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의 黎明과 반쪽산행
새벽희망
얼마나 기다렸던가
비좁은 내 가슴 한 켠 어딘가
기필코, 지리산 黎明은 터올 거라는 희망
아직 내게로 닿는 길이 있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오늘도 나의 터벅걸음은 새벽희망을 쫓는다.
-
-일시:
-어디를: 성삼재~ 노고단~ 삼도봉~ 용수암삼거리 왕복산행
-누구와: 홀로
20일 D-Day
지난번 용수골 삼거리 크랙바위에 빠뜨린 스틱을 구하기로 한 날이다.
내 블방에 아이디어를 공모해서 결국 낚시용 뜰채를 변형하여 올리는 방법을 선택하고
20일 하루 종일 내리는 비로 결국 다음으로 미루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대신 구해다 준 사람은 헛방귀만 꿔대고……
언제나 그랬듯이 산행과 함께하는 일출촬영은 이른
무게를 줄이려는 의미도 있고 해서 터미널 근처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운다.
핸들을 성삼재로 돌리고 고도를 올릴수록 아침 빛이 좋을 거라는 예감이 시암재를 지나서부터다.
‘자, 그런 오늘 꿩 먹고 알 먹는 날이네……’
‘이~야 정말 얼마만인가’
노고단 돌탑에 올랐는데 반야 뒤의 여명이 붉게 타 오르는 거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7월 말부터 원추리 보기 위해 3번 허탕치고 오늘이 4번째만인데……
비록 원추리 꽃은 없지만 그래도 아침 여명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일단 장노출 30초로 한방 날려주고,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노고단 정상으로 고고~~싱
정상을 올라가면서 주변의 풍경을 놓칠세라 겁 없이 샷터 놀음은 계속되더니만
데크 중간을 올랐을 때쯤 결국 올 것이 오고만 것이다.
아침 여명과 함께 울려 퍼지는 노고단의 거친 함성의 0단의 목소리가 나를 움 추리게 한다.
‘아~이 신발’
출 행랑을 치기에는 이미 사정권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일단 카메라와 삼각대를 정리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데
어라~ 자기도 오랜만에 보는 여명이 좋아서일까. 올라오면서 사진을 찍네……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못 보셨어요”
‘아니, 난 못 봤는데……’
“시치미 떼지 마세요, 저 입구에 출입금지란 팻말과 함께 문이 닫혀 있잖아요”
‘정말 못 보고 왔어요. 아니, 여명 빛 보기도 바쁜데…… 그리고 앞 사람만 따라 올라왔어요’
“앞에 누가 올라 갔어요”
‘네, 그 사람들이 올라가기에 그냥 올라왔어요……’
“빨리 내려 가세요. 저 아래 사람들은 올라올 줄 몰라서 저 아래 있겠어요……”
‘알았시유……’
청산 대번에 꼬리를 내리면서 다시 돌탑으로 내려온 시간이
아이~ 조금만 더 있다가 나타나든지 아니면 일찍 올랐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머리에서 간단한 셈법이 시작된다.
어차피 아침 운해가 있다면 노고단의 개방시간
‘이제, 스틱 찾으러 가자’
뜰 채를 스틱으로 이용하는데 좀 거추장스럽지만 그런대로 견딜 만 하다.
마음 같아서는 반야봉도 들르고 싶지만 오후에 근무라는 부담감이
스틱찾는 기념샷으로 반야를 배경으로 한방... 스틱 세워진 크랙바위 빠졌어요 ㅋㅋ
노고단을 출발한지 2시간 조금 못되어 삼도봉을 지나고 이윽고 용수골 삼거리에 닿는다.
‘설마, 없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하기야 누군가 맘 먹지 않는 한 가져갈 수 없는 곳에 있으니……
‘하~~ 그대로네’
뜰채의 길이가 상당한데도 닿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였는데 역시 닿지 않는다.
최대한 몸은 바위에 밀착시키면서 겨우 건지는데 성공이다 ㅎㅎㅎ
잠시 쉼을 가지며 왔던 길 다시 돌아나오면서 발걸음은 가벼워진다.
아무리 바빠도 잠시 여유를 부리며 노루목에서 운해를 맘껏 감상하며 풍광에 젖는다.
솜이불 같이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 위로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바위 옆 어여쁜 산오이풀이 정겹게 맞아주는 풍경을 보면서 땀냄새의 잔재를 느낄 수 없었다.
최근의 날씨만 하여도 좀처럼 능선의 자태를 볼 수 없는 그런 날이었는데
오늘은 능선을 타고 떠도는 운해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나는 어쩌면 행운아인지 모른다.
이윽고
사라질 줄 알았던 운해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나와 함께 노고단과 반야주위를 맴돌고 있구나
“노고단 운해(雲海)는 피안(彼岸)의 신비의 세계를 꿈꾸게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닐지어다.
그래서 노고단 운해를 지리 10경이라 하였던가
지난번처럼 원추리 군락은 볼 수 없었지만 노고단 주변에 아기자기하게 피어있는 야생화들
이제 막 피어난 산오이풀이 능선의 운해와 함께 황홀함으로 다가 온다.
틈틈이 보여주는 원추리가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을 보고 또 봐도 그렇게 지루하지 않는다
올 여름 태풍과 그렇게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꺾여있을 듯한 꽃들은 보이지 않았다.
약한 듯 강한 것이 결국 또한 우리의 자연이 아닌가 생각 해 본다.
언제나 강인함과 꼿꼿한 척 하는 우리 인간을 비웃듯……
“어~ 지금도 운해가 떠 있습니까, 아직도 안 가셨네요”
‘아~따 아침에 올락 가지 못하게 하니 기다릴 수 밖에요. 너무 그러지 맙시다’
또 다시 돌탑으로 올라오는 공단직원과 잠시 나누는 대화이다.
이러다 오후 근무 늦겠다 빨리 내려가자. 갑자기 발걸음이 바빠지면서 반쪽산행을 마친다.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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