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점우골 그리고 심마니능선
-일시: -어디를: 하점우골-심마니능선 -누구와: 늘산. 쪽빛. 의연한산. 늘푸른. 지리산꾼. 짝궁. 지다람. 나.
‘오메, 지리산 눈 다 녹것네’ 눈이 내려야 할 겨울에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얼굴을 핥고 지나는 바람은 겨울 냄새를 상실한 듯 시원함이 묻어 난다. 어제 大寒인 한겨울에 기온이 상승하여 섣부른 봄 타령을 해도 그만인 겨울 비였다. 그러면서도 마음의 위안을 삼아본다. ‘고도 높은 지리산은 설마 상고대라도 피겠지……’
산행공지 옛날부터 단출하게 산행을 하는 스타일이라 공지를 할까 망설였다. 우리가 산행기를 올려놓고 덧글 단 사람들이 없으면 뻘쭘하듯이 간다는 사람은 없고 못 간다는 사람만 주렁주렁 달렸다. 해서 조용히 단 둘이서 하봉에나 다녀올까 하는데 핸폰이 울려댄다. 광주팀 늘산님 일행과 함께 하자는 내용의 메시지다.
애마를 타고 지리산 뱀사골 학천마을을 향해 달렸다. 벌써 그들은 먼저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궁계곡의 수량이 불어나 어디로 건널까 망설이다가 무려 30여분의 시간을 소비해 버렸다. 촉촉한 겨울 비를 맞은 산 길은 낙엽 속의 얼음이 오늘 우리들의 복병이다.
계곡의 빙벽을 이뤘던 얼음은 후드득거리면 떨어지기 시작한다. 고도를 약간 올리니 그 옛날 광산골의 흔적인 광업진흥공사의 말뚝 팻말이 눈에 들어 온다. 쪽빛님은 그 흔적 무엇을 찾겠다고 참 부지런히도 주변을 서성인다. 양쪽으로 지리산에 관한 두 사부(師父)가 있으니 우리가 어디를 주춤할 것인가 오늘도 늘산님은 후 답자를 위해서 열심히 표식기 남발을 하신다 ㅎㅎ
산행 후 2시간 만에 폭포수의 향연이 펼쳐지는 암반에 닿는다. 여름이라면 이곳 이끼의 매력에 한참을 머물다 갈 것인데 그래도 겨울이지만 그런대로 운치를 더하는 맛은 있어 보였다. 빙벽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봄을 알리는 것 같았고 그 얼음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쏠쏠한 재미. 이윽고 넘어지는 소리에 모두가 까르륵거리며…...
잠시 후 능선에 닿는다. 산 능선의 희뿌연 상고대의물결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날씨가 너무 따뜻해 시간이 갈수록 그들도 생명을 다하고 있었다. 너무 아쉬워 투구봉까지 다녀오자는 나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인다. 고도를 높여도 북 사면에도 어제 내린 비로 인하여 눈은 거의 다 녹아 없어져버렸다.
투구봉 옆 최고의 조망대(眺望臺)에 섰다. 한마디로 유구무언이로다 어렵고 힘들게 올라온 사람들에게는 보여주는 산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못한다. 능선에서 산하의 조망을 보며 느끼는 즐거움이나 행복은 기쁨의 그 배(培)가 된다는 사실 난 언제나 이 기쁨을 산행의 오르가슴이라고 표현을 한다. 저 멀리 덕유까지 보이는 모습과 아직도 서북능선을 넘나드는 운해는 상고대를 만들고 동쪽으로 천왕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명선봉과 뚜렷한 얼음쐐기골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부 적당한 곳에서 점심상을 차렸다. 모두가 맛있게 먹는데 지리산꾼님이 문제다. 뭐 못 먹는 음식이 많으니……ㅎ 이제 정주님은 앞으로 함께하는데 재고를 해 봐야겠다는 우리들의 의견이다 ㅎㅎ ‘나도 못 먹는 음식이 있는데, 술. 꽃게. 새우등의 갑각류. 홍어’ 늘산님 하는 말 “그럼 형님은 여자만 좋아 하요” ㅎㅎㅎㅎ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 심마니능선을 타다. 그러니까 심마니능선을 타 봤던 기억이 산행에 입문했을 때 겁도 없이 탔던 그 시절 와운골~삼도봉~묘향대~반야봉~심마니능선을 탔으니…… 지금 그 모습은 간데없고 여유로운 산행에서 또 다른 산행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능선을 타면서 조망대란 조망대를 거치면서 여유를 부리며 카메라에 담는다. 이곳 능선의 상고대는 이제 거의 생명을 다 했지만 하루 종일 서북능선 바래봉은 상고대의물결을 이루고 있었네 그 누가 그곳만 본다면 “오늘 지리산 간 놈들 재수 되게 좋겠네” 하겠지요.
함께하신 산님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은 지리산***에서 뵙시다.
청산 전 치 옥 씀
PS: 메모리 오류가 나타나기에 어떻게 살려 본다는 게 본인의 실수로 투구봉조망대 사진 30여장 모두 날려 버렸습니다. 살리는 방법을 연구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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