호 차를 기다립니다.
나팔도, 어제 저녁에 얼마나 마셨는지 혈색이 영 말이 아니올시다.
새재마을에 도착해서도 작은집에 들어앉아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러는 사이 0단 차가 도착하고 우리 차림새를 관찰하더니 길목에서 버티고 있네요
계곡을 우회 해보려다, 다리 옆으로 해서 오르려다 어찌 할 수가……
에고고~~ 꼬랑지 내리고 치밭을 향해 오릅니다.
어떻게 할지는 그곳에서 또 판단하기로 하고……
생각지 못한 초병으로 우리들은 갈 길이 멀어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유는 있었다.
무제치기에서 한참을 노닥거리다가 어떻게 할 것인가 궁리 또 궁리를 해 본다.
그러나 쉽게 답은 나오지 않아 치밭에서 상황을 보기로 하다.
“인적이 없으면 곧바로 패스고, 그렇지 않으면 점심 먹고 간다”
“백구가 있을까”
최근에 다녀온 나팔도로부터 없다는 말에 일단은 안심을 하지만
아뿔싸~~ 여지없이 짖어대는 백구……
물 뜨러 가자며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는 사람들이 이상하지
샘터에 버티고 있는 민 대장과의 조우 민망하기 그지 없네요
다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고 이곳에서 한판을 벌입니다.
같이 점심 먹자는데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눈치우기만 열심히 하시네요.
대충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갑니다.
백호님 왈 지리산에 수 없는 문이 있지만 경고문은 처음 본답니다 ㅎㅎ
대세가 기울었습니다.
다시 내려가 적당한 곳 헬기장에서 자리를 잡자는 내용입니다.
참~ 허망하기도 해서 내가 그랬지요
‘그럴 거면 뭐 하러 삼각대를 가져온 데……’ 하는 사이
“그러면 목적지로 갑시다” 라고 백호의 명령이 떨어진다.
-힘겨운 러쎌
가까운 길 놔두고 삥~ 돌아 올라 가는 고행의 길
눈은 왜 그리도 많은지......
허벅지까지 빠지는 그 길을 서북이와 지다람이 번갈아 러쎌을 하네요
두발 올려놓고 보면 한발 미끄러지기를 수없이 반복하기를 아공~~ㅎ
뒤를 따르는 우리들도 여간 힘들지 않지만 뭐라 말 할 수가 없네요.
다행인 것은 그 와중에 쉽게 물을 구할 수 있다는 것에 안심할 수 있었다.
벌써 해는 하늘금에 저물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여유를 부립니다.
무려 3시간 50여분을 소비하여 이곳 헬기장에 6시에 다 되어 도착했습니다.
-만찬과 달빛 그림자
일행은 우선 주변 눈을 다지기 시작하여 보금자리를 펴기 시작하다
난 주변 풍경을 놓칠세라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그만 적당한 잠자리 선점을 놓쳐버렸다.
텐트 문밖에서 자기로 하고 바닥을 다지는데
다행히 원시인님, 자신의 자리를 양보 해 주는 것으로 결정이 났네요(감쏴~)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눕고 나니 뒤척일 때마다 들리는 여음이 여간 부드럽게 들린다
뽀드득, 뽀드득……
저녁만찬과 함께 주고 받는 술잔 속에서 우리들의 잔정은 깊어만 갑니다.
뭐 그렇게 할 얘기가 많은지 밤 깊은 줄 모르고……
그렇게 입담이 구수한 백호 아우의 넉살에 한참을 웃었고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나팔도님 아직도 맥 빠진 모습이 왠지 불쌍하다는 표현을 더해 봅니다.
산행 중에 냈기 한 치밭목능선은 백호가 꼬리를 내리고 인당 2만원이 유효하다. 아니다
마눌과 옆지기 이야기는 그리고 “장미반 완장이야기” 등을 하는 사이에 시간이 기울었네요
잠시 머리를 식힐 겸 텐트 밖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엊그제 보름달을 살짝 비켜선 하얀 달덩이는 더욱더 눈빛에 밟혀 찬연(燦然)스럽네요
은빛 찰랑거리듯 떠오르는 달빛 그리움이 북쪽 하늘의 북두칠성으로 몰립니다.
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마치 천체관측자인 듯 별자리가 어떻고 수성. 금성. 지구……등을 이야기 합니다
‘날씨가 너무 좋다, 오늘저녁만 같아라’ 하며 조용히 잠을 청해 봅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지 새벽아침 일출은 쾅 이다.
“못다한 잠이나 더 자자”며 나올 생각을 하지 않네요.
그래도 하늘빛은 시간이 더할수록 좋아지기 시작해서 다행입니다.
우리들의 흔적 모두를 지우고 그 자리를 떠나 하봉 옛 길을 따라 내려섭니다.
가 보지 않은 마암도 들르기도 하고 또 다시 몇 번의 러쎌 알바를 하면서 청이당에 닿는다.
마지막 점심상을 펼치는데 다 소진된 줄 알았던 오리고기가 나오네요
썰매도 타고 미끄럼을 타는 사이에 벌써 시간이 3시가 넘었네……
어떻게 할 것인가
작전을 짜 보지만 별 뾰쪽한 방법이 없고 상황 봐 가며 우회의 길을 선택하자는……
조개골 들 머리에서 한참을 노닥거리다가 조여오는 시간의 압박을 풀기 시작하다.
“어~ 없네……”
이렇게 아쉬운 산행이 끝나나 싶었는데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
“어제, 어디에서 잤습니까”
“꼭, 말해야 됩니까”
원시인과 주고받는 말에 나는 뒤에서 듣고만 있었다 ㅋㅋ
행여 어제 내려올까? 오늘 내려올까 하다 자기들이 지쳤다나
‘원시인 아자씨는 국립공원 밖에서 잤으면서 왜 쉽게 그 말을 못하지……’
정말 이거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겠지요.
우리들은 분명히 지리산 국립공원이 아닌 곳에서 박산행을 하였는데 물고 늘어지는데.
어찌 물증이 있겠으며 심증을 하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지요.
2011. 2. 20
지리산 변방에서 청산 씀
'智異山 戀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산, 바래봉 꽃 길을 걷다(산행기편) (0) | 2011.05.27 |
---|---|
청산의 백운계곡과 봄 나들이 (0) | 2011.05.07 |
기다림이 보여주는 지리산 중봉의 아침 (0) | 2011.01.22 |
청산의 지리산 必生記와 D-700 길들이기 (0) | 2011.01.14 |
통신골의 가을 이야기(통신골~천왕남능) (0) | 2010.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