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백운계곡과 봄 나들이
-일시: 2011년 어린이날 -어디를: 백운계곡 -함께한 사람들: 일락님외 블방친구들
너무 일찍 와 버렸다. 일락님이 얼마나 밟아버렸던지 2시간의 셈법이 맞지 않아 단성 IC에서 시간을 쪼갠다 아직 여명이 터 오르려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더군다나 부산에서 오는 일행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에 티타임을 갖는다. 차 안에 그윽하게 풍기는 다솔님의 쑥 향이 아침공기와 함께 폐부에 깊숙이 와 닿는다. 원래 차 향은 우림의 정성과 마시는 자리의 분위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데……
지난 가을 무릎부상과 함께 찾아온 나의 산행은 거의 전무하다 싶다. 최근에 주작산과 가까운 근교 산으로 대신한 산행이 어쩌면 다리의 부실함이 되지 않을까 이제 서서히 아물어가는 무릎의 긴장을 풀 겸 지리산 자락 백운계곡을 찾는다. 2번의 백운계곡을 찾았을 때 감흥이 어쩌면 지금 이 때가 더 좋을 거라는 예상과 함께
백운계곡은 달뜨기의 남쪽으로 가지를 펼치고 백운산을 끼고 흐르는 아기자기한 골짜기다. 백운계곡의 수려함이라서 인지 조선 중기 영남 사림파의 거두였던 남명 조식 선생이 가장 즐겨 찾던 곳이기도 한 백운계곡 봄 여름이면 수려한 물줄기를 자랑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오늘에 와 보니 그 이야기는 현실을 근거로 한 내용임에 분명하다.
고도를 올릴 것도 없고 서서히 계곡을 치고 오른다. 가다 서다 반복을 하면서 폭포와 물가에 핀 수달래를 배경으로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산행 이라기에는 너무도 여유를 부린다. 그 동안 사람 사는 이야기와 사진이야기 그리고 블방에서 블친이야기 등등 산이 좋으면 산을 찾는 사람끼리 사진이 좋으면 사진과 함께한 사람들 그 중에 우리는 산과 사진을 함께하는 블방친구라 해도 변명할 수 없다. 인터넷을 부정적인 측면으로 보는 역기능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은 더욱 그렇다.
우리는 용문폭포 못 미쳐 쌍폭포에서 간단하게 시장기를 때운다. 마치 연녹의 숲 사이로 비추는 빛 깔림이 황홀한 비경을 만들고 있다. 차마 바라보기 민망할 정도로 눈부신 연녹색과 5월의 풋풋한 향내가 코끝을 진하게 자극한다. 이름 그대로 구름처럼 흰 반석들과 그 자락을 타고 굽이쳐 쏟아지는 폭포수 물줄기를 타고 미끄러질듯한 수달래는 수줍어 우리들 앞에 무릎을 끊는다. 수 없이 “좋~타” 라는 감탄사만 반복할 뿐 뭐라 딱 꼬집어 표현할 수 없는 이 마음
정말, 나에게 넘치는 것은 평범함이고 나에게 부족한 것은 늘 창의력이다 는 어느 글귀가 내 가슴을 치고 있구나.
이윽고 용문폭포를 지나 고도를 올려 어느덧 계곡 끝나는 시점 적당한 곳에서 아침 겸 점심상을 차린다 곳곳에서 모인 도시락들을 집합시켜 놓고 보니 산상의 만찬, 계곡의 만찬이 따로 없네 오늘은 오월 어린이날인데 함께한 우리들 모두는 벌써 장성한 어린이들 밖에 없지만 마음은 아직도 5월의 어린애처럼 여리지요
5월이 오면 가슴이 설렌다는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닐 지다 5월엔 어린이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5월의 계절처럼 파란 하늘을 줄 수 있어 좋고, 지금처럼 그들과 신선한 공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좋다. 함께 즐기는 이들의 마음에 행복이 오늘처럼 항상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산행이 힘들다는 몇 명을 제외하고 다른 친구들은 고령토 채취장까지 다녀 오기로 하다. 최근에 잦은 궂은 날씨였는데 오늘따라 유독 파란하늘이 펼쳐진다. 비록 하늘금은 보이지 않지만 숲 속 포근한 산 길을 걸으며 우리들의 산정은 깊어지고 이름 모를 야생화를 뷰파인더 세상, 또 다른 시각으로 펼쳐 본다 1시간을 걸었을까 고도계의 고도를 보니 이쯤 해서 그만 내려서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아쉽지만 산행을 접기로 하다 내려가서 또 다른 지리자락 둘레 길을 걸어야 하는 여유로움이 기다리고 있지요.
오늘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5월의 푸른 정기 흠뻑 담으신 것처럼 항상 행복한 생활이 되길 빌겠습니다.
2011. 5. 5 청산 전치 옥 씀 |
'智異山 戀歌'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같은 6월 제석봉 풍경(산행기편) (0) | 2011.06.09 |
---|---|
청산, 바래봉 꽃 길을 걷다(산행기편) (0) | 2011.05.27 |
겨울 풍경이 변하고 있는 지리산 하봉에서 (0) | 2011.02.28 |
기다림이 보여주는 지리산 중봉의 아침 (0) | 2011.01.22 |
청산의 지리산 必生記와 D-700 길들이기 (0) | 2011.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