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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아! 칠선은 나에게도 있었다

by 청산전치옥 2006. 7. 3.

아! 칠선은 나에게도 있었다

-언제: 2006.06.29.

-어디를: 칠선과 마폭포 골 그리고 중봉능선

-누구와: 토목님과.





<중봉능선과 마폭포골의 5단폭포 그리고 칠선폭포>

어느 누가 칠선을 다녀왔다는 소식에 가슴은 두근거리고

때로는 이곳에 올려진 산행기를 보면서 몇 번의 뽐뿌질을 억누르고

있을 때 결국은 최근에 다녀온 기쁜인연님과 우렁각시님의 산행기를

보면서 마음의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오늘 뽐뿌질하고 말았다.

장마라 하지만 날씨와는 전혀 무관한 산행을 하기로 하고

은연 중에 중간에 펼쳐질 운무 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은근히 비라도

내렸으며 하는 마음에서 오늘 산행은 시작된다.





<칠선계곡의 모습들>


지리산 칠선에 대하여 더 이상한 장황한 글들이 필요 있겠는가?

지리산 칠선계곡은 유명한 폭포들을 다 집합시켜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수 십 개가 넘는 크고 작은 폭포와 끊임없이 펼쳐지는 파노라마에서

정겨운 沼(소)와 潭(담)을 형성하고 있으니 어찌 이곳을 찾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지난 2년 전 이곳을 다녀 갔지만 그때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 해 낼

지 의심스럽지만 여유 있게 산행 하면서 지리의 칠선에 푹 빠져보련다.




<시암재에서 바라 본 산동마을의 운해와 비선담 주변 폭포>


새벽4시 출발하여 구례에서 뼈다귀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시암재를 향해

올라가는데 차마 멈추지 않고서는 배겨내지 못할 상황을 발견 한다.

다른 날 같으면 구례벌판으로 펼쳐지는 운무 쇼가 오늘은 산동마을과

만복대 사이로 펼쳐지고 있구나. 요즘 날마다 짙은 개스층을 형성하고

있어 기대하지 않은 운무에 한참 넋을 놓고 있었으니……




<오늘을 함께한 토목님과 용소의 풍경을>


<산행시작>

산행 초반부터 고생을 사서 하는 것 같다.

좋은 두지터의 길을 놔 두고

이번 기회에 용소부터 시작하자는 토목님과의 의견 일치가 용소를

지나면서부터 빡센 산행이 시작되고 있다. 우리가 길을 찾지 못해서일까?

주변의 길들은 묵혀 있어 흔적을 알 수가 없어 산비탈의 사면을 따라

어렵게 도착하니 이내 칠선의 철다리를 만난다.

처음부터 2배의 시간을 소비하고 고생을 했으니 육신이 피곤 할 수 밖에






<마폭포 골의 비경들>

처음부터 너무 힘을 빼 버린 것 같아 철다리 아래에서 잠시 쉼을 가져본다.

잠시 후 계곡을 우측에 두고 이리 돌고 저리 도는 사이

망바위를 지나 그 옛날 누가 이곳에서 기거 했을 것 같은 집터를 지나면서

주변에 심어진 감나무와 호두나무 그리고 축대의 흔적을 보니 그리 오래

된 옛날은 아닌 것 같다. 잠시 후 지리 09-05 지점인 이정표 선녀탕 0.5km를

지나 내리막을 내려서니 이윽고 선녀탕이다.



<선녀탕에서>

<선녀탕>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했다는 선녀탕의 신비는 찾을 길 없고

주변에 널 부러진 돌멩이들과 모레 그리고 태풍의 흔적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듯 계곡 한쪽에 아무렇게나 꽂혀있는 등걸 사이로 무심하게 흐르는

물결만이 억 겹의 긴 세월을 품고 있을뿐……

어라!

작년 이맘때까지도 선녀탕 주변에 둘러쳐진 입산금지 표지판은 오 간데

없고 이제 버젓이 열린 대문이 우리를 반기고 있구나.

사람의 손길로 잘 가꿔진 인위적인 등산로는 계속 이어지고

언젠가는 개방을 하려는 듯 현수교로 만들어진 비선교까지는 어엿하게

꾸며져 있어 돈깨나 들었을 법하다.




<선녀탕과 옥녀탕 주변의 작은 폭포>


계곡의 너른 암반 위에서 미끄러지듯 흘러 내리는 계류가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6월의 마지막 녹음이 하늘을 가려진 칠선에서 가장 넓은 沼(소)인

옥녀탕에서 정신 없이 시간을 뺏기고 나니 청춘홀을 놓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비선교가 놓이지 않았다면 저 아래 놓인 밧줄을

타고 비선담 주위의 풍광은 엿 불 수 있을 텐데 이제는 그 자리에 우리의

흔적으로 또 하나의 비경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게 되었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로다.
 



<비선교와 옥녀탕>


잠시 후 비선교를 지나고 나니 이곳까지가 한계인 모양이다.

