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새개골과 오토바이능선
이야기.
-언제:
-어디를: 작은새개골과
오토바이능선.
-누구와: 산노을과
나.
큰새개골. 큰새골. 작은새개골.
그리고 작은새골.
웬만한 지리 산 꾼이 아니고서야 이름부터 야릇한 계곡들을 알기란 쉽지 않다. 듣는 이로 하여금 그 계곡이 그 계곡 아닌가 하고 오히려 핀잔을 듣던 몇 해 전의 일이 생각난다. 지리산 칠선봉을 사이에 두고 백무동과 대성골을 넘나드는 알려지지 않은 비경의 계곡들이다. 대성골과 큰새개골을 오가면서도 몇 번의 눈길만 주고 아쉽게 떠나는 산 꾼은 정녕 오늘에서야 작은새개골의 오지를 찾아 나선다.
항상 그랬듯이 아침이면 ALARM SETTING 없이 일어나곤 하였는데 어제 저녁 EVE’
근무를 마치고 집들이 갔다가
산노을님으로 전화를 받고
산행취소를 할까 하고 망설여 보면서도 배낭을 꾸리며 문밖을 나선다. 김밥 집에 들러 김밥 몇 개를 싸
들고 벌써 출근 차들로 꽉 메운 도로에서 산행을 위하여 내키지 않은 김밥을 구겨 넣으면서 의신을 향해 달린다.
-산행시작.
길가 후미진 곳에 주차를 하고
주위 상황을 살피는데 어제 연휴가 끝난 탓일까 주위가 썰렁하고 허전한 기분이 든다.’벌써 여름이 다
지나 갔나’ 평소대로 산행은 이어지면서 오늘 산행의 들머리를 어디로 할까 망설이다가 이곳
지리99에서 퍼온 코스별 들머리를 펴본다.
-작은새개골.
잠시 후 2번째 계곡 합수점에 도달합니다. 좌측의 지류에서 흐르는 물이 본류에서 흐르는 물보다 더욱더 수량이 풍부합니다. 아마 이게 선비샘골이 아닌가 싶다. 900여 고지부터 본격적인 산사태 지역은 이미 하늘은 열려 있으며 열린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빛은 우리의 거친 숨소리를 자극시키며 말라 붙은 암봉들을 더욱더 위축시킵니다.
그 사이로 보이는 칠선봉의 암봉들은 이따금 운무에 가려 우리를 어서 오라 손짓을 합니다. 1300고지부터 갑자기 디카가 말썽을 피웁니다. 물줄기의 흔적도 찾을 수 없으며 좌측으로 피어있는 야생화와 눈빛으로 주고 받는 대화가 있을 뿐 산노을님은 무심하게 고도를 높이며 빨리 오라 손짓을 합니다.
-주 능선에서.
결국 작은새개골은 인근의 큰새골과 작은새골에 비할 바는 안되겠지만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자신만이 간직한 계곡의 비밀은 간직하고 있었으며 또한 산사태로 발생된 모습들이 자연 치유로 돌아서고 있는 모습에서 환경의 복원력을 기대 해 본다.
-오토바이능선.
선비샘에서 차가운 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덕평능선을 버리고 오토바이능선으로 접어 듭니다. 맨 처음 능선 길은
키 작은 산죽들로 펼쳐지고 완만하게 이어져 오토바이 타는 데는 이상 없었습니다.
이윽고 2갈래의 길이 나타납니다. 신호등 표시 없는 두 갈래의 길에서 신호대기 하다가 우측 길은 삼정리로 향하는 길 같길래 좌측 길을 선택해 갑니다. 한참 내려 온가 싶더니 또 다시 2갈래 길에서 망설입니다. 좌측 능선의 희미한 길 보다는 차량통행이 많고 시그널이 많은 우측 길을 따라 내려가니 능선을 벗어나는 기분입니다. 교통순경 아저씨에게 물어보고 싶었으나 더운 날씨인지 모두 휴가 나가고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지겹게도 울어대는 매미들의 합창뿐이었습니다. 몇 번의 갈지 자를 긋더니 이내 고도를 급격히 떨어뜨리기 시작 합니다. 그쪽 능선을 타야 되지 않을까 후회를 해 봅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오토바이
핸들을 붙잡아 보지만 결국 급경사의 너덜지대에서 보기 좋게 넘어지고 맙니다. 오토바이는 이미 망가져
내 팽 개지고 말았으며 우리들 자신에 혼돈이 일기 시작합니다. 누가 과연 이 길에서 오토바이를 탄단
말인가? 이게 과연 오토바이능선이 맞는가? 하면서도 한가지
안심인 것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는 신념과 다만 요즈음 들어 기름값이 무척 오른 것이 마음에 부담이 됩니다. 가끔씩 시그널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많이 다니지 않는 길임에 틀림없었다.
-나의 오토바이는 보상은 어디에서.
고도 700까지 떨어뜨리는데도 계곡의 물은 보이지 않더니 어느 지점에서부터 계곡의 우측과 좌측을 건너면서 가는
물줄기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이윽고 바위 사이의 두릅나무를
지나고 고사리 밭을 가로 질러 다랭이 논을
지나 대성마을 윗 터에 당도
합니다. 잠시 후 황토민박집과 마을회관을 지나 벽소령 산장 민박집에 당도 함으로써 오늘의 산행을
마칩니다.
지금도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은
내가 내려 온 능선길이 능선 길도 아니면서 어떻게 오토바이능선 길인지를 묻고 싶고 망가진 오토바이만 바라보며 어디에서 보상을 받아야 할까 망설여
지면서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지리는 나에게 또 하나의 숙제를 남기면서 이만 산행기를 마칩니다.
청산 전 치 옥 씀.
-일정정리.
950에서 임시 천막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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