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 戀歌

공존의 계절 만복대에서

청산전치옥 2012. 11. 18. 22:26

 

공존의 계절 만복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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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17

어디: 상위마을~묘봉치~만복대~다름재~왼골~상위마을

누구랑: 지다람. 토목. 이중위

 

 

그냥, 카메라 놔두고 갈까

그러세요, 오늘 같은 경우에는 짐만 되겠어요

상위마을에서 출발하기 전 일행과 나누는 대화이다.

어제 저녁부터 아침 새벽까지 줄기차게 내린 비로 상위마을 계곡물이 제법이다.

일행은 여유만만하게 잠시 오름을 멈추고 계곡 가에 앉아 모닝커피 타임을……

 

 

이곳 코스도 머잖아 오픈 하기 위해 시설물이 제법 들어 왔다.

중간에 설치한 다리며 계단과 키 넘은 잡목들이 제법 없어지고

살벌한 입산표지를 하면서 철조망을 휘둘러 놨던 그곳도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잔뜩 흐린 날이지만 날씨만은 포근했는데 고도를 높일수록 무시무시한 칼 바람이 업습해 온다

 

 

 

엊그제 내린 초설은 내린 비로 씻기어 졌지만 북사면에는 그래도 흔적이 역력하다

묘봉치 헬기장에서 이른 점심상을 펼친다.

이따금씩 싸락눈까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기온 급강하 시작이다.

더 이상 추워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몸을 일으킨다.

심한 북풍의 칼 바람을 맞아가며 고도를 높이니 만복대가 가까워질수록 상고대 일색이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시계제로이다.

그래도 흔적을 남기기 위해 숨겨둔 카메라를 이제서야 꺼내 든다 ㅋㅋ

~ 카메라 가져왔네ㅋㅋㅋ

내 가는 곳 어디에도 카메라는 간다 아닙니까

행여 검은 구름을 걷혀줄까 기다려도 보지만 만복대 칼 바람을 비켜 서줄 공간이 없다.

빨리 내려가자 서둘러 하산을 재촉한다.

 

 

마음 같아서는 올 들어 처음 보는 상고대와 함께하고 싶었다

더군다나 내일 일기는 더 좋다는 예보이고 보면 내일의 산행 약속이 아쉽기만 하다.

바람을 막아주는 공간이면 어김없이 시간 늘리기 진행은 이어지지만

좀처럼 열리지 않은 하늘을 원망하며 또 다른 그 날을 그리며 다름재로 이어진다.

 

 

 

이윽고 다름재 능선에 다다르자 고도를 조금이라도 낮춰서일까?

이따금씩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조금은 봐 줄만 하지만 순식간의 일이다.

한동안 마음으로 때로는 순간의 타이밍을 앵글에 담고 고도를 낮춰 다름재에 닿았을 때

~ 이곳은 가을이구나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이곳 지리산에서 한꺼번에 모두를 얻겠다는 생각한 나는

욕심쟁이야~~~

 

 

2012. 11. 17

상고대 피는 만복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