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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어떨 결에 이루어진 한신계곡 산행.

by 청산전치옥 2005. 7. 19.

 

어떨 결에 이루어진 한신계곡 산행

 

언제: 2005.7.10

어디를: 백무동- 한신계곡- 세석- 거림.

누구와: 나 홀로.

 

 

*백무동 계곡*

 

 요즈음 계속된 장마로 인하여 산행을 한지가 벌써 보름을 넘고 있었다.

연속된 휴일을 집에서 보내고 나니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고 동네 뒷산을

다녀온 적은 있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오늘도 장마비는 계속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며칠 전부터 지리산 산행을 약속했던 서울의 지다람님과 약속을 취소했던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창 밖을 바라보니 날씨는 의외로 맑았다. 당장 비는 내리지 않을 기색이었다. 우선 컴퓨터를 부팅하고 나서 일기예보를 보았지만, 비가 내린다는 예보는 유효하였으며……순간 머뭇거리다가 이내 바빠지기 시작한다. 모처럼 가족과 맞는 일요일이지만 그 동안의 산행 공백기간이 나에게는 너무도 길게 느껴졌기에……가족들 모두는 아침 늦잠으로 나의 부지런함은 안중에도 없었다. 나 역시 행여 방해가 될까 싶어 조심스럽게 가스레인지에 불을 지핀다.

 

*달맞이꽃*

 

         

          *한신폭포의 위용 앞에서*

 

*거림골의 모습*

 

밥을 먹으면서 어디로 갈까 망설여 보면서 지금 이 시간 혼자 떠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이겠기에 일단 안내산악회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한다. 대충 안면이 있는 몇 분과 대화를 하던 중 그들 역시도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배낭 메고 나왔다는 얘기다.

모두가 그 동안의 산행의 굶주림에 목말라 하던 산 꾼들이다.

어느 산악회 어느 버스를 가릴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는 결국 오늘 산행도 접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백무동으로 향하는 S 산악회에 몸을 싣고 가면서 혼자 여유 있게 미소를 지어본다.

그것은 다름아닌 작은새골의 산행길이 마음으로 전해오기 때문이다.

10시45분에 도착한 나는 바쁜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지난번 다람님께서 일러준 작은새골의 들 머리를 찾는 데는 별 어려움은 없었다.

문제는 장마철로 인하여 수량이 너무 많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산행 시작.

일요일과 그 동안 장마비로 인하여 찾아오지 못했던 지리산을 한풀이라도 할 듯이 이곳 백무동으로 관광차들이 수 많은 사람들을 쏟아 붓더니 정신 없이 움직이는 주차요원과 유흥 객들의 행렬 속에 흡입되어 오늘 산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오늘 산행코스를 나 홀로 따로 잡아 걷기로 하였다.

작은새골을 거쳐 덕평봉에 올라 주 능선을 따라 간 뒤 세석에서 거림으로 빠져야 하는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것은 너무 늦게 한 산행과 오후 4시까지 내려오라는 산악대장의 말씀에 인절미 타임을 생각 하더라도 최소한 5시안에 도착 하리라 예상하고 부지런한 걸음으로 나서는데 자꾸만 밀려오는 산행 객 속에 시간이 지체되고 있으니……

 

갈길 바쁜 자신이었지만 일행중의 H씨와 함께 하기를 은근히 바랬다.

그 분의 산행경험과 능력이 말해 주듯이 지리산은 물론이거니와 전국의 명산을 손에 꿰고 있는 산 꾼이기 때문이다. 그와 여러 번 산행을 했으면서도

끝까지 함께한 산행은 또한 없었다. 그의 뛰어난 산행속도를 감당하지 못해서인지도 모른다. 몇 마디를 주고 받다가 이내 작은새골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는 신비의 작은새골로 빠져드는데 계곡의 중간 중간에는 벌써 찾아 온 풍류객들이 버티고 서 있으며 구성지게 울려대는 노랫소리와 취사도구에서 묻어 나오는 구수한 냄새는 나의 시각과 후각을 자극시킨다.

