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기

걸어보자 주작산

청산전치옥 2011. 4. 24. 22:19

 

걸어보자 주작산

 

 

 

-일시: 2011. 4. 19

-어디: 휴양림~ 작천소령~ 주작산정상(475봉)~ 427봉~ 오소재

-누구와: 청산 홀로

 

 

 

 

~ 걸어보자 주작산

무릎 다친 후 산행이 얼마만인가

새벽3 알람 셋팅 해놨지만 5분여를 남기고 눈을 떴다.

어제 종일 날씨도 춥고 비가 내렸기 때문에 우선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 봤다.

이따금씩 지나가는 까만 구름과 흐릿한 하늘색을 보면서 망설이게 한다.

 

 

 

 

요즘 구라청에서 발표한 일기예보를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믿어보기로 하면서 집을 나선다.

운전 하면서도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고 '차라리 운해라도 끼었으며......'

이렇게 바람불고 차가운 날씨에 운해는 무슨 운해 강원도는 폭설까지 내렸다는데

약속한 사람들 모두 펑크를 내고 주작을 향해 달린다.

엊저녁 11 근무 끝난 피로감 때문에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 눈을 붙인다.

10여분 눈을 붙이고 달렸는데 5 약간 넘어 주작휴양림에 닿는다.

 

 

 

 

일거양득

추워 차 안에서 카메라 셋팅을 하고 마빡에 불 밝히며 주저 없이 산행에 임한다.

산행과 사진을 병행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느낀다.

더군다나 이번에 기변으로 인하여 배낭 무게가 더 무거워진 중압감은 말할 수 없다.

잠시 후 여명이 동터올 때까지 적당한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오르는 산정에는 여지없이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지체 할 수도 없었다.

적당한 일출 포인트는 찾았지만 심한 바람 때문에 그 자리를 포기하고

한 고개 두 고개를 넘어 적당한 안부에 도착했을 때 해는 이미 떠오르고 있었다.

대충 적당하게 피어있는 진달래를 배경 삼아 일출놀이를 한다만......

 

 

 

 

지금까지 시간은 사진에 몰입한 열정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내 자신과 이야기하는 산행 시간 즉 홀로 하는 고독의 시간이 되리라.

오늘 산행은 모처럼 길게 걸어보자는 속셈인 것이다.

다친 무릎도 테스트 할 겸 할 수만 있다면 주작왕복을 해보련다.

일단 무게를 줄이기 위해 삼각대는 접어 넣고 카메라를 목에 걸고 암봉을 넘나든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때문일까
메마른 가지들이 웅변하고 있듯 아직은 차갑게 느껴지는 나무들.
어제 내린 비 탓인지 아직도 촉촉히 적셔있는 산 길

간간히 나무 가지에 물방울이 살짝 올라있는 양지바른 곳에는 파란 움이 터 오고
심술 맞은 바람의 흔적을 견디지 못한 진달래는 핏빛의 초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몇 번의 암봉을 건너면서 이제 얼마나 갔을까 하고 뒤 돌아보면 그 자리

넘고 나면 또 다른 암봉이 기다리고 돌아가면 나타나는 암상군락들

혹 길이 없어졌나 하고 흔적을 찾아보면 또 다시 나타나는 희미한 흔적들

화가 날만하면 빙그레 웃으며 맞아주는 선홍 빛 진달래가 사랑하는 애인처럼 다가온다.

지칠만하면 바다를 끌어안고 있는 들판을 바라보고 그래도 싫증나면 쪽빛바다의

작은 섬들의 정겨움을 들려주는 이곳 주작이 있어서 행복한 날이 아닌가 싶다.

 

 

 

 

비록 올해도 적기를 놓쳐버렸지만

내년에도 분명히 꽃은 핀다는 명확한 자연의 법칙이 있기에 스스로 위안을 해 본다.

8가 넘었으니 배도 고플 만 한데 왠지 아침생각이 없다.

그래도 잠시 쉴 겸 가져온 빵과 과일로 475봉에서 간단한 아침상을 차렸다.

강원도에서 불어온 폭설의 한풍 때문인지 이고 온 바람은 차갑기만 하다.

향기로운 봄바람과 함께 울려 퍼지는 초록 생명의 찬가를 기대했던 내가 너무 오버했나

 

 

 

 

한동안 무릎 때문에 고생했던 나를 시험 삼아 암봉의 주작산 산행을 하게 되는데

거의 끝나는 시점에도 아직 불편한 기색은 없었고 산행 후 아직까지도 그 후유증은 없어 보였다.

이윽고 10 조금 못되어 오소재에 닿는다.

간단히 씻고 휴식을 취하면서 왔던 길 주작을 향해 뒤 돌아 서는데

대전에서 왔다던 산꾼들이 주작산 휴양림을 가야 한다며 길을 물어온 게 아닌가?

똥누러 갈 때와 갔다 와서의 마음이 달라진다듯이 다시 주작을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한동안 차 안에서 산과 사진 이야기를 하는 동안 출발했던 그 자리에 닿으면서

그들은 주작으로 나는 내년을 기약하면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2011. 4. 19

청산의 바람흔적은 주작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