출입금지라는 팻말과 함께 무시무시한 글귀가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산죽 밭을 지나기 전 우측 계곡을 보면서 토목님이 한마디 거든다.

‘저 폭포 한 컷 하시죠’

‘응 저것은 폭포도 아녀’

그렇다 칠선계곡은 칠선폭포를 기준으로 하여 그 아래 계곡은 아름다운 소와

담의 향연이 펼쳐지는 동시에 그 위쪽은 화려한 폭포들의 잔치가 있는데

지금 웬만한 폭포가 눈에 들어오겠는가?





<칠선폭포에서>


<칠선폭포>

산행 후 2시간을 조금 지나 고도 870인 칠선폭포에 닿는다

오른쪽 위 사면은 분명 창암능선에서 내려오는 코스가 맞을 게고

계곡 아래의 스팩트럼의 빛을 반사 시키며 우리의 눈을 부시게 하는 폭포.

칠선계곡을 상징하는 칠선폭포가 쏟아내는 물줄기는 가히 절경이라 아니 할 수

없구나. 천왕의 산정에서부터 힘있게 내리 뻗는 물줄기는 하얀 포말음을

내 뱉으며 이 계곡을 호령하는 것 같다. 한참을 멍 하니 바라보다 말고

나도 모르게 귀 멀고 눈 멀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구나.

정신 없이 셔터를 눌러댔는데 등 뒤에서 나의 모습을 도촬하고 있었으니

(나중에 안 사실임)




<대륙폭포와 무명 2단 폭포(아래)>


<대륙폭포>

칠선폭포에서 10여분을 오르니 일명 합수골인 대륙폭포 삼거리에 닿는다.

합수골은 중봉과 하봉 사이에서 내려 온 대륙폭포골과 칠선계곡 본류와

제석봉에서 내려온 제석봉골이다. 대륙폭포는 이곳 삼거리에서 50m위치에

있으므로 잠시 들르기로 한다. 주위가 마치 병풍처럼 절벽으로 감싸져

있으며 그곳이 가까워지니 으스스 한 기분이 감돈다. 30m높이에서 내리

붓는 포말음에 기절할 것 같은 기분이고 부서지는 물줄기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몰고 온 기분이다. 이곳 어딘가에 또 다른 염주폭포와

삼층폭포도 있다는데……

볼 것은 많고 갈 곳도 많은데 정녕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 날 수 없으니

어찌 하오리까. (그런 중에서도 기꺼이 중봉능선의 들머리를 확인 완료: 능선

에 바위 하나 있고 대구 대정 산악회 표식기)





<무명 2단 폭포와 마폭포 합수골:사진 아래>


<무명 2단 폭포>

잠시 오름 길이 이어지고 다시 내려와 2~30분을 걸었을까

드디어 무명 2단 폭포에 왔다.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폭포가 이름이 없으니. 우리가 한번쯤 이름을 지어주면

어떻겠는가 싶다. 폭포 좌측으로 로프를 잡고 어렵게 오르니 계곡의

사태지역이 한눈에 들어 온다. 고도 1190에서는 어지럽게 쓰러진 고목이며

너덜지대로 누워버린 나무에서 또 하나의 뿌리와 싹을 띄워 새 생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지럽게 박혀있는 바위덩어리들……

이러한 계곡의 모습들이 지난 태풍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연은 자기들 스스로 본래의 위치로 되돌아가려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마폭포골과 마폭포 위에서>


<마폭포>

지루한 산행이 한참 동안 이어지더니 칠선계곡의 마지막 합수골인 마폭포에

닿는다. 이곳에서 합수골은 우리가 중봉으로 올라가려는 마폭골과 천왕으로

향하는 가운데폭포와 통천문으로 향하는 우측의 폭포이다.

이곳에서 천왕봉까지 거리는 1.6km 지만 고도 500을 높이기 위해서는 엄청

힘든 코스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약간의 어려움은 있지만 그냥 마폭포

날등을 타고 직접 오르기로 하였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산행이 시작되는 마폭포골 산행이렸다.




<산사태 지역의 방치된 쓰레기는 언제 치울까>


<가자 마폭포골로>

지금까지 걸었던 산행스타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마폭포 위쪽의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는 스릴감의 계곡산행이

시작된다. 어떤 때는 작은새골을 올라가는 기분도 때로는 통신골의

계곡산행의 기분도 든다. 수량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어디에서 흘러

나오는지 그칠 줄 모르는 시원한 계곡물은 우리들의 갈증을 해소 한다.





<끊없이 이어지는 마폭포 골>


잠시 계곡 사이로 우리가 내려 와야 할 중봉능선의 암봉이 보인다.

아래를 바라보니 녹음 짙은 6월의 아름다움이 우리의 시야를 즐겁게 하지만

아쉬운 것은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중봉 마루금이 운무에 가린다.

