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폭포에서 띄우는 가을편지
-일시: 2014년 10월 7일
-다녀온 흔적: 추성리~비선담~칠선폭포~대륙폭포~초암능(촛대봉)~초암능선~추성리
-누구랑: 나 홀로
계절의 순환에 따라 살아가는 나무는 우리에게 順命(순명)의 철학을 가르친다.
새 생명을 잉태하는 소생의 기쁨을 봄에 느낄 수 있으며
여름에는 성장과 보람의 생명력을
가을에는 성숙의 단계에서 결실을 볼 수 있는 성숙함을
그리고 겨울에는 우리에게 인내와 기다림을 가르친다.
그런 나는 지금 어느 계절에 와 있는가?
초록이 지쳐 하루가 다르게 단풍이 곱게 물든 요즘
어디를 갈까 망설일 여지도 없다.
잠시 몸만 지리산으로 내 던지면 발길 닿는 곳이 단풍이요
꽃 보다 먼저 눈길 주는 곳이 지리산 단풍이 아닌가 생각 됩니다.
엊그제 지리산 중봉에서 수척해 가는 나무들의 낯빛을 보고 실망했지만
능선이 아닌 또 다른 묘미를 느끼고 싶어 지리산 대륙폭포골을 선택합니다.
하루 먼저 도착하여 근처에서 달밤과 인생 이야기를 썼으며
배려 해주는 사랑하는 마눌님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면서 아침을 연다
추성리의 새벽 공기는 차갑기만 하다
금새 달궈진 몸 덩어리에 아침 이슬이 맺는다.
깊은 숨 들이쉬며 단숨에 선녀탕에 접근한다.
아직 이곳까지 단풍은 여물지 않았지만 분명 여름의 초록빛은 아니었다.
정성스럽고 만나게 끊여준 '사랑표' 갈비탕으로 아침상을 펼친다.
갑자기 발걸음이 빨라진다.
능선에 빛나는 아침 빛이 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일단 칠선폭포는 패쓰하고 대륙으로 향했다
다행히 대륙폭포까지 빛은 전해 내려오지 않았고 단풍도 여물지 않은 상태다.
고도를 올려 대륙폭포골로 스며들고 그 사이를 수 없이 왔다 갔다
그렇게 칠선폭포와 대륙폭포 사이를 빛을 찾아 다녔다.
사색의 계절
팍팍하게 살아가는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지만
내 나름대로 무디어진 감성의 촉수를 내 세우며
낙엽이 깔린 단풍과 속삭임이 그리웠던 것이다
계곡의 폭포수와 어울리는 잎새 위로 부서지는 금빛 햇살
가느다란 실바람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가을 낙엽이듯이
나는 분명 가을 타는 남자인가 봐...
아~
계곡 물처럼 깊어진 사색을 통해
넉넉한 마음이고 사려 깊은 당신을 만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사이에 반나절 시간을 다 소비 해 버렸습니다.
이제 사진이 아닌 산행으로 이어져야 하기에 카메라를 집어 넣는다.
초암능선으로 향하는 지계곡을 찾아 갈 길을 간다.
예전에 수 없이 다녔던 길이지만 왠지 그 만큼 낯선 능선으로 다가 온다.
10여분 알바도 해 가며 어렵게 다가선 능선의 촛대봉
[초암능선에서]
행여 문명의 이기를 통해서 사랑하는 당신에게 이 가을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곳까지 전파는 허용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말지만
그 대신 곱게 물든 단풍잎 하나 담아 둡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하고 싶었소" 톡 문자도 입력 해 놓고...
[위 5장의 사진은 지난해 찍은 사진]
오늘 비록 아직 여물지 않은 단풍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지만
내가 열정으로 아낌없이 받친 시간들은
내 인생에 있어서 또 다른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아직 산에 다닐만한 열정이 식지 않아서인지
내 발로 직접 어디를 가야하고 내 눈으로 직접 무엇을 봐야 하는
이러한 행위들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순간인지 모른답니다
2014년 10월 7일
글.사진-청산 전 치 옥/ 지리산, 대륙폭포에서...
'智異山 戀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바래봉 산행[신년산행] (0) | 2015.01.06 |
---|---|
가을 타는 두 남자의 산행[대륙폭포골] (0) | 2014.10.20 |
지리산, 중봉의 가을은 끝났다 (0) | 2014.10.04 |
반야봉, 초가을 아침 풍경 (0) | 2014.09.17 |
열정과 희망(노고단) (0) | 2014.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