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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하점골 그리고 심마니능선

by 청산전치옥 2010. 1. 22.

 

하점우골 그리고 심마니능선

 

  

-일시: 2010.1.21

-어디를: 하점우골-심마니능선

-누구와: 늘산. 쪽빛. 의연한산. 늘푸른. 지리산꾼. 짝궁. 지다람. .

 

 

오메, 지리산 눈 다 녹것네

눈이 내려야 할 겨울에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얼굴을 핥고 지나는 바람은 겨울 냄새를 상실한 듯 시원함이 묻어 난다.

어제 大寒인 한겨울에 기온이 상승하여 섣부른 봄 타령을 해도 그만인 겨울 비였다.

그러면서도 마음의 위안을 삼아본다.

고도 높은 지리산은 설마 상고대라도 피겠지……’

 

 

 

 

산행공지

옛날부터 단출하게 산행을 하는 스타일이라 공지를 할까 망설였다.

우리가 산행기를 올려놓고 덧글 단 사람들이 없으면 뻘쭘하듯이

간다는 사람은 없고 못 간다는 사람만 주렁주렁 달렸다.

해서 조용히 단 둘이서 하봉에나 다녀올까 하는데 핸폰이 울려댄다.

광주팀 늘산님 일행과 함께 하자는 내용의 메시지다.

 

 

 

 

애마를 타고 지리산 뱀사골 학천마을을 향해 달렸다.

원재를 넘어 안개 숲을 헤치며 나갈 때 내 마음은 얼마나 상심이 깊었는지

벌써 그들은 먼저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궁계곡의 수량이 불어나 어디로 건널까 망설이다가 무려 30여분의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촉촉한 겨울 비를 맞은 산 길은 낙엽 속의 얼음이 오늘 우리들의 복병이다.

 

 

 

 

계곡의 빙벽을 이뤘던 얼음은 후드득거리면 떨어지기 시작한다.

고도를 약간 올리니 그 옛날 광산골의 흔적인 광업진흥공사의 말뚝 팻말이 눈에 들어 온다.

쪽빛님은 그 흔적 무엇을 찾겠다고 참 부지런히도 주변을 서성인다.

양쪽으로 지리산에 관한 두 사부(師父)가 있으니 우리가 어디를 주춤할 것인가

오늘도 늘산님은 후 답자를 위해서 열심히 표식기 남발을 하신다 ㅎㅎ

 

 

 

산행 후 2시간 만에 폭포수의 향연이 펼쳐지는 암반에 닿는다.

여름이라면 이곳 이끼의 매력에 한참을 머물다 갈 것인데

그래도 겨울이지만 그런대로 운치를 더하는 맛은 있어 보였다.

빙벽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봄을 알리는 것 같았고 그 얼음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쏠쏠한 재미. 이윽고 넘어지는 소리에 모두가 까르륵거리며...

 

 

 

 

 

잠시 후 능선에 닿는다.

산 능선의 희뿌연 상고대의물결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날씨가 너무 따뜻해 시간이 갈수록 그들도 생명을 다하고 있었다.

너무 아쉬워 투구봉까지 다녀오자는 나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인다.

고도를 높여도 북 사면에도 어제 내린 비로 인하여 눈은 거의 다 녹아 없어져버렸다.

 

 

 

 

투구봉 옆 최고의 조망대(眺望臺)에 섰다.

한마디로 유구무언이로다

어렵고 힘들게 올라온 사람들에게는 보여주는 산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못한다.

능선에서 산하의 조망을 보며 느끼는 즐거움이나 행복은 기쁨의 그 배()가 된다는 사실

난 언제나 이 기쁨을 산행의 오르가슴이라고 표현을 한다.

저 멀리 덕유까지 보이는 모습과 아직도 서북능선을 넘나드는 운해는 상고대를 만들고

동쪽으로 천왕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명선봉과 뚜렷한 얼음쐐기골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부 적당한 곳에서 점심상을 차렸다.

모두가 맛있게 먹는데 지리산꾼님이 문제다.

뭐 못 먹는 음식이 많으니……

이제 정주님은 앞으로 함께하는데 재고를 해 봐야겠다는 우리들의 의견이다 ㅎㅎ

나도 못 먹는 음식이 있는데, . 꽃게. 새우등의 갑각류. 홍어

늘산님 하는 말 그럼 형님은 여자만 좋아 하요 ㅎㅎㅎㅎ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 심마니능선을 타다.

그러니까 심마니능선을 타 봤던 기억이 산행에 입문했을 때 겁도 없이 탔던 그 시절

와운골~삼도봉~묘향대~반야봉~심마니능선을 탔으니……

지금 그 모습은 간데없고 여유로운 산행에서 또 다른 산행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능선을 타면서 조망대란 조망대를 거치면서 여유를 부리며 카메라에 담는다.

이곳 능선의 상고대는 이제 거의 생명을 다 했지만

하루 종일 서북능선 바래봉은 상고대의물결을 이루고 있었네

그 누가 그곳만 본다면 오늘 지리산 간 놈들 재수 되게 좋겠네 하겠지요.

 

 

함께하신 산님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은 지리산***에서 뵙시다.

 

2010. 1.21

청산 전 치 옥 씀

 

PS: 메모리 오류가 나타나기에 어떻게 살려 본다는 게 본인의 실수로 투구봉조망대

    사진 30여장 모두 날려 버렸습니다. 살리는 방법을 연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