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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일반산행기

덕룡산과 주작산을 아시나요

by 청산전치옥 2005. 6. 20.

제목:덕룡산+주작산을 아시나요?

 

1, 산행 일시: 2004,4,11(일요일)

2, 날씨: 흐리고 시계는 양호

3, 산행구간: 소석문-동봉-서봉-무명봉-첨봉-작천소령(양난농장)-주작산암릉지대-오소재

4, 동행인: solo

 

5, 코스별 시간

        10:25 소석문 출발

        11:10 만덕광산 갈림길(동봉0.8km)

        11:30 동봉(420m)/서봉 0.28km

        11:40 서봉(432.9m)

        11:55 수양마을 삼거리(수양마을1.26km)

        12:20 무명동

        12:30 첨봉도착 및 점심

        13:10 작천소령(양난농장)

        13:15 주작산 암릉지대

        15:25 오소재

 

6, 산행거리: 12km

7, 산행 시간: 5시간

8, 산행 일기

 

    <산행동기>

강진 덕룡산,주작산을 산행하기로 맘 먹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지난 겨울 산행을 하고 싶었지만 뜻밖의 눈 때문에 산행을 포기하고

47일 산행 하기로 하였는데 갑자기 천관산으로 코스 변경하는 바람에

결국,오늘 현대산악회를 통하여 산행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산행일기>

내 익히 덕룡산/주작산이 험하기로 소문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 산행을 해 보니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지난 군대시절 유격훈련을 어찌 잊으리오! 계속 이어진 유격훈련은

이날 산행하게 된 여자분들도 ! 과연 유격훈련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체험을 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이 두산은 산이 높이에 따라 산세가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는 산이다.

높이라야 기껏 해발 400m를 조금 넘는 산이지만 산세만큼은 1000m의 이상의 산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덕룡, 주작산이 증명하게 되었다.

 

웅장 하면서도 톱날처럼 날카롭게 솟구친 암봉들, 결코 10m의 간격을 두지 않고도

계속 이어진 암봉이 우리 인간들의 끈기를 시험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 자연 앞에 숙연해진다.

 

결국, 우리 인간은 자연을 넘볼 수 없는 미천한 사물에 불과한 것이라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곳이 덕룡, 주작이 아닌가 생각한다.

산행 초입은 강진군 도암면 소석문에서 부터 시작된다.

소석문은 석문산과 덕룡산 중앙의 협곡을 말한다.

만덕산과 석문산 사이를 대석문이라고 한데서 유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차에 내리자 마자 협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봉황천을 끼고 왼쪽으로 덕룡산과

우측의 깎아지르는 암벽을 이루는 석문산은 그야말로 현란스럽게 치솟아 있다.

 

배낭을 꾸리고 등산화 끈을 메고 있는 사이 일행은 벌써 암릉을 타고 있는 게 아닌가.

5분여를 걸었을 때 벌써 벽에 부딪치는 기분이 앞서더니만

내 앞에 커다란 장애가 있는 게 아닌가?

벌써부터 유격훈련이 계속되더니만 빨리 갈래야 갈수가 없는 코스가 이곳이 아닌가 싶다.

항상 그랬듯이 맨 나중에 출발한 내가 도착지에는 항상 먼저 와서 그들을 만났듯이

오늘도 산행 중에 일행 한 분 한 분이 뒤처지기를 반복하더니만 30여분 왔을 때

나 혼자라는 것을 느꼈다.

가끔씩 다른 산악회 회원들이 암릉을 탈 때면 또한 무턱대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곳이

이곳 아닌가? 한참을 온 것 같은데 도대체 어디가 동봉인지 알 수가 없어 지도를 펴본다.

산밑에 희뿌연 건물이 보인다. 만덕광산인 것이다.

 

조금 후에 만덕광산 갈림길을 지나 암봉을 오른쪽으로 돌아가자 쌍둥이의

두 개의 바위봉우리가 가까운 거리에 우뚝 서있다. 동봉과 서봉인 것이 분명하다.

 

힘들게 동봉에 올라서자 감동의 파노라마가 연출된다.

저 멀리 만덕산, 석문산을 거쳐 이곳 덕룡산까지, 그리고 저멀리 내가가야 할

주작산과 오소재 넘어 해남 두륜산까지 꿈틀거리며 달려가는

암릉이 만들어 내는 감동적 풍경인 파노라마다.

정다움과 시원함이 동시에 전해지는 남해바다의 풍경이

이곳 덕룡만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화려함이 아닌가 싶다.

이윽고 서봉에 다다랐을 때 역시도 이곳에서도 파노라마는 그대로 연출되고 있었다.

 

일부의 등산객들이 힘이 부쳐서인지 이곳 수양마을 삼거리로 하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바위 하나를 넘었는가 싶으면 또 다른 암봉이 나타나고 억새가 춤을 추는가 싶으면

어느새 험준한 바위들이 앞을 가로 막기를 여러 번 지났을 때 이내 억새능선에 다다른다.

