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향연과 함께한 변산에서.
-산행 일시:
2005.4.21.
-산행구간:
남여치-월명암-직소폭포-관음봉-내소사.
-함께한 사람: M산악회와 직원일행.
며칠 전 만개했던 뜰 앞의 목련
꽃은 파란 새싹으로 튕겨져 있습니다.
올 봄 유난히도 만개했던 매화와
산수유 벚꽃들도 이제 모두 새로운
생명의 소임을 안고 자신들의 옷을
파란색으로 추슬러 입습니다.
행여 자신의 부끄러움을 더 이상
노출하고 싶지 않음인가요.
아니면 항상 새로움을 요구하는
우리 인간들에 대한 대응인가요.
그러나 그들은 또 계절의 순환
속에 새로움을 잉태하고 자신들은
더욱더 성장하며 커 나갈 것입니다.
어제는 어찌나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지 중국에서 불어온 황사의
영향으로 시계가 불투명하더니
오늘까지 이어진 황사가 산행해야 할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봄만 되면 꽃가루 때문에 비염으로 곤혹을
치르고 벌써 한바탕 비염과 싸운
나는 말릴 수 없는 존재란 말인가.
시계가 불투명한 아침에
안내산악회의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집밖을
나섭니다. 세워진 주차장의 차량들이 희뿌연 황사먼지로 도배한 사이를
비집고 집밖을 나섭니다.
국립공원인 부안의
변산반도.
작년에 수많은 언론매체를 통하여
이곳 부안 위도의 핵 폐기 시설로
시선을 끌었던 곳,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에 의한 에너지 공급률이
40%에 이르고 있다 하니 이에
상응하는 폐기시설은 완비 되어야 하고
부안 군민들의 생존권 사수니
집단이기주의니 문제를 떠나 어떤 다른
솔로몬의 지혜가 대안으로 떠 오르기를 바라며 오늘의 산행에 임합니다.
<오늘 산행의
초입과 열린 공간에서>
오늘 산행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길거리에 소비한 우리는 남녀치
매표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차에 내리자마자 용수철이 튀어 나오듯 그
들은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며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산으로 오릅니다.
마치 전장으로 나가는 완전 무장한
군인들의 표정처럼…….
산에만 오면 마음이 바빠진 자신도
언제부터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모든걸 다보고
느끼며 여유로운 산행을 하려고 합니다.
일행 모두를 보내고 남녀치에 나
혼자 남았습니다.
언제 다시 올 기회가 없을지 몰라
주변의 모습을 살핍니다.
희뿌옇게 쏟아 내린 황사 낀
변산의 산행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소나무 사이의 열린
공간으로 시야를 확보한 나는 서쪽바다를
감상합니다. 희미한 공간에 비춰주는 돛단배의 여유로움과 논농사의
부지런한 채비에 움직이는 촌로의
모습에서 정겨운 시골의 정취가 느껴
집니다. 우리 일행은 시야에서 멀어지고 산 객인지 상춘객인지 모를
줄지어 늘어진 모습에서 나의 발길은 더욱더 더디어만 갑니다.
<월명암에서>
-월명암.
쌍선봉 서쪽사면에 난 길가로 관음
약수터가 이어지고
약수터를 스쳐 지나면 약간 오름
속 뒤에 내려다 보이는 월명암이
나옵니다. 많은 산 객들이 이곳을 스쳐 가면서 修道(수도)에 방해가
되었는지 계단입구에서부터
직소폭포의 방향표시를 해 놓았습니다.
“걸림 없이 살 줄 알라” 는
법보장경의 글귀를 음미 해 보면서 우리
衆生(중생)들을 위한 지혜로운 삶을 살라 하는 글귀가 지금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신을 낮추어라는…….
-초록의 향연이 주는 즐거움
속에서
월명암을 빠져 나와 삼면이 트인
암봉에 와 닿습니다.
아침에 같이 동승한 우리 직원
분들이 이곳에서 벌써 점심을 먹기로
한 모양입니다. 널 퍼짐 한 암반 위에 차려놓은 점심메뉴가 나의 시각을
끌어 당깁니다. 점심을 준비하지 못한 자신이 오히려 민망하여 그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핑계를
둘러봅니다만 용납되지 않을 것 같아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내소사 방향 쪽으로 산중의 작은 호수와 봉래구곡이
퍽이나 인상적이며 초록으로 덫
칠된 山河(산하)는 나의 시각과 촉각
그리고 후각까지 동원되어 초록의
향연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두 잔의 소주잔이 오고 가면서
내 비록 마시지 못한 소주이지만
그들에게서 전해지는 소주 한잔의 의미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직소폭포의
아름다움
좌측으로 피어있는 선인봉의
소나무가 산 벚꽃과 어우러진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며 산중의 호수는
더욱더 나의 발걸음을 재촉하더니
계곡의 평지 길로
닿았습니다. 산행이라기 보다는 트레킹이라 것이
더 어울리는 단어일 것
같습니다. 호수 좌측을 끼고 도는 산행이
너무도 인상적이며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봉래구곡의 인공호수를 지나서
직소폭포를 향하여 갑니다.
