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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브로켄신비와 함께한 지리산 가을맞이

by 청산전치옥 2011. 9. 18.

 

브로켄신비와 함께한 지리산 가을맞이

 

 

“날개는 지쳐도 하늘을 보면 다시 날고 싶다라는 어느 글귀처럼

몸은 힘들어도 지리산을 보면 다시 가고 싶다는 게 저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지금, 지리 곳곳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야생화

그 중에 9월을 대표하는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어디에 어떤 빛깔로 피어나고 있을까?

내일은 또 어떤 모습으로 솟아오르는 일출을 맞이할까

가슴은 온통 하늘빛으로 물들어가는데……

~ 어쩌란 말인가

 

 

 

 

-산행 일시: 2011.9.14~15

-산행코스: 백무동~장터목~중봉~연하선경~촛대봉~한신계곡~백무동

 -나 홀로

 

 

 

 

이번 산행은 배낭무게를 줄이고 지리산 시설물을 최대한 이용한 산행 계획으로

당일배낭으로 패킹을 하였지만 줄여진 것은 매트리스와 침낭 그리고 텐트뿐이다.

추석 지나 날씨가 갑자기 여름 날씨로 변한 것 같다.

폭염주의보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전대를 잡고 백무동에 도착한 시간이 13 30

이윽고 거친 숨 몰아 쉬며 오름 짓은 이어지면서 스스로 내 뱉는 말

‘이런 고통의 연속(?)을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가……’

 

 

 

14일 먹구름 아래 제석봉

 

3시간의 오름 짓을 하고 능선에 닿지만 곧바로 제석단을 향해 오른다.

떨어진 물도 보충할 겸 노을시간을 맞추기 위한 시간 벌기 용이다.

그런데 옛날 제석단 모습이 아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천왕봉 주변에도 6000개의 대 못을 박아 놓아둔식생보호란다

정상 부 인근 훼손 지 복원을 위해 지국공에서 붉은병꽃나무, 털진달래, 철쭉,

가문비나무 등 120여 그루를 심었으며대나무 못은 땅속 공기의 원활한 이동과

일정한 습도 유지를 통한 고산지대 식생 복원을 위한 것이기도 하며, 복구지역에

탐방 객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국공에 문의한 내용이다.

 

 

 

15일 아침의 제석봉

 

그렇게 좋았던 날씨는 갑자기 돌변하더니 한치의 앞을 볼 수 없는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참~ 지리산 날씨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푸념거리며 시간 쪼개기는 계속된다.

 지리 99 청산님 아니세요

‘네 맞는데요, 뉘신지요

“지리 99에서 자주 눈팅하는 산 꾼이며 지리산 주변에 삽니다라며

그 날 저에게 제석단 위치를 물어온 님, 눈팅에서 벗어나 자수하여 광명 찾지요 ㅎㅎ

제석봉에 올라 노을 빛 없는 하늘을 원망하며 몇 컷 날리고 오늘의 장터 장터목으로 향한다.

 

 

 

저녁 7시가 넘어 벌어지는 장터목은 말 그대로 장터 같았다.

주변에서 나는 지독한 음식찌꺼기 냄새며 물건을 흥정하듯 소리지르는 사람들

준비한 김치찌개로 마파람에 개 눈 감추듯 해치우고 그 자리를 떠나 조용히 밤을 즐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야 할 이곳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

9시가 넘은 저녁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등 찬란한 둥근 달이 떠 있다.

달님에게 소박한 꿈 하나 빌어 본다.

“부디, 내일 아침 좋은 모습 보여다오

 

 

 

 

간밤 비음에 잠 못 이루고 몇 번을 뒤척이다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서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른 새벽 바람은 나를 망설이게 한다.

한기가 느껴오는가 싶더니 이내 땀방울이 맺히면서 겉옷을 벗겨낸다.

‘저~ 천왕에 불 밝힌 자 누군요

내가 제일 먼저인줄 알았는데 천왕을 지키고 있는 자 한발 앞서 어둠을 가른다.

쳐다보지도 않고 중봉으로 내림 짓은 이어진다.

 

 

 

 

~ 황홀한 시간이다.

남쪽으로 수묵화 하나 걸어두고 지리능선을 넘나드는 자욱한 운해와 빛 갈림

휘둘러 보면 겹겹이 산이요

푸른빛과 붉은 빛의 조화, 금빛 은빛으로 변해가는 중봉의 빛 잔치가

신의 작품 속에 아침이 내게로 건네는 빛의 바이러스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스라히 펼쳐지는 이런 풍경을 두고 도연명이 말한 무릉도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동안 바라만 보고 있다.

더군다나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브로켄 신비까지 볼 수 있었으니……

언제나 이곳 중봉에 오면 나는 말 못한 바보가 된다.

 

 

 

*브로켄현상*

등산자가 안개에 뒤 덮여 있는 산에서 태양광선 때문에 등산자의 그림자가 안개에

비치어 크게 보이는 현상을 말함. 전문용어로는 Glory라 하여 광륜(光輪), 후광(後光)

[출처] 브로켄의 요괴 [─妖怪, Brocken spectre] 네이버 백과사전

 

 

 

 

일출에 빗기는 운해는 천왕에서 발원하여 지리능선 따라 반야로 또는 써래봉으로 흐른다.

그러다 머물기를 반복하는 사이 이내 신비의 브로켄을 만들어 내더니

마치 신선의 댕기머리를 풀어놓은 냥 또는 실타래를 풀어 놓은 듯 지리 골골을 누빈다.

천왕의 동편과 남편으로 산그리메들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다도해의 장관을 이루고

한동안 미동하지 않던 뜬구름도 이제 하루의 외출을 시작하려는 듯 서서히 움직인다

이제 있어야 할 만큼의 시간이 흘러 다시 왔던 길 되돌아 나온다.

 

 

 

 

 

천왕과 제석봉에서 눈 맞춤하고 장터목에 아침을 먹고 연하선경 길을 나선다.

맑고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따가운 햇살 여름 같은 가을이지만 이제 구절초가 꽃망울을 머물다 터뜨리고 있다.

올 들어 유독이 구절초가 없다며 야단법석이었는데

제석봉과 연하선경과 그리고 세석에서는 이제 자신의 모습을 뽐내기 시작한다.

좀처럼 자신을 내 보이지 않겠다는 수줍음과 여유를 어찌 우리 인간들이 따라가겠는가?

싱싱한 제 모습을 뽐내며 가을 햇살에 눈부시게 피어 있는데……

 

 

 

 

 

우연한 만남이 또 다시 이뤄진다.

촛대봉 못 미쳐 넷 상에서 뵈었던 광주 호야님을 비롯한 산 친구를 만나다.

첫눈에 알아주는 고마움과 반가움에 山情 토해내고

또 다시 산 이야기는 이어지면서 촛대봉 구절초 놀이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각각의 제 갈 길을 향에 쪼개지면서 그들은 또 다른 여정의 길로

난 한신계곡으로 몸을 던지면서 산행을 마무리하련다.

 

 

 

2011. 9. 15

청산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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