 

! 이 길만 같았으면 하는 마음에 인근 산악회 3명과 함께 도시락을 꺼내 들고

점심을 함께한 그들은 익산에서 온 젊은 산악인이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첨봉을 향하여 내 딛는다.

험준한 암릉을 걷다가 고개를 쳐들면 멀리서 두륜산이 웃고 있고,

가깝게는 주작산이 편안한 마음을 오라고 손짓한다.

 

이윽고 천봉을 지나자 광활한 억새 밭으로 바뀐다.

억새 군락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또 다시 뒤쪽의 첨봉을 멀리하고 또 다른 암릉의 세계로 쉽게 빠져든다.

나는 벌써 작천소령을 지나 주작산 암릉지대에 와 있는 것이다.

(산행뒤에 알았지만 주작산 정산은 이곳 암릉지대가 아니라 반대편 봉우리가 정상임)

 

<주작산 암릉지대/오소재>

! 이제 또다시 유격은 계속 되리라.

어쩌면 이곳 주작산 산행이 더 힘들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허지만 나의 체력은 내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접근해본다.

그런데 웬걸 정말 장난이 아닌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암릉길은 인내의 한계를 테스트 하는 산이다.

맨 처음 암릉이 몇 개인가를 세어보면서 넘나들었지만 10여 개를 넘고 나서는

더 이상 셀 수가 없었다. 암릉 높이가 고작 30-50m의 암봉이 정말로 끝도 없이 이어진다.

 

넘고 나면 또 있고 돌아가면 나타나고 화가 날만하면

바위틈의 진달래가 선홍색의 미소로 나를 반긴다. 덕룡산에서도 그랬듯이 이곳 주작산

역시도 능선에서 올라서 본 다도해의 풍경은 해안의 산이 가져다 준 보너스가 아닌가 싶다.

 

아직은 연두색의 싹이 채 띄워지지 않았지만 이따금씩 파고드는 시원한 바람이 있어

금상첨화가 아닌가, 산을 기대고 바다를 끌어안은 들판에는 보리가 푸릇푸릇하고

쪽빛 바다와 크고 작은 섬들이 정겹게만 느껴지는 곳.

 

섬이 있어 바다는 외롭지 않고 바다가 있어 섬은 포근하다.

그래서 우리자연의 모습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수 있게 끔 하나님께서 창조 하셨건만,

우리네 인간은......

 

주작산의 암릉은 덕룡산에 비하면 더 한층 우리의 인내가 요구되는 산이다.

주작산의 암릉은 금강산 만물산에 버금갈 정도의 바위군상이 펼쳐진다.

수직절리를 한 바위들이 병풍을 두른 듯 하고 그 자태는 위풍당당하다.

여기에 만개한 진달래 꽃이 가세하여 꽃 미남을 만들더니만,

벌써 진 땅바닥에 떨어진 핏빛의 동백꽃이 처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금만 멀리서 보았을 때 과연 저 산을 어떻게 지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자신을 의심해 보기를 몇 번이고 하였지만

바위 사이를 끼어가고, 돌아가고 하면서 암릉을 지나간다. 세상살이가 이런 것 아니겠는가?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암담해 보여도 막상 부딪쳐 보면 길이 있듯이......

 

오소제를 바라 보이는 곳 주작산 끝머리에 두 갈래 길이 나타난다.

항상 나 홀로 산행을 하게 될 때면 겪게 되는 선택의 길이 나왔다.

이럴 때면 감으로 (GPS없음)선택한 길이 거의 맞아 떨어지듯이 우측 길을 선택해야 될 것 같았다.

역시 두 길은 결국 만나는 길이다.

 

오늘 이렇게 하여 산행을 하면서 뒤에 따라온 일행들이 주작산을 선택하지 않고

그냥 작천소령으로 하산했으며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어찌 그들도 산에 대한 욕망이 없겠는가?

 

이윽고 일행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결국 마지막 산행 주자는 19:30분에서야 나타났으니

이 코스가 얼마나 힘든 코스인가를 증명 해주고도 남은 짓 하다.

 

9. 산행후기

대자연이 빚어 낸 최고의 예술 앞에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모양을 만들어

한 폭의 그림이 되고 감미로운 멜로디를 제공한 신께 감사 드린다.

오늘 대자연과 말없는 대화를 통하여 생명의 신비로움에 감사 드리며 바위들과

시각예술의 극치를 맛보았으며, 진달래 꽃과 아름다움 이란 주제로 마음을 나누었고,

산새들과의 음악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이런 말없는 대화 속에 참다운 나를 찾을 수 있는 과정이 아니었는가 생각되며,

앞에서도 말했듯이 눈앞의 현실이 암담해 보여도 부딪쳐 보면 항상 길이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터득한 산행이었다.

앞으로 인생에 있어서 힘든 여정이 있다면 어제 꼭 한번 이산을 찾기로 하고

이만 산행 기를 마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4. 4. 12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