행여 하나라도 놓치기 아쉬워
선녀탕을 들러 보지만 선녀의 모습은
오 간데 없고 맑은 沼(소) 가장자리가 피라미들의 놀이터 같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직소폭포에
왔습니다. 직벽단애에서 떨어진 흰 포말은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그 정점의
뒤에는 하늘금이 만들어 놓은 관음봉의 상하 좌우의 균형대비가 어쩌면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자연이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신비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솔길의
여유.
직소폭포를 지나면서 시작된
오솔길은 정겨운 고향의 시냇물을 연상하게
합니다. 커다란 나무들과 묘의 비석까지 뒹굴어 놓은 이곳 계곡에도
지금까지 태풍의 흔적을 지우지
못함이 한편으로 아쉽습니다.
좌측으로 계속 이어진 계곡은 얕은
물가에 이따금씩 피어있는 진달래와
뱀처럼 휘어진 버드나무 속에
고사목과 어우러진 이곳이 서양화의 풍경화
사진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한가지 궁금증은 이렇게 낮은 지형에서도 마르지
않은 계곡이 신기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을 찾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넉넉한 오솔길을 벗어나 약간의 오름 속에 재백이고개에 도착
하였습니다. 바로 앞의 원암 마을의 선명한 윤곽은 드러났지만 저 멀리
바다의 수평선은 아직도 황사의
방해로 묻혀 버렸습니다.
내소사로 향하기 위해 마당바위와
철 계단을 건너 갑니다. 어느 산 객은
그것도 부족하든지 바위사면을 트래버스하며 올라 갑니다.
관음봉지나 새봉으로 향하고 싶지만
새봉은 아직도 우리에게 인위적으로
보여 줄 수 없음인지 비 지정이란
장애물이 버티고 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자신이 밟아
온 흔적을 찾아 봅니다.
드디어 발 아래의 내소사가 한눈에 잡힙니다.
마냥 평화롭게 느껴지고 초록으로
둘러쳐진 내소사의 기와가 거북 등을
연상 시킵니다. 부지런을 떨어가며 이윽고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로 들어
섭니다. 하늘로 솟은 전나무들은 위용을 과시하며 병정들의 집합체인양
일사불란한 모습 그대로
입니다. 뿜어져 나오는 침엽수의 향속에서 잠시
세속의 번뇌를 말끔히 씻고 진리의
세계로 향하고 싶습니다.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문을 지나
새봉과 능가산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싼
경내로 들어서니 수령이 1000년 된 느티나무에 위압 당합니다.
평일인데도 수 많은 사람들과 소풍
나온 학생들로 인하여 경내는 다소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그곳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소사의 대웅보전과
이곳의 보물들을 열심히 디카에
담아 넣습니다.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을
무렵 여유롭게 전나무 숲길을 뚫고 일주문을 나섭니다.
-들꽃과의
만남.
16시 30분까지 주차장으로
오라는 산행대장님의 말씀을 새기면서 시간의
여유가 있어 야생화의 들꽃과 얘기
하기로 하고 널려진 꽃밭에서 독백을
뱉어 냅니다. 꽃과의 처음 만남은 기쁨에서 시작됩니다. 항상 기쁨
뒤에는
슬픔이 있다는 걸 망각한 채
우리네 인간들은 한치의 앞을 내다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이 들꽃도 소임을 다하고 원래의 위치대로 되돌아설
때를 생각하니 오늘의 모습이
가련해 보입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여학생
들에게 혹시 꽃 이름을 알까
물어봤습니다. 수연이랍니다.
자기도 몰라 자기이름을 따서
지어준 수연이라는 야생화. 그래 이 들꽃
보다 맑고 깨끗한 순수한 너의
마음이 더 예쁘구나……
그래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주위를 배회하는 것 보다 일행을 만나 볼
요량으로 버스를 찾아 나섰는데
웬걸 모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이곳이 너무 비좁고 복잡하여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장소를 옮겨 안내 산악회에서 베푼 돼지족발과 하산주인
유자 주 맛이 끝내준답니다.
-어느 산우님과의
대화.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나의
산행 기에 대하여 많은 대화가 있었습니다.10년을 넘게 산행하면서도 쉽게
산행 기를 쓰지 못한 자신의 마음속에 담아둔 하고 싶은 말들을 내가 대신해서 써 준다는 고마움에 어느새 나의 팬이
되 버렸다는 말에 이 글을 통해서 진정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고 그것은
산을 더욱더 아끼고 사랑하라는 충고의 내용으로 답하고 싶습니다.
왜 지리산만 자주 찾느냐는 말씀에 그들의 눈에 비친 나의 산행이 편협 된
지리산 산행으로 오해를 낳고 있는 모양이다. 자신이 지리산을 자주 찾음은
그곳에 대한 無知(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은
하였지만……
언젠가 내 자신이 약속한 내용을
생각 해봅니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한두 번쯤
산행하기로 하였던 마음의 약속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고 봅니다. 아무쪼록 산우님들과의 만남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며 충고의 말씀을 고맙게
받아드리겠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2005-04-26
전 치 옥 씀.
-일정정리.
11:55 산행 시작(남녀치
매표소).
12:20 관음
약수터.
12:30~12:40
월명암(380m)
12:50~13:20 점심
& 휴식.
14:00
직소폭포.
14:25
원암재(재백이고개).
14:40
관음봉.
15:10 내소사(산행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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