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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비경속의 작은새골

by 청산전치옥 2005. 8. 7.

秘境 속의 작은새골.

 

 

 

-언제: 2005.7.31.

-어디를: 백무동-작은새골-선비샘-소금길-비린내골-휴양림.

-누구와: 체리카페회원 22.

 

 

 

 

지난번 다녀온 월출산의 후유증이 지금도 가슴에 남는다. 산행 내내 지리산의 계곡을 얼마나 그리워하였던가? 작은새골의 산행은 장마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벌써 이뤄졌을 텐데. 한번쯤 시도하여 결국 들머리에서 꼬리를 내리고 말았던 작은새골이 은근히 유혹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체리카페의 모임이 오늘의 작은새골을 있게 하였다. 주로 전주와 서울에서 근거지를 두고 있는 우리카페 체리는 지리산을 두고 몇 번의 합동산행이 벌써 이뤄졌었다.

 

 

 

 

-만남.

일행을 송알 삼거리에서 6 만나기로 한 자신은 정확히 6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미처 먹지 못한 아침을 어떻게 해결 해 보려고 슈퍼를 기웃거리다가 전주에서 출발하신 체리님 외 다른 분들과 만나게 됩니다. 눈치 빠르신 체리님이 아침김밥을 건 냅니다.

조금 뒤 어제 저녁부터 함께했던 일행 모두와 만나게 되니 인원이 자그마치 22명이나 됩니다. 체리카페 합동산행 중 제일 많은 인원의 산행입니다. 우리 방장님 입이 벌어져 말을 잇지 못할 지경입니다만 오늘의 산행대장의 임무를 맡고있는 다람님은 걱정부터 앞섭니다. 저 역시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간단한 서로의 소개라기 보다는 사진으로 벌써 낮 익은 얼굴을 대하고 보니 누구의 소개도 필요 없이 서로가 알아서 인사를 합니다

 

 

 

 

 

 

-백무동에서

한대의 차를 오늘산행의 날머리인 휴양림에 맡기기로 하고 모두는 백무동을 향해 갑니다. 백무동 주차장은 차 한대를 들여 붙일 공간의 여유도 없었습니다. 길 가 구석진 곳에 어렵사리 주차를 하고 오늘의 산행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갑자기 일행 중인 블랙님이 급체를 하신 모양입니다. 잠깐 기다리기로 하였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쉽지만 여기서 함께하기로 한 산행을 포기하기로 합니다. 오늘 산행의 주최는 결국 산죽님 주관으로 이뤄진 산행인데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돌려 올라가는 나의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산행시작.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산행이 먼저 간 일행을 따라 잡기 위해 부지런히 올라갑니다. 곧 바로 시작된 작은새골의 입구에 들어서 일행들은 만나게 됩니다. 멀리서 바라보니 어느 산악회의 일행인 것 같은 많은 인원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 ~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오지 않겠다는 산죽님과 블랙님이 오겠다는 연락이 다시 온 모양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렇게 하여 어렵사리 작은새골 산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시작된 백무동 계곡은 우리 세속의 사람들의 허물을 씻어줄 듯이 푸른빛 맑은 계류가 우리를 반기더니 들 머리에 들어서자 마자 이번에는 작은새골의 5~6m 높이의 폭포가 우렁찬 소리를 지릅니다. 너도 나도 들이 민 디카는 풍경 하나하나를 놓칠세라 바쁘게만 움직입니다만 처음부터 넋 나간 우리 일행은 좀처럼 산행이 진행될 일이 없습니다. 생각 보다 많은 수량이 여성회원들의 발을 붙들려 놓을 때가 있으며 이윽고 우회하는 비탈길에서 커다란 암봉이 떨어지면서 우리는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일순간에 일그러진 우리 다람님의 얼굴이 지금 이 순간에도 떠 오릅니다. 처음부터 작은새골은 우리에게 쉽게 자신을 내 보이지 않을 것 같더니 상류를 거슬러 올라 갈수록 또 다른 비경과 함께 길은 열려 있었습니다.

 

 

 

 

-작은새골의 비경들.

