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산행이 가져다 준 작은 행복
-일시: 2011. 9. 5 ~ 6
-어디: 거림~ 영신봉(박)~ 촛대봉~ 청학연못~ 거림
-누구랑: 나 홀로
일요일 오후부터 갑자기 날씨가 좋지 않더니 이내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다
산행을 포기하기로 하였지만 그래도 여운이 남아 새벽하늘을 바라보다.
다시 잠자리에 들고 일어난 시간이 새벽5시
창 밖을 바라보며 에~라 모르겠다 바닷가 무술목에서 돌멩이나 찍자며 핸들을 돌린다
아침 일출은 예상대로 먹구름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집에 사진 정리하면서 컴퓨터에 앉아 일기예보로 위성사진을 보다.
그래 늦었지만 박 산행을 결행하기로 한 시간이 11시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2식 3찬과 과일 고구마를 준비하고 배낭 패킹 완료
거림에 도착함과 동시에 점심을 해결해야 또 다시 무게를 줄일 수 있다며
평일이라 쉬는 식당에 사정 해가며 어찌해서 식은 밥 비슷한 비빔밥으로 해결 완료
산행시작시간이 오후 1시 20분이다.
늦어도 해지기전에 도착할 것 같은 예감에 급히 서두르지 않기로 하다.
거림골 역시 태풍 무이파의 흔적이 잔인하기는 마찬가지다.
설마 아닌 날씨가 고도 1100을 넘기고부터 운무가 앞을 가리기 시작하다.
때마침 인적 없는 주 등로는 적막감이 몰려 오면서 아쉬움으로 탄식을 해 본다.
세석산장 샘터에 물 준비하고 오늘의 박지 영신봉으로 오르는 시간이 4시30분
주변 야생화와 입맞춤으로 노래하며 즐기다 영신봉 암 봉 아래 빈집을 차린다.
엊그제 다녀간 동부팀의 흔적은 역력한데
왠지 차가운 기운만 내 가슴을 타고 흘러 내리는 것 같아 잠시 자리를 비운다.
‘설마, 누가 내 살림 건드리지 않겠지’ 하면서……
세석에 들러 차가운 도시락이지만 아직은 이 정도면 먹을 만했다.
최신무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사냥을 하다 “청산의 바람흔적”에 댓 글을 남긴다.
또 다시 나만의 작은 공간으로 돌아오다.
초저녁부터 잠자리를 깔고 사색에 잠기다 어느덧 잠자리에 들었을까
몇 번을 뒤척이다 일어나 보니 새벽 1시30분
그렇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날씨는 구름 한 점 없고 평온하기만 하다
하늘엔 보석을 뿌려놓은 듯 별빛이 찬란하며 풀벌레 울음소리도 숨죽이는 적막한 밤이다.
이따금씩 풀잎을 스치는 바람은 분명 가을을 알리는 바람일 게다.
초저녁은 아쉬움에서 잠 못 이루더니 이제 설레는 마음에서 잠 못 이루고 있구나.
세상에 변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 변하면서 오늘을 살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아니다” 라고 몸부림쳐 보지만 분명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감정도 예전의 그 감정이 아니다.
그 동안 숨가쁘게 살아오면서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 아니라
삶의 전투에서 감정을 잊었을 뿐이지 잃어버린 것은 아니지 않은가
허나, 이곳 지리산에서만은 억지 몸부림이 아닌 “나는 아니다”를 인정하고 싶다.
내 자신을 인정하는 이 순간만이라도 나는 작은 행복을 찾고 있을 뿐이다.
새벽 5시까지 잠을 설치다가 촛대봉으로 옮기기 위해 배낭을 꾸리기 시작하다.
아무래도 그 쪽이 더 나을 것 같은 예감에서다.
촛대봉 주변으로 지형관찰을 하다가 적당한 장소에 미사일 준비를 완료하다
여명은 엊그제 다녀 온 노고단의 여명과는 아주 비교가 되는 모습이다.
잠시 후 검은 구름 띠 속에서 해만 쏘~옥 올라오네
참~ 이런 일출도 있구나 할 정도의 실망스런 모습이지만
그래도 어제의 날씨에 비하면 오히려 다행스런 모습이다.
고맙게 받아드리자……
싱겁게 일출은 시작되었지만 그래도 주변 모습 꽃들과 대화를 하다.
며칠 전에 올라온 세석평전의 구절초와 쑥부를 보기 위해 청학을 향해 내려서다.
정말 그렇게 많던 구절초는 아직인 듯 하지만 분명 작년과 다른 수준임에 분명하다.
대신 쑥부쟁이가 한창이고 산오이풀은 이제 끝물에 가까워진다.
잡목과 풀 이슬에 벌써 바지가랑이는 젖어있어 다시 되 돌아 가기는 역부족이다.
잠시 후 청학에 들러 아침을 고구마와 과일로 대신하다.
가을 단풍이 맨 먼저 찾아온다는 청학은 이제 제법 물들기 시작했다.
아마 추석 지나면 물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청학의가을이 머잖아 익겠네요
이제 내려서야 할 시간이다.
청학을 뒤로하고 고도를 낮추는데 자꾸만 뒤가 꾸리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루를 有하고도 뭐가 부족했단 말인가?
“속절없는 사람아! 오늘 오후 근무야”……
2011. 9. 5 지리산 영신봉에서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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