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기

눈꽃 세상 한라에서...

청산전치옥 2014. 1. 13. 14:08

눈꽃 세상 한라에서...

 

 

 

 

2014 11~3

누구랑: 산친구 둘이서

1코스: 관음사 한라 정상 왕복코스

2코스: 어리목~윗세오름~영실구간 병풍바위~윗세오름대피소~남벽분기점~어리목 왕복구간

 

 

 

 

 

별들이 쨍그랑거리며 불꽃 튀는 하늘

인적은 사그라진 오래건만

오가는 없는 외로움이 엄습한다.

 

 

 

 

 

간밤에 친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홀로 지키는 텐트의 밤은 지루함을 느낀 나머지 오히려 적막하기만 하다

갑자기 불현듯 불안감이 엄습한다.

어디 갔을까.

아마 친구도 달려온 과거를 돌아 사랑했던 여인에게 한라의 연서를 띄우고 있는 것일까.

도란 거리는 간밤의 전화소리에 다시 침낭 속으로 몸을 숨긴다.

 

 

 

 

 

 

새벽4시에 일어나 주변 정리를 하고 이른 새벽밥을 차려 먹는다.

한라와 인연은 그렇게 없었던 아니었지만

처음 신혼여행 영실에서 올랐던 기억은 사그라지고

갑작스런 폭설로 진달래 휴게소에서 타의적으로 그만뒀던 기억이 전부였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냥 어둠을 가슴에 묻고 마냥 걸었다.

삼각봉 대피소에 도달했을 아침 빛이 붉게 떠오른 느낌을 받았다.

마음은 바빠지고 용진각 대피소의 흔적을 지나서부터 빡센 산행은 이어진다.

가도가도 끝없는 온통 하얀 눈꽃세상

어느 누구의 초대도 없었지만 한라의 귀빈이 되어 화이트 카펫을 걷는다.

뽀드득, 뽀드득 순백의 터널을...

 

 

 

 

 

 

드디어 대망의 백록담 정상

눈과 얼음뿐인 세상,  

백록담 안으로 태초의 시간이 흐른다.

전설 속의 백록담 사슴은 어디에 있을까.

바람과 구름으로 지척 분간할 없다는 이곳이지만 나에게는 축복의 날이다.

바람 없는 이곳에서 잠시 여유를 부리며 사랑하는 이에게 한라의 연서를 띄운다.

 

 

 

 

 

 

漢拏山 戀書

 

떡시루처럼 겹겹이 쌓인 속의 한라

정녕 양떼들의 습격인가.

나를 위한 시루떡 잔치인가.

 

운해의 춤사위로 마지못해 내미는 푸른 하늘

백록담 까마귀 주린 空腹(공복) 안고 소란스럽지만

은빛 가지에 외로움과 그리움이 달려 있다.

 

~ 그토록 그리던 한라산 백록에 섰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홀로 바라보는 아름다운 광경

思念(사념) 끈을 달아

수취인 주소도 없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라의 戀書(연서) 보낸다.

 

2014. 01.02

 한라산 백록담에서

 

 

 

 

 

 

한라의 연서를 띄우고 발걸음 재촉할 여유 없이 쉬엄쉬엄 왔던 다시 내려 온다.

어둠 속에 올랐던 길들이 다시 새록새록 거리며 마음에 담는다.

용진각 대피소에서 굶주린 까마귀 떼들의 겨울 한라의 향연을 즐기면서

한참 여유를 부리다가 삼각봉 대피소에 늦은 라면 점심상을 펼친다

이윽고 관음사 야영장에 설치된 텐트를 거두고 내일의 목적 산행지인 어리목으로 향한다.

관음사에서 어리목 광장까지 택시비 1.5만원

 

 

 

산행2일째

어리목~윗세오름~영실구간 병풍바위~윗세오름대피소~남벽분기점~어리목 왕복구간

 

 

 

 

 

 

날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다.

압력 밥솥에 누른 누룽지까지 깨끗이 처리하고 보조배낭을 챙기면서 산행은 시작된다.

어리목코스는 숲이 우거진 산길로 접어들자 마자 곧바로 눈꽃터널이 이어진다.

비탈길을 올라올라 가면서 처음부터 시작된 된비알 코스가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1시간을 올랐을까

사제비약수터가 나오더니 사제비동산에 닿는다.

 

 

 

 

 

이어서 평지의 윗세오름대피소를 향해 어두운 발걸음을 딛는다.

어둠에서 보지 못한 이웃 풍경들은 다시 내려올 보기로 하고 대피소에서 잠시 쉼을 갖는다.

이윽고 솟아오른 아침 해를 담겠다고 어디 적당한 포인트를 찾지만

어제 신용만 사진작가의 포인트 귀띔이 있었지만 도무지 길이 없다.

적당한 곳에서 한라의 일출을 감상한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먹구름이 멎는다.

아쉬운 날씨를 원망할 없어 영실코스 병풍바위 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왔다리 갔다리 왕복운동을 하다가 이내 대피소 자리로 돌아와 돈내코 코스로

"돈내코 갈수 없잖아" ㅋㅋ

 

 

 

 

 

 

백록담 화구벽을 앞에 두고 납벽분기점까지 다녀 오기로 한다.

밟는 소리가 더욱더 요란하다.

"뽀드득~~빠드득~~"

구상나무의 군락지를 지날 때부터 너무 많은 눈들이 마치 시루떡을 엎어놓은 같은 기분

백록담 화구벽 아래 털진달래의 아름다움이 벌써 봄을 예상해 본다.

방아오름을 찍고 내려서더니 이내 남벽분기점에 머물렀다.

 

 

 

 

 

 

이제 왔던 다시 올라 우리의 목적지 어리목광장을 향해 가기로 한다

사나브로 무거운 먹구름이 풀리는가 싶을 한라산 정상이 반겨주고

서귀포 앞바다가 아스라히 펼쳐지더니 이내 모습을 감추기를 반복하면서 샷터놀음은 이어진다.

대피소에서 만세동산까지 평원 길은 포근하기만 하다.

민대가리오름. 장구목. 어슬렁오름. 윗세오름 길이건만 지루하지 않아 좋다.

그렇게 한참을 여유 있게 돌아 다녀도 12 정오을 넘기지 않았다.

 

 

 

 

 

 

이제 내려가자.

많은 객들과 행락객들의 배웅을 맞이하며 우리는 왔던 다시 내려선다.

23일의 여행의

시작하는 갑오년 새해 제주 한라의 깊은 산행에서처럼

한해도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면서 한라산행을 마칩니다.

 

 

 

 

 

 

 

2014. 갑오년 새해 제주 한라에서

청산

 

'일반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과 함께하는 월출산  (0) 2014.09.25
대둔산 사람들  (0) 2014.04.17
가을 대둔산  (0) 2013.10.31
억새 은빛 축제인 천관산에서...  (0) 2013.10.23
백운산 상백운암 명성은 어디에...  (0) 2013.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