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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戀歌

만복대 그리고 뱀사골의 가을

by 청산전치옥 2009. 10. 26.

 

만복대 그리고 뱀사골의 가을

 

 

-일시: 2009.10.22

-어디를: 만복대 그리고 뱀사골

-누구와: 나 홀로

 

 

 

순간 잠시 빛을 보여준가 싶더니 이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니라. - 공자 -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어디 학문뿐이겠는가.

우리네 인생사에서 해당되는 내용인 것을

아는 것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즐겨 기꺼이 그 일을 행한다면

능률은 물론 가치 면에서도 으뜸이겠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보람이며 행복이니까.

 

 

 

 

그랬다

누가 시켜서 한다면 아마도 큰 사건이 터지고 말 것이다.

때로는 자신에게 문뜩 질문을 던져본 내용들이다.

, 이런 힘든 산행과 연을 맺느냐고……”

내가 좋아하니까……’

너무도 간단한 내용이면서도 오늘도 만복대의 아침을 맞기 위해 자정에 집을 나선다.

종일 근무를 하고 운전대를 잡고 정령치로 향하는데도 피로감은 없다.

이따금씩 헤드라이트에 놀란 산 짐승들이 퍼뜩일때면 그들에게 미안한 감이……

 

 

 

 

 

돌고 돌아 구부러진 성삼재길을 향하면서 지리산 밤공기를 맞겠다고 시암재에 머문다.

결코 좋아하지는 않지만 진한 커피향을 맛보고 싶었다.

저 아래 불빛만이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내면의 나를 헤아려 본다.

그렇게 세차게 불어대는 북풍을 맞이하면서……

 

 

 

 

 

밤하늘의 수 많은 별들을 헤아리며 01:30분에 정령치 고갯마루에 닿는다.

준비한 泊장비를 데크에 펼치고 좁다란 공간으로 내 몸을 밀어 넣는다.

따스한 훈풍의 입김과 함께 뜨거운 체온을 유지하면서 이내 별 꿈의 나래를 편다.

 

 

 

이내 시간의 정점은 지나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간

어둠의 산 길을 따라 고행의 나래를 펼치며 발 길을 옮긴다.

생각과 판이한 자연의 조화를 어떻게 나무란단 말인가?

자연을 거역할 수 없듯이 그대로 순응을 할 수 밖에

만복대의 여명은 그렇게 허망함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주차비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핸들을 꺾어 뱀사골로 향했다.

출출한 배를 채워야 하기에 걸어 잠긴 일출식당 일출님을 깨워 아침을 먹는다.

뱀사골의 아침 풍경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평일이라 산 객은 없었고 간간히 가을을 알리는 낙엽 떨어지는 소리와 가냘픈 계곡 물소리뿐

 

 

 

한적한 이 길을 오랜만에 걸어 본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했듯이 갑자기 자신의 少身적 그 모습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어 든다.

누구나 한번쯤 그 센티메탈한 추억을 갖고 있겠지.

그 꿈 많던 시절은 가고

이제 내 자신의 모습이 이렇게 쇠락해져 가는가 하는 모습은 아니라는 무언의 항변으로

나를 이렇게 산으로 내 모는지 모른다.

아직도 나에게는 그 시절 그대로 감정은 살아있는데……

 

 

 

 

고도를 높일수록 단풍의 질은 떨어지고 있었다.

계곡의 가을을 담기 위해 부지런히 샷터를 눌러댄다.

ND-8를 준비했는데도 광량을 억제 할 수 없었다.

긴 아쉬움 속에서 배낭을 뒤척이며 사과 하나를 입에 물면서 오늘 산행을 마친다.

 

 

 

2009.10.22

청산의 바람흔적

청산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