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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가을로 가는 지리산에서

by 청산전치옥 2011. 10. 5.

 

가을로 가는 지리산에서

 

 

-일시: 2011. 10. 1~ 2

-어디를: 중봉골~ 중봉~ 천왕봉~ 장터목~ 중산리

-누구와: 일락부부. 도치부부. 산구화. 초지.

 

 

 

 

며칠 전부터 인터넷 검색창에서 기상청을 들락거리기를 반복합니다.

모처럼 휴일과 겹치는 황금연휴가 내가 쉬는 날이기도 하지요.

목요일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이고 보면 모르긴 몰라도 초지님 태극도 어려울 듯.

이내 가을비가 추적추적 나린가 싶더니 그렇게도 떠나기 싫어하던 여름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이내 찬바람을 몰고 옵니다.

 

 

 

부푼 고무풍선마냥 바람만 잔뜩 키우고 희망하나 걸고 산으로 오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곳 중봉에 서면 뭔가를 보여준다는 예감 하나만 믿고

휴가까지 내고 태극을 맘먹었던 초지님은 맘 변해 함께 따라나서는 데

중봉의 일출 일몰도 시샘하는지 아니면 오늘의 훼방꾼 초지님이 미워서일까.

 

 

 

중산리 도착하여 문명의 이기를 어찌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요?

순두류까지 버스를 이용하여 오르고 이내 오늘의 코스 중봉골로 몸을 던집니다.

지리산 어느 골짜기도 예외일수는 없었던 모양입니다.

처참하게 변해버린 용추폭포와 마야탕은 오 간데 없고 커다란 짱돌만 박혀 있네요.

그래도 시간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듯이 고도를 높일수록 추색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오후 4시 조금 지나 중봉에 도착했습니다.

뭔 찍사들이 이렇게 많은고 우리가 선점 해야 할 곳이5분 여차로 선점되고

맘 놓고 반야의 해넘이를 구경하는데 정말 이런 풍경은 아니올시다.

하기야 내가 올 때마다 좋은 풍경을 보여줬던 중 봉이었건만 오늘은 예외이외다.

그래도 모처럼 함께한 산친구들인데 좋은 모습 좀 보여주시지……

찬바람 맞아가며 일찍 저녁을 챙겨먹습니다.

모처럼 홀로가 아닌 산친구들과의 산상의 만찬이라 배터지려 합니다 ㅋㅋ

 

 

 

 

아무리 춥더라도 천왕의 밤 풍경을 보기 위해 텐트 밖을 나선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가 어깨를 움 추리게 하더니 이내 그 자리로 되돌아 옵니다.

밤하늘의 별들이 예전만 못하는 것 분명합니다.

날씨도 춥고 하여 이른 시간에 침낭으로 몸을 밀어 넣었지만 새벽녘에 한기가 밀려온다.

저녁 내내 바람은 잘 줄 모르더니 아침 여명은 물론 일출 빛은 정녕 볼 수가 없었다.

손이 시럽고 추웠지만 그래도 여운이 남아 아쉬워하면서 몇 컷을 담아 봅니다.

 

 

 

 

<천왕의 가을 사람들>

천왕 상석을 등에 두고 가을 햇살에 몸을 담근 채 가을의 탐욕을 즐기는 천왕사람들

천왕을 밟았다는 벅찬 감격과 함께 표지 석 차지하기를 반복하네요.

북풍의 찬바람이 불어와도 아랑곳없이 행여 자신에 자리를 내줄 시간만 기다리고

남녘을 바라보는 우리들은 익어가는 지리산 가을마중을 나섭니다.

머지않아 아직 여물지 않은 초록빛 잎새들도 단풍색으로 곱게 물들 때 한번쯤

더 찾아주는 센스는 잊지 않고 있지요.

 

 

 

 

이때 일락님께 한 통의 문자가 도착합니다.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라는 문자가 안경점으로부터 ……

~ 오늘 내 생일인가

맞다, 오늘 당신 생일이야ㅎㅎㅎ

갑자기 천왕봉 주변에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너무나 열정적으로 산행에 몰입하다 보니 남편 생일도 몰랐다며 얼굴이 빨개진 애처님

일단 산상의 생일 축하는 장터목에서 하기로 하고 그 자리를 나옵니다.

 

 

 

잠시 끊어질 줄 모르고 상봉으로 이어지는 천왕의 행렬은 계속 이어집니다.

아마 순두류가는 버스가 생긴 뒤로 천왕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을 거라는 생각과

최근에 웰빙산행이 각광을 받고 있는 점 또한 무시를 못하겠지요.

시간이 시간인지라 한참을 여유를 부리면서 제석봉 데크에 앉아 가을노래를 합니다.

가을이 산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아직 자지러진 단풍색은 아니지만 황갈색의 가을 단풍은 고도 1500까지 달리고 있네요.

 

 

 

산 친구들의 만남은 계속 이어집니다.

점심상을 차리는데 나타난 이장님 부부가 청학에서 단숨에 달려오고

진주아재님과 산행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00님 장터목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입니다.

간단히 점심 겸 생일 축하연을 엽니다.

마시지 못하는 축하주 한잔을 했더니 벌개진 얼굴이 볼만 합니다

 

 

 

 

<내려서면서>

흔히들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고 말하기를 하지요.

들판에 오곡백과 익어가는 계절이기도 하겠지만

나의 생에 있어서도 가을은 계산의 계절이 아닌가 싶네요

이 상념의 계절 가을에 얼마만큼의 소득을 누릴 수 있을까.

소득은 무슨 소득이냐고요?

하기야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환율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데...

그런 계산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하는 존재의 가치 등등

지금까지 살아온 날이 헛되었다면 오늘부터 다시 대차대조표를 다시 작성해야지……

 

 

 

유암폭포에서 잠시 쉼을 갖고 내림 짓이 이어집니다.

아직까지 이곳에는 초록의 단풍이 우거져 있고 가을 찬바람이 거세게 불어 댑니다.

이윽고 바쁘지도 않은 잰 걸음으로 이른 저녁시간에 중산리에 닿습니다.

모처럼 이장님 부부와 함께 한 이유도 있고

오늘의 주인공이신 일락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덕산에서 준비한 케이크와

저녁으로 마무리를 하면서 산행을 마칩니다.

케이크 준비해주신 산구화님 고맙고 일락님 생일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2011. 10. 2. 지리산 중봉에서

청산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