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기

억새 은빛 축제인 천관산에서...

청산전치옥 2013. 10. 23. 11:38

억새 은빛 축제인 천관산에서...

 

 

 

 

-일시: 2013. 10. 12~ 13~14

-산행코스: 장천재~ 정원암~ 연대봉~ 환희대(1)~ 관음봉~ 선인봉~ 장천재~ 무등산

-누구랑: 나 홀로

 

 

 

 

쉬는 날 어디를 갈까

수 없이 일기예보와 지리산 단풍 상황을 체크해 가며 얻어낸 결과물은 천관산이다.

올 들어 단풍 상황이 지극히 좋지 않다는 써래봉 현지인에 의한 차선의 선택

이럴 때 차라리 억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좋을 듯 싶다.

영알까지 멀어 갈 수 없고 가까운 천관산으로 차를 몰았다.

 

 

 

 

오후 2시 넘어 산행 박짐을 메고 오른다.

일요일이라 수 많은 산 객들과 마주 하는 산행 길에서 한마디씩 내 뱉는다.

"아저씨, 그 속에 뭐가 들었어요"

무게가 만만치 않다며 들어 보겠다던 산 객은 그냥 혀를 내두른다.

아마 모르긴 해도 대략 무게는 오늘도 25킬로를 넘기고 있었다.

행여 추울까 싶어 겨울 바지를 입고 오르는데 왠걸~~ 더욱 죽겠네

 

 

 

연대봉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주변 등로에는 벌써 인적이 끊기고 간간히 비쳐주는 억새 사이의 저녁노을이 꽃피우고 있었다.

누렇게 말라가는 이파리 뒷면에 한 점 햇살이 머무니 투명한 황금색으로 보였다

저만치 환희대 능선에서 억새들의 비벼대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 온다

"갈바람은 너그러워지고 우리에게 지혜를 준다"라는 내용이 착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 분명 가을이구나...

 

 

 

 

산에서 바라보는 진한코발트 하늘 색감이 남자들의 가을 외로움을 더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 고독을 달래려고 내가 이곳에 왔던가

비 바람에도 끄덕 없이 버텨냈던 천관의 억새 밭

갈바람에 부대끼며 가을 고독의 노래를 부르짖고 있다.

자기를 등지고 떠난 여인을 못내 그리워 하는 외로움에 떨고 있는 남자처럼...

 

 

 

 

환희대를 향한 나는 두 팔을 벌려 갈바람을 맞는다.

흐드러지게 읊어 퍼지는 소리가 산등억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거대한 물결을 이룬다.

노을 붉은 빛 사이로 들어오는 밝은 고운 빛이 마치 석류 알처럼 붉게 타 오른다.

~아악 싸~아악

맑고 깨끗한 청아한 억새의 울음소리가 이렇게 만들어 지고 있구나.

세상을 움직이는 자연의 힘

그곳에 내가 있다 참으로 나는 행복한 놈인가 보다

 

 

 

 

다도해 물결이 은빛 역광으로 비쳐주는 곳

고개만 내밀면 억새의 은빛이 출렁이는 곳

산허리마다 우뚝 솟은 기암괴석은 햇볕에 반사되어 은빛 색채를 띠고 있는 곳

적당한 안부에 잠자리를 펼친다.

좀처럼 시들지 않은 천관의 억새 바람

원 없이 봐 달라는 내용인지 몰라도 밤새 그칠 줄 모른다

 

 

 

 

밤새 얼마나 불어댔는지 텐트 끝자락 연결된 팩 부분이 흙으로 부딪혀 있었다.

오히려 후라이와 팩 연결을 세심하게 셋팅한 것이 바람막이에 도움이 되었다.

저녁 내내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텐트 밖 세상 구경을 제대로 못해 아쉬웠다.

이른 새벽이 되어도 바람은 여전했다.

 

 

 

 

동쪽 연대봉 다도해 넘어 해는 떠 오른다.

억새능선에 비쳐주는 은빛 물결을 환호성과 함께 홀로 카메라에 담는다.

왜 진즉 한번 더 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내년에도 분명 다시 찾아 가을,

고독을 노래하는 남자가 되리라.

 

 

 

 

 

그 다음날 무등산에서 묵었는데 이렇게 아쉬움만 남겼네요

그냥 다녀온 흔적으로만 남깁니다.

 

2013. 10. 13

글 그림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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