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기

가을 대둔산

청산전치옥 2013. 10. 31. 21:35

아쉬움을 더한 가을 대둔산

 

 

 

-일시: 2013. 10. 25

-어디를: 태고사~ 마천대~ 대둔능선 일원~ 태고사

-누구랑: 나 홀로

 

 

 

 

대둔의 가을이 그리웠다.

말로만 듣고 수없이 봐 왔던 대둔산을 그렇게 마음으로만 그리고 있었다.

봄이면 봄

가을이면 가을

암봉과 어울리는 대둔의 산정을 향에 밤새 두 눈 부릅뜨고 달리고 있다.

 

 

 

 

너무 일찍 도착해 버렸다.

네비 하나 믿고 태고사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4시반

차 안에서 한참을 머물 거리다가 처음 올라본 대둔의 산정으로 발길을 옮긴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이 능선에 이르자 이내 차가운 칼 바람으로 매섭다.

올 들어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였다.

 

 

 

 

마빡에 불 밝히며 생전 처음 올라보는 대둔산

이정표 안내 팻말 따라 이리 저리 오르내리더니 이내 능선에 닿는다.

장군봉을 넣고 담으려면 마천대 조금 못 가 어디 적당한 곳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데

오기 전 산행기를 뒤져 마천대 이정표 300미터 주변 어딘가 라던데.....

몇 번의 능선을 오르내리다 까만 밤 웅장하게 뻗어 내린 암봉에 시선이 머문다.

~ 역시 대둔의 위용은 밤에도 대단해 보였다.

 

 

 

 

이정표 300미터 위로 올라 능선에 닿는데 내가 본 화 각은 이곳은 아니었다.

좌측으로 능선이 있는 것 같아 다시 내려와 용문골을 건너뛰고 좌측능선으로 오른다.

정확했다.

내가 생각 했던 화 각이 이곳이었다.

추워서 꼼짝하기 싫어 적당한 곳에서 바람을 막고 서 있었다.

여명이 도통 터 오를 기미가 없고 짙은 검은 구름만 아침 빛을 막고 있었다.

더군다나 몰아치는 칼 바람에 운해까지 구경할 수 없는 상황

극히 최악의 아침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벌써 해는 떠 올라 있어야 할 시간 서서히 배낭을 꾸리며 그 자리를 나선다.

못내 아쉬워 자리를 옮겨 몇 컷을 해 보지만 이내 성에 차지 않는다.

산 객 주변 사람에게 묻는다.

"혹시, 브이계곡을 아시나요"

누구 아는 사람은 없고 내 나름대로 다른 포인트를 찾아 나선다.

 

 

 

 

대둔산의 "브이계곡"

신비의 브이계곡이 불현듯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사진에서 그렇게 수 없이 봐 왔던 브이계곡을 확인하고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소냐.....

내년 봄에 꼭 다시 찾으리라 맘 먹고 다시 주능선을 향해 오른 짓은 이어진다.

처음 와 본 대둔산이라 사진을 떠나 할 수만 있다면 다 밟고 싶었다.

 

 

 

 

골짜기와 바위 벼랑 사이가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신비로운 절묘한 기암절벽들이 하늘을 가리고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산의 위용에 압도되어 저절로 발길은 멈출 수 밖에

그 산의 아름다움에 "! 과연 소금강이다." 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비록 산수화가 구름에 걸린 그림은 볼 수 없지만 마천대의 주봉으로부터

저마다 비경과 사연 그리고 전설을 품고 있는 입석대. 장군봉. 낙조대. 임금바위.정승바위.....

 

 

 

 

참 우물 안의 개구리를 나를 두고 하는 것 같았다.

지리산만 쫓아 다닌 자신을 자책해 보면서 늦게나마 사진을 통해 이곳 대둔의 속살을 알았다는 사실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는 대둔산의 조망들

저기 저곳, 여기 이곳이 어딘지 몰라도 그냥 산그리메가 이어지는 모습이 한없이 좋았다.

발 아래 깔린 운해가 없어도

함께 해 주는 산 친구가 없어도 내 감정을 추수릴수 있는 이곳 대둔이 있어 더 이상 바랄게 없다.

 

 

 

 

이제 내려서자

배가 고파온다.

아무리 좋은 풍경을 본다 한 듯 배고픔을 어찌하리

그리고 내 분명 다시 찾으리라

아쉬운 대둔산 가을을 못 잊어.....

 

 

 

 

2013. 10. 25

"청산의 바람흔적" 은 대둔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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