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姑壇 斷想
같은 장소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렇게 바뀌네요
갈까 말까
어제 저녁부터 아침 새벽까지 갈등의 연속은 계속 이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하기로 한 블친과의 산행 약속이 뒤집어지고 나니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노고단 아니면 만복대라도 다녀 오자는 속셈으로 집을 나선다.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만복대로 갈까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산문(山門)이 막혀 차선으로 노고단을 선택하기로 했다.
새벽 밤하늘의 시암재 칼바람은 오늘도 여전했습니다.
바람 좀 쐴까 했는데 단 1분도 서 있지 못하고 차 안으로 몸을 숨깁니다.
언제나 겨울이면 그랬듯이 차에서 나오는 그 순간이 망설여진다는……
너무 이른 시간이기도 하기에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잡념의 시간 떼우기를 합니다.
성삼재 주차장은 지난 여름 가을과 완전히 다른 삭막한 세상처럼 느껴졌다.
이런 삭막한 곳에도 지리산이라고 밤하늘의 별빛은 유난스럽게 출렁거리고 있다.
딱 30여분만 자고 가야지 하는 마음에 그만 눈을 감아보지만
아른거리는 별빛에 눈을 감을 수 없다.
저 별빛이 다 사위어 갈 때까지 이곳에 머물다 갈까 하다가 그만 차 문을 박차고 나선다.
칼 바람 부는 노고단 정상에 섰다.
내가 사는 저곳만 해도 전깃불에 하늘이 바랬지만 별나라 노고단은 너무도 아름답다
하늘에는 별들의 잔치요
“별을 노래하는 자의 가슴은 언제나 뜨겁고 고요하기만 하다”라는
어느 시인의 글귀를 떠 올리지만, 아이고~ 나 얼어 죽겄소……
이곳에서 바라본 산 아래 동네들은 평화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을마다 별 꽃 같은 불빛이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 들인다.
사람끼리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이 벌써 그리운 겐가
아니면 이 칼 바람을 비켜서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운 건가
여명이 터 오면서 칼 바람과 맞장 뜨지만 순간을 버티지 못하고 등돌리고 만다.
올 겨울 이런 짓을 몇 번이나 더 해야 할까?
기다림의 냉정과 다시 기다리는 그리움의 열정 속에 오늘도 달렸습니다만
과연 이러한 열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나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힘없는 발걸음은 노고단을 뒤로 하며 터벅 걸음을 재촉합니다.
그러나, 지리산 놀이터의 즐거움이 있기에 일주일은 무난하리라 ㅎㅎ
2012. 11. 24
“청산의 바람흔적” 노고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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