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두봉에서 바라본 호남알프스 山群(산군)
-이별연습.
지금 나는 이별연습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고향과 타향을 수십 번 오가면서 질긴 母情으로 수 많은 이별연습을 하였습니다.
대밭 모퉁이 돌아 뒤 돌아 보았을 때도
다리 건너 신작로에서 희미한 어머니의 모습은 미동도 하지 않으신 채로……
그런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제 노쇠하신 백발의 초췌한 老母가 안쓰럽게 느껴짐은
피할 수 없는 세월만 한탄하기가 부끄럽습니다.
궁항리에 남겨두고 떠나야 할 H 님은 멀어져 간
자신을 바라보며 마치 우리들의 어머니처럼 그곳에 서 있습니다.
행여 들머리를 찾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하지 못한 산행의 아쉬움이 범벅이 된 채로……
2005년 3월 30일 “사모곡으로 달래는 운장구봉산 이야기” 산행기 중에서
그 이면에는 운장산과의 인연은 이렇게 몇 번으로 이뤄졌습니다
너무 일찍 와 버린 이유로 추위를 비켜서기를 하다 결국 정상에 올랐지만
북두봉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적막하고 공허할 뿐이다.
청정 하늘에 무한이 펼쳐지는 별들의 숨소리가 들릴 뿐
복두봉 정상에 천호산님의 山群(산군)에 대한 열변이 이어진다.
운장산을 필두로 시작하여 북두봉과 구봉산 능선들
희미한 운해가 차 있는 쌍 돛단배의 마이산이 어둠 속에서도 자태를 내 보인다
더 멀리 지리의 주능선이 파노라마로 이어지고 손에 닿을 듯한 대둔의 암봉들…
우리 모두는 어느새 산 속의 산이요,
화폭 속의 산수화처럼 병풍에 돌돌 말려있었습니다
이어지는 산그리메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어느새 해는 구봉산 위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웅장한 대둔산 모습
山群(산군)
높낮이를 달리하는 산 군들이 거대한 줄기를 이루며 발아래 펼쳐진다.
우뚝 선 주봉 운장산이 요염한 자태로 나를 유혹하며
비록 붉게 타오르는 노랑. 빨강 연 초록의 단풍은 없지만
호남알프스의 한 축인 운장의 참 맛을 느꼈고
지상에서 보는 평범함을 산 능선에서 내려다 보는 아름다움의 山群(산군)들의 행렬
기막힌 장관으로 나를 매료시키고 있었다
우측 뒤 희미하게 지리산이 보이는가요?
시간이 흘러도 그렇게 지루하지 못함은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그 옛날 2~3번의 운장 구봉산 이야기를 꺼 내 보지만
그 때 산행에서 느끼는 감정이 또 다른 모습으로 내 가슴에 와 닿는다.
내년에 적기에 맞춰 분명 다시 너를 찾겠노라고...
이윽고 운해처럼 깔려있던 계곡 안개도 서서히 흩어져 허공으로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들의 연속 촬영도 끝을 맺는가 보다
높이 나는 새가 더 멀리 더 넓은 세계를 보듯
어둔 새벽을 가르며 남들이 볼 수 없는 신비의 비경을 카메라 앵글에 담기 위해
나는 내일도 그곳 산에 서 있으리라……
2014년 10월 18일
글. 사진 -청산/전치옥 운장 복두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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