그럴만한 시간이 되었나 보다 하여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를 넘기고 있었으니 이렇게 늦게 시작한 산행은 오늘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쩐지 처음부터 순탄하게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계곡에 흐르는 수량 앞에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망설이다가 이내 쉽게 포기하고 만다. 어쩌면 이곳 계곡산행을 한다는 게 환상이었는지 아니면 너무도 어리석은 생각을 하였던 자신이 미련스럽게 생각되고 있었다. 마음을 다스리고 이내 한신계곡의 등산로를 찾아 다시 되 돌아 온다.

 

 

         

 

*한신폭포에서*

 

잠시 헛된 생각으로 인하여 선두와 멀어진 자신은 늦어진 시간을 만회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걸어 보지만 가끔씩 어떤 산악회의 산 객들과의 만남으로 인하여 추월 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되고 있었다.

이왕 이럴 바에는 어차피 오후 4시까지는 충분히 거림까지 도착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여유 있게 산행 하기로 한다.

 

 

         

 

*백무동 계곡에서*

 

- 한신계곡은.

한신계곡은 지리산의 촛대봉과 영신봉 사이의 협곡에서 만들어져 가네소폭포에서 한신지계곡과 합류하여 백무동으로 이어진다. 즉 백무동 계곡은 크게 4갈래의 계곡을 안고 있다. 백무동 주차장에서 첫나들이 폭포까지를 백무동 계곡이라 하고 첫나들이에서 세석까지를 한신계곡 첫나들이에서 장터목까지를 한신지계곡으로 또 덕평봉 북쪽에서 발원하는 작은새골과 칠선봉에서 발원하는 큰새골로 나뉜다.

 

 

          

 

*비비추와 한신폭포*

 

-한신폭포에서.

한신폭포는 이정표 있는곳에서 100m 정도의 우측계곡으로 내려가야 볼 수 있으므로 얼핏 지나치기 쉽다. 함께한 H님께서 한신폭포의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오라면 나를 그곳으로 밀어낸다. 이곳에 몇 번 와 봤지만 오늘이 처음이기 때문에 자못 기대가 크기도 하다. 장마 속의 산행이라 바위의 모습과 쓰러진 고목의 등걸이 미끄러워 자칫 실수라도 한다 치면 커다란 낭패일수가 있다는 생각에 조심조심 폭포를 향한다. 약 30m 의 비슷한 암반을 흘러 내린 물이 병 주둥이 모양의 깊고 가느다란 연못으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는 지리산의 오케스트라를 능가 할 정도로 우려 퍼지는 폭포 음은 태고의 원시림과 어울려 가슴속 폐부 깊숙이 전해온다. 다만 풍부한 수량으로 인하여 접근을 할 수 없는 아쉬움으로 주위의 야생화인 비비추와 입맞춤으로 그곳을 빠져 나온다.

 

 

        

 

        

 

 

*한신계곡의 또 다른 폭포들*

 

한신폭포 이정표에서 조금 가면 덩굴 숲을 뚫고 지나야 하는데 좌측에 옛 산막 터 흔적이 보이고 등반으로는 계곡 옆을 지나게 된다. 이제부터의 계곡은 뚜렷한 특징이 없는 단조로운 느낌 일색이다. 등반로도 계곡 좌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완만한 오름 길이 계속된다. 다만 너덜 길의 연속이 산 객들의 호흡을 거칠게 만들고 있으나 지천으로 널려있는 시원한 계곡물은 우리의 갈증을 해결 해 준다. 이따금씩 펼쳐지는 침엽수림의 전나무가 자기 키의 높이 만큼이나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르는 모습이 시원한 원시림 속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간혹 세상 모르고 넘나드는 다람쥐는 여유만만한 그들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촛대봉과 삼신봉 쪽에서 흘러 내려온 물이 영신봉 방향에서 흘러온 물과 만나는 곳에 닿는다. 작은 계곡을 건너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영신봉 쪽 계류를 다시 건너면 경사가 심한 곳에 맞닥뜨린다.

