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 戀歌

가을 타는 두 남자의 산행[대륙폭포골]

청산전치옥 2014. 10. 20. 21:16

가을 타는 두 남자의 산행[대륙폭포골]

 

 

 

 

-일시: 2014. 10. 17

-어디: 추성리~대륙폭포골 원점 회귀산행

-누구랑: 이찬섭님

 

 

 

지난 겨울 한라에서 23일 산행으로 굳건히 지켜진 약속

한동안 그와 멀어진 근무조건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최근 산행들

가을이라 가을 타는 나처럼 그도 이 가을을 음미하고 싶었던 게다

어디를 갈까?

 

 

 

엊그제 그도 이곳에 왔을 때 갑자기 다리가 아파 산행할 수 없어 돌아갔다는 대륙폭포골

나 역시 다녀온 엊그제의 그곳이 설익은 단풍으로 몹시 아쉬웠었고

해서 그렇게 또 다시 대륙으로 들어 올 수 밖에...

항상 그랬듯이 그와 함께라면 삼각대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

 

 

 

 

한밤 불야성을 이루듯 계곡 속의 단풍은 붉은 파티를 이룬다.

유난히 빛나는 다이아몬드의 광채를 번 떡이며

접근하는 우리에게 황홀한 미소로 사랑을 내 품는다

 

 

 

 

 

길 가장자리에는 아직도 하늘거리는 구절초가 게으른 벌들을 유혹한다.

미련이 남아있는 게으른 벌들은 무엇을 찾겠다고 바둥대는지

그들도 곧 북에서 부는 찬바람에 마음이 바쁠 텐데

한동안 좋은 시절 무엇을 하였는고...

 

 

 

 

대륙폭포 상단에 올라 신천지의 맑은 햇살에 빛나는 다이아몬드의 광채

스스로 내 뱉는 말

“누가 이런 세상을 알까”

신선놀음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일까

결국 무릉도원의 행복을 몰래 훔쳐온 도둑이 우리가 아닌가.

하지만 우리는 체포될 수 없는 당당한 도둑이다...

 

 

 

 

10일 뒤에 다시 찾은 대륙폭포는 그렇게 또 다른 세상으로 바뀌었다

계곡 사이로 빛이 들면서 노랑과 붉은 단풍은 더욱더 고운 자태를 드리운다.

청명한 하늘과 어우러진 단풍은 눈부신 白雪花(백설화)처럼 햇볕을 빨아 드리고 있었다.

 

 

 

 

가을이오면 스산하게 뒹구는 낙엽의 슬픔보다 더한 고독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까

낙엽이 물들은 모습과 청명한 하늘거림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붉은 낙엽을 손에 잡아본다.

내 손마디가 순식간에 벌겋게 물들어버린 것 같았다.

 

 

 

 

자연의 순리 앞에 갑자기 숙연해지는 나는

천만다행으로 아직 내 감정이 삭막하게 말라붙은 콘크리트 가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이 가을 더욱 센티 메탈 해지는 내 가슴이 황량하기만 한 이유는

나도 어쩔 수 없이 가을 타는 가을남자인가 보다.

 

 

 

2014. 10. 17

.사진-청산 전 치 옥/칠선계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