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쟁탈과 백두대간(2006.5.10)
백두산에서 산줄기를 따라 힘차게 뻗어 내린 백두대간이 지리산에 이르기 전
수정봉(804.7m)에서 마지막 기를 모았다가 힘껏 솟아 고리봉(1,304.5m)으로
올라서서 천왕봉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풍수를 비롯한 전통사상에 관련된 분들은 수정봉 아래에 맺힌 기의 힘을
받기 위해 자주 찾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몇 차례에 걸쳐 문제제기를 해온 것처럼, 웅대한 백두대간이란
용어가 무색할 정도로 수정봉 아래 가재마을에서 고리봉 능선으로 붙기 전
고기리까지의 구간이 논밭에 포위된 마을 길에 의지하고 있어서 산줄기로서의
연속성에 의문을 가져온 게 사실이다.
우연한 기회에 자료를 뒤적이다가 '하천쟁탈'이라는 낯선 용어를 접하게 되면서
의문이 조금씩 풀리고 있음을 느낀다.
하천쟁탈이란 급경사 하천에서 발생하는 상류쪽 두부침식에 의해 완경사의
하천을 합류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3만년 전쯤 에는 정령치나 선유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은 고기리 못 미처에서
완경사를 이루며, 지금의 구룡계곡이 아닌 가재마을 앞을 지나(현재의 백두
대간을 넘어) 운봉의 남천(광천)을 통하여 만수천, 경호강으로 합류했다고 한다.
그러니 까마득한 옛날에는 백두대간 줄기가 수정봉에서 덕치리와 고기리를
거쳐 오강바위 근처의 x 1,112m 옆봉의 산줄기를 따라 올라서서 만복대
전위봉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학설이다.
위쪽의 완만한 하천과는 달리, 협곡에 해당하는 구룡계곡의 급경사는 계속된
두부침식작용을 거쳐 기존의 백두대간을 허물어뜨리고 깎아 들어 가더니, 급기
야는 정령치와 선유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완만해지는 지점인 고기리
쪽에서 하천을 합류(쟁탈)시켜 커다란 수계의 변화(요천을 거쳐 섬진강으로
합류)를 불러일으켰다 한다.
이에 따라 과거의 유로는 흔적만 남게 되는 곡중수분계(풍극, Wind Gap)를
이루어 새로운 수분계가 만들어지게 되고, 물줄기의 흐름이 변하여 위태로운
마을 길에 의지해야 하는 지금의 백두대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백두산을 비롯한 우리나라 곳곳에서 관찰되는 지형이라고 한다.
3만년 전의 지형이고, 직접 논문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논문에서 인용한 자료를
참조한 것이니 아직은 불완전하지만, 경험과 지형으로 미루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자연도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끝없는 자기 생명력과 복원력으로 스스로를
변화시켜가는 모양이다.
(^_^) 지다람 / 윤 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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