 

        

 

 

 

이따금씩 노출된 나무뿌리와 모난 바윗돌의 급경사를 오르지만 그래도 시원한 계곡산행이 힘든 줄 모른다. 날씨는 칙칙한 날씨 이지만 어차피 땀에 젖어있는 모습은 이곳의 어려운 산행의 코스이다. 어느덧 거대한 바위 앞을 돌아 평탄한 쉼터가 나온다 날씨만 좋다면 우측의 영신봉을 볼 수 있으련만……

 

 

*운무와 함께한 세석*

 

*뱀무*

 

*지리터리풀*

 

- 세석에서

한눈에 1300고지를 향하여 오르니 이내 주위의 모습들이 짙은 운무에 가려 앞을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울창한 침엽수림 지대를 올라 오면서 이제 곧 세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이따금씩 주 능선에서 들려 오는 사람들의 소리에 마지막 힘을 다해본다. 마지막 거친 호흡을 내 뱉으며 당도한 세석에서 운무와 함께 점심을 먹어본다.

갑자기 떠난 산행이라 점심이라고 할 것도 없고 항상 즐겨 찾는 개떡2덩어리가 전부인 것이다. 촛대봉에 올라 갈까 망설이다가 운무에 쌓여 있는 모습이 주변의 모습을 볼 수가 없을 것 같아 야생화 몇 점을 담아보고 이내 포기하고 만다.

 

 

        

         *세석교 위 계곡에서*

 

*거림 내려 온 전망바위에서*

 

-거림을 향하여.

이따금씩 내린 가랑비는 마음을 바쁘게 만들고 가끔씩 내리 찍는 엉덩방아에 뒤따르는 산 객의 표적이 되었는지 실소하는 그들 모습을 감지하고 만다.

넘어지는 모습이 그렇게도 재미있습니까 하는 필자의 말에 김해에서 왔다는 그녀 역시도 미안함이 있는지 그냥 키 큰 사람이 넘어지니 더 재미있다며 건네는 사탕에 대화의 물꼬는 터지기 시작합니다. 

정말 산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을 알고 대화하는 이런 모습에 결국 또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시간의 여유로움과 풍부한 수량이 받쳐주는

거림골에서 볼만한 무명폭포들을 찾아 나섭니다. 어쩌면 장마철이 아니고서야 언제 볼 수 있겠는가 싶다. 오늘도 산행의 장막을 거둬야 할 시간이다.

이내 이곳 거림에도 제법 굵은 빗줄기가 드리운다.

 

 

        

 

 

*거림골의 또 다른 모습들*

 

-산행을 마치면서.

오늘도 이곳 산사람들과의 초면이 있었다.

산에서 만남이야 항상 넉넉한 마음과 훈훈한 정은 이곳 산악회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산행 후에 제공된 조개 된장국의 저녁은 부실한 점심을 해결한 나에게는 맛있는 성찬이었고 산행 중에 잠시 대화가 이뤄진 월성광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오늘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H님은 언제 한번 함께 롱런 할는지……

 

*도장골의 모습*

 

 

*운무와 거림골 그리고 구름다리*

 

              바쁜 일상의 관계로 산행 기가 늦었습니다.

 

-산행정리

10:50 산행 시작(주차장)

10:56 작은새골 들머리

11:30 가내소 폭포(755)

11:52~12:15 한신폭포에서(905) 세석2.8/백무동3.7

13:21 이정표(세석 0.7/백무동 5.8)

13:48~14:10 세석에서

14:30 세석교

15:08 북해대교

16:00 산행종료(거림 주차장)

 

                          2005. 7. 19.

                                   청산 전 치 옥 씀.


                               jeon82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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