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그리움이 공존한 노고단에서
나에게 기다림이라는 희망이 사라져버린다면 마음은 심연(深淵)으로 가라 앉을 것이다.
기다림이 요동칠 때 파도처럼 출렁거렸던 마음이고
마치 여린 소녀마냥 가슴 떨리고 설렘에 젖어있는 마음은 아직도 분명 나이를 초월한다
기다림에 대한 애태우는 것은 분명 그리움의 대상 때문일 것이다.
그 그리움의 대상이 있다는 것은 아직도 어떤 희망이 있다고 본다.
오늘 내 마음 한곳을 차지할 그리움의 대상을 찾아 떠나 갑니다.
-일시: 2013. 01. 19
-어딜: 노고단
-누구랑: 나 홀로
갈까
말까
칼 바람과 싸락눈 내리는 시암재에서 망설임은 이어진다.
"이곳까지 왔으니 못 먹어도 고~~"
산행 팀 일부가 차 안에서 내리더니 이내 꼬리를 감추고 원위치로......
모퉁이 돌아서니 이내 바람이 잦아들고 오르막 고도를 올렸을 때 땀까지 차 오른다.
성삼재 화장실에서 몸 단속 다시 하고 노고단을 오르면서
‘주말이면 왜 이리도 날씨가 이런지 모르겠다’ 며 푸념을 내 뱉는다.
계속 내리는 싸락눈과 칼 바람은 옷깃을 파고 나를 흔들어 일으킨다.
은근히 걱정된다.
내려갈 때까지 눈이 계속 내린다면 내 차는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이왕 내릴 것 시원스럽게 펑펑 쏟아져 버렸으며......'
칼 바람은 여지없이 내 콧잔등을 후려치지만 1시간 20여 분만에 노고단 정상에 닿는다.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산 높이는 알 수 있지만 깊이는 알 수 없다”는 진리와 부합되는 이곳에서
내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며 기다림에 푸념을 내려 놓는다.
집을 나설 때 그렇게 좋았던 날씨였건만……
한 순간의 광풍이 휘몰아칠 때
칼 바람의 추위가 가슴을 파고들고
찰나의 여명은 동녘을 가르더니 이내 왕시루봉을 집어 삼킬듯한 기세다
순식간에 깨어난 세상
환장할 운무의 춤사위가 시작하나 했더니 이내 이것으로 시작과 끝이었다.
다음을 기약하라는 천명으로 알고 이내 카메라를 집어 넣는다.
2013. 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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