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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반야에서 쓰는 편지**산행기편

by 청산전치옥 2011. 7. 24.

 

**반야에서 쓰는 편지**

 

 

 

 

-산행한 날: 2011.7.19~20

-누구랑: 홀로

-어디를: 반야봉(1)

 

  

 

나에게는 산행 시 무게를 줄이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다.

오늘도 카메라 장비 5.8kg을 포함하여 박장비 배낭무게가 20kg 훌쩍 넘긴다.

최대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장비만 정리를 하고 나니 먹을 것이 없구나.

2끼분과 라면 1. 마른반찬. 김치. 2. 먹는 것 이것이 전부다.

다행인 것은 여름이라 침낭과 여벌 옷의 무게가 줄어 든다는 것……

그래서 산행 시 나에게는 먹는 것이 부실하오니 혹 여러분 만나시면 이해 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산행에 최소한 카메라 장비 목록은

D700본체(베터리/메모리/액정커버 포함): 1,100g

줌렌즈(후드 HB-40포함) 24-70: 950g

광각렌즈(후드 포함) 16-35: 700g

삼각대 짓조 2542: 1,430g

마킨스 볼헤드 M20KN Red: 575g

여기까지 4,755g 인가여

이외 삼각대 플레이트. 육각렌치. 카메라 가방. 베터리/메모리 여분. 그라데이션필터 2. 필터링

PL필터. 400 ND/8 ND필터. 유선릴리즈. 뽁뽁이. 렌즈크린티슈

 

 

 

 

 

존디 간게 조커쏘만, 근디 언제 갈라요

근게 말이요. 이 질긴 인연 아직도 못 끊고 있소

성삼재에서 노고단 오름 길에서 만난 할머님과의 대화 내용이다.

한동안 장마로 인하여 산행을 하지 못한 내가 갑자기 발동이 걸린 것 같았다.

급조하여 배낭을 챙기는 시간이 정오를 넘어섰고 성삼재 산행시작 시간이 3시가 가까웠다.

 

 

 

 

 

 

 

그렇게 좋았던 하늘이 임걸령 샘터에 닿으니 잿빛으로 퇴색되어 간다.

아무리 무게도 무게려니와 그래도 물은 길러 가야 할 것 아닌가.

물병 가득 하나 담고 배 속 깊이 차곡차곡 챙겨 넣는다.

6시 넘어 반야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네

갑자기 검은 구름과 운해가 북쪽 하늘에서 몰려든다.

광풍처럼 밀려 왔다 사라지고 또 다시 밀물처럼 밀려오는 운해는 결국 빗물을 만들어 낸다.

 

 

 

 

 

너무 높이 올라 왔어.

발 아래 저 낮은 남쪽 평원에는 그래도 파란 하늘빛이 보이네.

차라리 낮은 곳으로 향할걸……

집 지어 놓고 이따금씩 간간히 보여주는 운해의 춤사위를 구경할 겸 마실를 간다.

무게 때문이라고 챙겨 넣지 않은 자켓이 필요했지만 대용으로 침낭을 사용하다

 

 

 

 

 

반야의 낙조는 보여주지 않지만 대신 운해는 지리의 주 능선을 검은 천으로 휘 감듯이

춤사위를 추듯 때로는 질풍노도처럼 때로는 유유자적 넉넉함으로 감싸 안아준다.

~ 행복은 이렇게 품어주고 감싸 안아준 것인가 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난 그 누구도 품어주지 않았던 자신……

 

 

 

 

갑자기 어떤 외로움과 그리움이 몰려온다.

그리움도 행복이다라는 어떤 이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지리산을 그리워하며 지리에 있는데도 그리움과 외로움이 밀련 든다……

갑자기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며 사랑의 편지를 띄웁니다.

초록 안개비가 뚝~~~ ~~~ 떨어지는 반야에서.

 

 

 

 

 

*반야에서 쓰는 편지*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쓸데없는 마음의 욕심만 키웠습니다.

반야의 초록에서 일몰과 일출을 담아내

당신께 전하고픈 마음이 정녕 허무한 꿈이었나요?

 

떨어지는 낙조는 운해를 이기지 못하고

이내 안개 속 심령처럼 사라진 지 오래되어

검은 구름과 함께 깊은 밤을 지어냅니다

 

길고 긴 반야의 밤에서

무엇 하나 건지지 못한 채

나 혼자 억울한 그리움과 외로움에 울먹이다가

문명의 이기를 벗삼아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안부만 묻고 왔습니다.

 

미쳐 담지 못한 제 초록의 마음만은 잊지 마세요.

언젠가 초록과 함께 어울리는 반야 성찬의 아름다움을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그리고

운해의 바다에 띄워 초록 바람소리와 함께 당신께 전하리오.

 

2011. 7. 19 청산 전 치 옥 씀

 

 

 

 

 

저녁 내내 아픔을 이기지 못한 반야에도 기어이 아침이 찾아 온다.

맨 먼저 이른 새들이 지저귀면서 나를 깨우네요.

산행 차 노고단을 지나가는 돌팍님과 풍경님이 나의 폰을 울리네요

아직도 반야에서 무거운 꼬깔콘을 이고 있다며 노고단으로 오랍니다.

고도차이로 인하여 그곳과 이곳 반야가 또 다른 세상으로 변했나 봅니다.

 

 

 

 

 

일출구경은 힘들 것 같아 일찍 챙겨 들고 나설 준비를 하면서

그래도 아직 남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반야 정상석을 맴돌다가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이미 해는 중천에 떠 있을 시간인데도 수그러들지 않은 검은 구름과 바람

간혹 보여주는 아쉬운 장면들이 올 1월 중봉 하늘에서의 운해를 연상 캐 한다.

 

 

 

 

 

 

 

별로 줄어들지 않은 배낭 무게지만 그래도 내려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아무리 무게를 줄인다 하지만 특별히 아내에게 줄 선물도 챙긴다.

임걸령 샘물이다.

오후에 근무 들어 갈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그래도 노고단 원추리 꽃구경이나 하고 갈까 했는데 10시부터 개방이란다, ~~~

참고로 723일부로는 09:00부터 예약시간 개방 이라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1. 7. 20

청산의 바람흔적은 반야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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