일순간의 섬뜩한 일이 떠진 후 일행은 아무 말없이 이어진 산행 속에서 양 옆으로 떨어지는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폭포와 그 사이에 피어나는 생명체의 신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작은 폭포들과 아기자기한 암봉을 찾아 시각의 환상을 좆고 있을 때 청각의 부지런함은 벌써 폭포음의 음악소리와 주변의 작은새들의 합창을 모아 내 귀를 즐겁게 합니다. 하늘마저 가려버린 울창한 숲의 계곡에 나는 과연 어디에서 온 사람입니까?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이 작은새골에서 나는 정녕 무엇을 찾아 이곳까지 왔는지요? 작은새골은 이렇게 자신만이 간직한 비경을 하나하나 보여 주건만 나는 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부끄러운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소.

 

 

 

 

 

신령스러운 기운이 감도는 이곳 작은새골은 아직 때묻지 않은 이끼식물이 깔려 엉덩방아를 찧는 상황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이야 아프겠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참아가며 표정관리 하기가 난감 합니다(웬만하면 구재삭님 릿지화 바꾸시지요.매표소 근처에서 다람님과 릿지화 내용 들었는데 하필이면 넘어지시니 저도 황당 합디다) 혹시 다친 데는 없는지요 하고 물어보던 자신도 얼마 가질 못하고 같은 상황은 벌어지고 맙니다. 조심과 조심을 거듭하다 보니 진행속도는 느리고 게다가 상황에 따라 펼쳐지는 양단수 같은 폭포수를 외면하기가 어렵습니다.

 

 

 

 

 

두번째 폭포를 조심스럽게 넘으며 또 다른 힘이 넘치는 협곡에서 눈과 마음 모두를 내주고 맙니다. 시원스럽게 내리 뻗는 물줄기는 연민의 모습으로 바위를 끌어 안더니 이내 자신의 소임을 다한 양 시퍼런 소를 만듭니다.

 

 

 

 

잠시 후 자신은 혼자라는걸 알았습니다. 잠시 볼일 좀 보려고 올라왔던 길이 이제 혼자가 되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그냥 선비샘에서 만나기로 하였기에 아마 쉬면서 널널산행하는 모양입니다만 왠지 불안하기도 하고 또한 나 혼자 올라왔다는 어떤 죄의식에 자신의 표식기를 깔아 놓습니다. 가끔씩 열려있는 나무들 사이로 햇살은 비춰주고 있으며 1200고지를 넘어 선 뒤로는 푸른 이끼의 바위가 한층 더 원시적인 색감으로 더칠 되어있습니다. 때로는 넘어진 고목에 피어있는 이끼에서 세월의 흐름을 실감할 수 있으며 장마로 인하여 패어진 계곡에는 질서가 파괴되어 있지만 머지않아 새로운 질서를 찾아 자연적으로 치유될 것입니다.

 

 

 

 

 

 

11:00 가 되어서 2개의 작은 지류를 만납니다. 계곡이라기 보다는 실개천 수준에 가까운 수준이지만 왼쪽의 계곡을 끼고 돌아 이내 다시 건너 선비샘쪽의 우측 계곡으로 몸을 날립니다. 1300고지 이르러 제법 평평한 초원지대에는 야생화의 군락이 마치 그들끼리 시기하듯 앞다퉈 피어 오릅니다. 주능선에서 들려오는 산객들의 소리에 더욱더 힘이 솟아 오릅니다. 혹시 몰라 수구리 작전 자세를 취하고 드디어 덕평봉 안부의 동쪽에 도착합니다.

 

 

 

 

 

-선비샘

선비샘에 도착한 나는 주위의 많은 인파로 다시 한번 놀랍니다.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며 뭘 할까 망설이다 혹시나 하여 오토바이를 타기로 하였습니다.

능선 주위의 동자꽃. 둥근이질풀. 흰여로 등등……야생화에 심취한 나는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다행이 함께한 일행 중에 야생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신 여운님과 작은사랑님을 믿고 모르는 야생화도 무조건 찍어댑니다. 그리고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일행이 보일만한 곳 선비샘 위쪽의 바위에 기대어 지그시 눈을 감습니다. 수많은 雜像(잡상)들이 혼돈의 머리를 흔들더니 이내 잠이 들었을까 하는 사이 블랙님의 목소리에 일어 납니다.

