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 戀歌

노고단에 살으리랏다

청산전치옥 2013. 5. 14. 19:16

 

 

노고단에 살으리랏다

 

 

 

 

 

 

 

-산행 일: 2013. 05. 11

 

-산행 코스: 성삼재~ 반야봉 왕복코스

 

-누구랑: 나 홀로

 

 

 

 

빛을 쫓아

 

빛을 먹고 사는 사람들과 노고단 진달래를 찾아간다

 

마빡에 불 밝히고 성삼재에 닿는 시간이 새벽 4

 

먼 놈의 인간들이 새벽잠도 없나 싶을 정도로 새벽 시장처럼 북적거린다.

 

별 빛이 영롱한 하늘 아래 산새 지저귐도 아랑곳없이 목청껏 톤을 높인 그들이 얄밉기만 하다

 

 

 

 

빛을 보고 싶어 달려드는 사람들과 꽃들의 대화는 새벽잠을 깨운다.

 

"노고단 진달래 이렇게 고울 줄이야"

 

"또 보고 싶어 오셨는가"

 

"지난 여름과 겨울에 그렇게 나 댕기더니만 아직도 볼 것이 있단 말인가"

 

"그래, 나 노고단에 살으리랏다"

 

 

 

 

그렇게 영롱하던 하늘이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든다.

 

"~이 오늘 사진 글렀네..."

 

빛도 없는 이 꼭두새벽 노고단에 **출현이라는 비명아래 오르자 마자 철수 명령이다.

 

각자의 판단 아래 프라이팬에 콩 튀듯이 어지럽게 각자의 위치로...

 

어차피 산행하기로 하였던 나는 능선에서 돼지령으로 향한다.

 

 

 

 

잠시 준비한 고구마로 아침을 대신하며 나 홀로 쉼을 갖는다.

 

새벽 5 30분 해 오름은 이미 시작될 타이밍이지만 좀처럼 빛을 보여주지 않는다.

 

또 다시 기다림의 연속이 이어 진가 싶더니 마지 못해 나오는 아침 빛

 

그 순간 놓치지 않고 몰래 숨어 연신 샷터음을 터트린다.

 

순간 각자의 위치로 흩어진 사람들이 빛과 꽃을 찾아 나비처럼 나타난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케쎄라쎄다...

 

 

 

 

 

오늘 같이 함께 하기로 한 산행 팀 토목일행은 언제쯤 오시려나.

 

돼지령에서 기다리다 핸폰을 띄워 보는데...

 

홀로 다녀오면서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산행은 이어진다.

 

'그래, 이렇게 헛고생을 할 필요가 없지'

 

임걸령 다 와서야 무거운 배낭을 적당한 곳에 숨겨놓는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만 같다.

 

 

 

 

 

왜 이렇게 날씨가 덥던지

 

노루목을 지나 반야봉을 오르면서 목마름은 더욱더 시작된다.

 

반야 오르는 사람들 대부분이 노루목과 삼도봉 삼거리에 배낭을 놓고 올라온 사람들이라

 

참기로 하면서 아직 덜 여문 진달래를 앵글에 담으며 다음주를 기약해 본다.

 

잠시 여유를 갖는가 싶더니 배고픔도 배고픔이지만 목마름에 달음질을 해 본다.

 

 

 

 

 

'잠시 물 좀 마시고 갑니다' 라고 쪽지를 남기고

 

삼거리에 놓인 배낭 옆 주머니에 보이는 간절한 얼음 물병 하나 주인 허락 없이 그냥 마셔버렸다.

 

그래도 목마름은 여전했다.

 

오랜만에 산행에서 앞 사람을 추월하면서 엄걸령에 닿아서 마음껏 물을 들이켰다 ㅎㅎ

 

 

 

 

 

3시간 후에 돼지령에서 토목일행을 만나다.

 

그들의 박 짐에 의하면 나의 짐은 초라하지만 내 배낭 무게도 만만치 않다는 것

 

이른 점심을 먹고 가라는 만류를 뿌리치지 못하고 덕분에 차려준 점심상을 받는다.

 

마치 멀리 보내는 우리 어머니의 심정이듯이 그게 바로 산정이 아닌지 싶다.

 

이윽고 내리쬐는 봄날의 태양빛을 피하지 못하고 노고단을 스치면서

 

'나, 노고단에 살으리랏다...'

 

 

 

2013. 05. 11

 

글 사진/ 청산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