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 戀歌

삼세판의 바래봉

청산전치옥 2013. 1. 1. 13:53

 

삼세판의 바래봉

 

 

 

 

 

-일시: 2012. 12. 29~ 30

-어디를: 바래봉 정통코스

-누구랑: 원시인. 백호. 작은뜰. 명품지존. 챨스.

 

 

 

 

 

"눈 오니까 좋소?"

"네 좋습니다"

"우리는 날마다 지겹소"

잠시 운지사 스님과 대화록입니다.

'나 역시 그렇게 찾은 바래봉 눈길은 지겹기만 한데 날씨가 받쳐주지 않소이다'

그러니까 12월 들어 벌써 서북능선 5번째 중 바래봉은 오늘이 3번째다.

언젠가 분명히 한번쯤은 걸리겠지 그 때는......

 

 

 

 

 

 

 

사실 이번 비박산행은 동부쪽으로 선택된 산행이었는데 하루 전에 날씨 때문에 바뀐 산행이다

내 혼자 우겨 갈 수도 없는 산행이고 보면

즐기자는 이유에서 모처럼 동부팀 박팀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아침부터 날씨는 잔뜩 흐려있지만 우리들 산행에서만은 어린 동심의 시절로 되 돌린다.

바래봉 그 험난 코스(?)를 뚫고 임도를 따라 거닐다 전주 에코님 일행을 만나다.

 

 

이때가 최고의 날씨 ㅋㅋ

 

 

 

 

날씨는 겨울날씨라지만 땀이 흐를 정도를 지나 겉옷 하나만 걸치기에도 벅차다

샘터 한 켠에서 점심상을 차렸다.

뜰님이 특별히 준비한 비단가리비 먹기도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아직도 살아 있는 가리비가 백호 손가락을 물어 뜯네요

솔직히 처음 먹어본 맛은 쫄깃하고 달달 한 맛이 정말 일품입니다.

 

 

 

 

 

눈썰매

추억이 많으면 부자라고 하듯

어렸을 때 비료포대의 눈썰매 기억은 우리 세대에서 잊지 못한다

그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 마치 준비한 눈썰매를 타면서 또 추억 만들기를 하고 있었다.

웃지 않을 수 없는 우리들의 시간들......

 

 

 

 

 

 

 

 

 

갑자기 날씨는 흐려지더니만 이내 하늘색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저녁을 어디에서 맞을까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데크에서 짐을 퍼 놓고 안식처를 만든 후 헥사돔 텐트에 모인다.

이번에는 백호표 자연산 전복이 챨스 배낭에서 나온다

서북이는 먹거리 공지만 해 놓고 자신의 등짝에 차마 박산행을 못하겠다고 빠져 버렸다는......

지존명품의 갈치와 뜰님의 고등어 원시인의 오뎅 코아의 삼겹살 찰스의 통닭로스

그런데 난 뭐여~  대신 카메라 ㅋㅋㅋ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적혀있는 글이다.

쉽게 웃을 수 있는 일이지만 간과해서도 안될 일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백호님의 때아닌 사후에 자신의 유골을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나는 솔직히 그곳까지 생각을 못했었는데......

원시인은 왕시루봉 언덕배기에 묻어 달라는. 코아는 고향의 산 천황봉에

그러자 백호 왈 " 형님은 지리산 중봉에 카메라와 신체 일부를 뿌리겠다" 는데 ㅋㅋㅋ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쉬움이 묻어있는 한마디의 말을 죽기 전에 꼭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텐트 밖의 하얀 세상은 주목에도 칼바람이 걸려 있었다

포근하고 온화한 모습의 눈이 아닌 폭풍의 눈바람이 매섭게 칼을 들이댄다.

갑자기 저 아랫동네 피안의 세계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이곳에 있으며 저곳이 그립고

저 아래 있으면 이곳 세상이 궁금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일출과 노을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대와 나

끝내 함께하지 못한 이분법에 대한 해답은......

 

 

 

 

 

 

 

 

 

이제 오늘이 가고 내일이 가면 2012년도 아쉬움 속으로 파 묻히게 된다.

비록 아쉬운 12년이지만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가자

해마다 떠들썩하게 계획을 세웠다가 3일 만에 꼬리를 내리는

우리의 슬픈 인내심 앞에 과연 몇 사람이나 당당해질 수 있을까?

우선 나부터 심히 염려스럽지만 다가오는 계사년의 계획을 앞 당겨 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끈으로 연결되었다 합니다.

가족이라는 끈

선후배라는 끈

고향이라는 끈 등 등

우리는 지리산이 끈을 이어주고 있는 것이 아닌지요

서로가 끈을 이어주지 못하고 마음 아파 하고 있을 때

"" 그리고 "우리"라는 끈이 되어 주고 있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함께 나누면서 가야 합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주세요

함께했던 그 아름다웠던 지리산의 흔적들......

 

오늘도 내려오니 서북능선으로 하늘이 보이네요 에~휴

 

 

 

아침이 밝아오는 여명 시간에도 삭풍에 의한 바래봉 아침은 요동치고 있었다.

 

2012. 12. 30

청산의 바람흔적은 바래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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