 

 

<향적봉님 사진:사진이 비교가 되죠.쪽스러워서> 

 

-盛饌(성찬)

이런 게 산상성찬이라고 할까요?

선비샘 아래 넓은 공간에 터를 잡고 가져온 도시락 모두를 펼쳐보니 이게 바로 성찬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회원들이 많다 보니 이제 누구의 반찬인지 다슬기로 끊인 수제비는 어느 분의 솜씨인지…….

산죽님의 김치찌개는 하마터면 못 먹을 뻔 했습니다. 지금 공개 합니다만 매표소에서 블랙님이 산행 포기를 하셨을 때 체리님 하시는 말씀 우리 찌게거리 그쪽에 있는데...... 그래서 그대로 전해줬는데 산죽님 말씀 그냥 그것으로 점심 먹으면 됐지 뭘 하면서 쏘아대는 바람에 저도 그냥 꼬리를 내립니다. 산죽님 블랙님 찌게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구재삭님 멍 도 잘먹었고요.

 

 

 

 

선비샘에서 성찬을 마치고 나니 14:00가 다 되어 갑니다. 시간 관계상 오공능선을 버리고 작전도로를 향해 갑니다. 구 벽소령에서 인원점검을 합니다. 작전도로 양쪽으로 잡목과 숲을 이룬 작전도로는 이제 오솔길로 변해 있습니다. 이따금씩 지천으로 피어있는 야생화와 흐느적거리며 습기를 좋아하는 민달팽이의 행렬도 우리만큼이나 더디게 진행됩니다. 소금길, 옛날 물물교환 시 음정과 양정 사람들의 교환 품인 소금을 갖고 오르내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재미있는 길입니다. 길은 생각보다 선명하게 나 있으나 짙은 낙엽수의 녹음으로 주위의 조망은 볼 수 없었습니다.

 

 

 

 

 

-비린내골.

이윽고 우청수골을 지나 휴양림과 연결된 비린내골로 들어섭니다. 비린내골의 어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이것 또한 재미있는 계곡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는 언제 한번쯤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두기로 하고 마지막 휴양림을 향하여 내려 섭니다. 그 조용하던 산중에 이곳으로 내려서자 수 많은 사람과 자동차로 인파가 붐빕니다. 먼저 도착한 우리 님들께서 얼려 놓은 복숭아 통조림 과일을 한입물고 자신이 스쳐 온 주능선을 바라봅니다.

 

 

 

 

 

-또 다른 만남을 위하여

어렵게 시작한 작은새골의 산행이 아무 탈없이 끝날 수 있었던 것이 지다람님의 리더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다시 산행 후의 뒤편을 바라보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 이제 또 다른 만남을 위하여 서로의 갈 길로 쪼개져야 합니다. 함께 해주신 카페 회원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 말씀 올립니다.오늘 초면이신 계백님 남도맨님 내외분과 새길님 보배님 산아래님(누구 빠지신분 없는지요) 정말 반가웠습니다.

 

 

-일정정리.

07:30 산행시작(들머리)

08:34 고도760(계곡을 타고 휘어짐: 45)

09:15 885고지(산사태지역)

09:50 1000고지(암반계곡)

11:00 1250고지 (2개의 작은 지류 만남)

11:23 주능선(1405)

11:40~13:50 선비샘

14:20 구벽소령

14:50 헬기장(소금길)

15:37 우수청골

15:55 비린내골(715)

14:10 산행종료(자연휴양림)

 

 

 

<에필로그>

산행 전과 산행 후의 다른 점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다.

행여 잘못 들지 않을까 하는 심리와 그곳에 가면 내가 소유할 수 있는 무엇이 있을까 하고 부지런히 찾아보고 물어 보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산행 후는 이와는 아주 딴판인 생각이 과연 나 혼자만의 생각인가.일상의 바쁜 생활 속에서도 자신을 찾는 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자신이 왠지 미덥지 않는구나. 게으른 산행기를 이제야 펴 보입니다.

 

                                                             2005. 8. 6.

 

                                                                 청산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