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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1박2일 지리산 이야기

by 청산전치옥 2013. 9. 21.

 

12일 지리산 이야기

 

 

[성질 급한 놈은 벌써 이렇게 물들고 있었다]

 

 

-일시: 2013. 9. 11~ 12

 

-어디를: 백무동~ 제석봉~ 장터목~ 세석~ 한신계곡~ 백무동

 

-누구랑: 홀로

 

 

 

 

한 동안 산행을 하지 못한 댓 가를 받기 위해 비가 오더라도 산행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혹시 이러다가 날씨라도 좋지 않을까 하며 은근히 구라청 날씨를 기대했지만

 

남원부터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백무동까지 오염되고 있었다.

 

차 안에서 한참을 망설인다.

 

'솔직히 비 맞고는 산행은 할 수 없다'......

 

시간은 흘러 정오를 넘기면서 우중 산행을 각오하고 차 문을 나선다.

 

 

 

 

 

"어디까지 가세요"

 

"장터목 산장까지요"

 

"예약은 하셨지요"

 

"~ 그런데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괜찮을까요"

 

은근히 자의가 아닌 타의적으로 산행을 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하는 바램이었는지도 모른다.

 

", 즐거운 산행이 되세요"

 

즐거운 산행이 되어야할낀데 도저히 즐거운 산행과는 멀어지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왜 이리 하동바위는 멀게만 느껴지는가.

 

땀과 빗물이 뒤엉켜 걸치작거리는 우의를 벗어 내 던진다.

 

하동바위를 지나 참샘까지 와서야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에 고구마 2개를 꺼낸다.

 

고도를 올릴수록 안개비가 심하게 내린다.

 

오늘 저녁 어디에서 유할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심난스럽게 한다.

 

 

 

 

물에 빠진 새앙쥐꼴로 어수선한 장터목에 도착한 시간이 4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포크레인 소리와 뽐뿌질하는 소리. 트럭소리며 사람들 소리. 이곳이 지리산인가 하는 의아심...

 

그래도 이른 저녁준비를 하면서 가져온 돼지 머릿국에 맛있게 밥을 먹는데

 

~뿔싸

 

요란한 방송에 두려움이 몰려온다.

 

"산장을 예약하지 않으신 분들은 지금 빨리 내려가시기 바랍니다~ 헐......"

 

[어수선한 장터목: 산장 확장공사 중]

 

 

 

 

내려가자

 

가면서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무정한 사람들

 

비가 오는데 산객을 내쫓다니...

 

비를 피할 공간을 찾아 최대한 몸을 낮추며 준비한 타프로 몸을 가린다.

 

우선 이곳에 잠시 머물다 적당한 시간을 이용하여 그들과 함께 동참할거다 ㅋㅋㅋ

 

 

 

 

행여 날씨가 좋아질까 하는 마음에 수 없이 밤하늘을 쳐다 본다.

 

따스한 공간에 내 몸을 맡기니 더 이상 부러울 게 없지만 그래도 내일 날씨가 걱정이다.

 

작은 스마트폰을 쥐어 짜면서 시간마다 들락거리는 산악 일기예보...

 

이른 새벽에 부천에서 온 학생들과 강진 중학생들의 천왕봉 산행이라며 부지런을 떤다.

 

아니 이렇게 비가 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는 굵어진다.

 

어제 저녁을 일찍 먹어서인지 배가 고파온다.

 

새벽 4시에 덩달아 일어나 아침을 먹으면서 어떻게 무료함을 달래볼까 연구 중이다.

 

 

[5층 폭포 중 1. 2층 폭포]

 

 

[3층 폭포]

 

 

[4층 폭포]

 

[5층 폭포(상위 폭포)]

 

 

 

무료함을 달래보자.

 

23일의 홀로 자유를 즐기자며 지리산에 묻혀진 나

 

자유는 해방이요 기쁨이라며 벼르고 별렀던 오늘

 

막상 집을 떠나 이곳에 홀로 남겨진 자신이 자유로우니

 

해방감과 기쁨보다는 오히려 무료함 때문에 지루하기만 하다

 

생각해보니 자유로움이 다 좋은 건 아니구나!

 

 

 

 

[1992 817일 천왕봉 산행 모습과 현재의 모습]

 

 

 

주변을 서성이다가 이내 발걸음을 천왕봉으로 돌리는 시간이 10시를 넘었다

 

그칠 줄 모르는 안개비는 계속 내리고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시계 확보에 애를 먹는다.

 

'에라 모르겠다, 천왕봉은 무슨 천왕봉이냐'

 

제석봉 헬기장에서 안개비 맞으며 망설이다가 이내 발걸음을 되돌린다.

 

'그래, 천왕봉 정상은 21년 전 다녀온 것으로 대신하련다

 

 

 

[똑 같은 장소의 고사목: 세월 앞에 어쩔 수 없네요...]

 

 

 

연녹색에 찍어낸 여리디 여린 하얀 색상을 보고 싶어 왔건만

 

연하선경 무릉길은 안개비만 흐른다.

 

산의 형태도 나무의 형태도 없이 그저 안개비에 젖은 하얀 색감만 찍어내고 있었다.

 

그 옛날 우리들 모델이 되어준 천년 거목의 고사목은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있구나

 

세월의 흐름을 어찌 거역하리오...

 

 

 

 

 

연하선경 길을 걸어 세석까지 오는 시간이 무려 3시간을 오버했다.

 

앞을 볼 수는 없었지만 마음으로 선경의 비경을 보고 가슴으로 아름다움을 품었다.

 

오늘 세석에서 하루를 더 묵겠다는 계산은 멀어지는 듯 했다.

 

보이지 않은 사면을 둘러봐도 답답함 그것 뿐이었기에 내일 일기예보도 그렇고

 

5시 넘어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하더니 이미 예약해둔 산장을 포기하고 서둘러 하산을 재촉한다

 

 

[오늘 이런 날이 될 줄 알았는데 아쉬움만 남깁니다]

 

  

 

2013. 9. 12

 

청산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