어떻게 까만 암반 위에 외롭게 피어있는 야생화의 자생력이 대단해 보이고

군데군데 자생한 곰취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몇 개의 실 폭포는 날 등을 치고 때로는 우회의 길을 택해 오르니

이윽고 저 멀리 수직직하의 까만 암반 위에서 내리 쏟는 폭포를 보고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진다.
 




<5단 폭포와 실계곡 그리고 산사태 지역의 두 골의 합수점>


이름하여 5단 폭포다.

상단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이 작은 완사면의 계층에 부딪치면서 물보라를

이루고 주위의 때 묻지 않은 모습에서 원시적인 자연미까지 볼 수 있어

좋다.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침엽수림과 사태지역의 공사 현장이 나오면서

공사가 끝난 지금의 현실인데도 방치된 주변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중봉 마루금에서>


<중봉에서>

무려 7시간을 소비해서 어렵게 중봉 정상에 올랐다.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빨리 몰려오는 운무 속의 행렬 앞에 외롭게 서 있는

구상나무에서 조용히 내 인생의 뒤를 돌아본다. 왔다가 쉼 없이 사라지는

것이 인생인 것을 우리는 왜 이렇게 어렵게 살아가야 하는가?

과연 욕심을 버리고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신에게 주워진 현실에 만족 하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면 淳朴(순박)한

삶이 펼쳐질 것을 왜 우리는 이렇게도 어렵게 살아갈까?

정직은 확실한 자신의 자산인데도 사사로운 감정에 객관성을 잃어버리니,

이제 흐트러진 자신의 내 마음을 잡기 위해 순수한 거울을 닮아야지……





<내려 서야 할 중봉능선의 암봉과 사태지역에서 초암능을 바라보며>


<이제 내려가자 중봉능선으로>

남쪽에서 몰아치는 운무가 북쪽 1700고도에서 다시 사라지고 있다.

중봉능선 들머리를 찾아 보니 주위로 3개의 낯익은 표식기가 각각의 위치에

걸려 있지만 그곳을 찾아 들어 가 보니 한 곳으로 합류된다. 주변에도

곰취가 지천으로 널려 있고 이윽고 내려서니 또 다른 사태지역을 만난다.

잠시 커다란 암봉을 우회하니 흐릿한 등로길이 있으며 몇 번의 또 다른

암봉 구간에는 분명히 우회하는 길이 있으며 만약에 길을 놓쳤다면 능선만

고집하면 될 것 같았다. 이윽고 고도 1040쯤에 거의 내려와서는 아무리

길을 찾아봐도 어디로 날라갔는지 보이지 않아 칠선계곡쪽의 사면을 타고

내려 오니 잠시 후 대륙폭포 삼거리다.



<중봉능선을 내려 서면서>


<산행을 마치면서>

지리산 어느 골짜기인들 골이 깊고 경치가 수려하지 않은 곳이 있겠느냐

마는 천왕봉에서 북서쪽으로 흘러 내리는 칠선계곡은 골이 깊을 뿐 아니라

계곡으로 흘러 내리는 수량도 풍부하다. 지리산에서 여러 개의 골짜기

중에서 골이 가장 긴 골짜기인 만큼 칠선계곡 전체가 청정한 선경을 이루고

있어 아마 지리의 10경중에 이곳을 9경에 넣는지 모른다.

초록의 색깔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산행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자연의 생태적인 복원력의 질서야말로 가장 자연스런

현상인 것을 자연의 섭리를 인위적인 질서로 만들려는 우리들의 욕심이

세상을 점점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은 아쉬움을 달래면 산행기를 마칩니다.

2006. 07.02.

청 산 전 치 옥 씀.
 

 

 

<토목님의 몰래 카메라가 작동 할겁니다>

<산행일정>

07:00 추성주자장(400)

07:15 용소에서 사면 타고 칠선으로

07:45 철다리 만남(530)

08:20~08:35 선녀탕과 옥녀탕에서(660)

추성리3.4/칠선2.0/마폭포4.7/천왕봉6.3

08:40 비선교(720)

09:25~09:33 칠선폭포(870): 천왕4.2/추성리5.5

09:40~10:00 대륙폭포 삼거리(915): 천왕4.0/대륙폭포50m/추성리5.7

주변의 대륙폭포와 중봉능선 길 탐색

10:25 무명2단 폭포(1025)

11:35~12:05 마폭포(1320): 추성리8.1/천왕1.6(점심 및 휴식)

12:40 5단폭포(1470): 우측으로 우회

13:00~13:25 고도 1525 실 폭포: 우측으로 우회(곰취 채취)

13:30 고도 1630 2개의 사태골 중 우측 사태골 선택.

13:45 사태지역 보수공사 지점 아래(1710)

14:00~14:25 중봉능선 마루금(1820) 및 중봉에서(1874)

14:40 산사태지역(1780)

15:12 고도 1585 암봉 주위에서 알바

15:40 고도 1380 적송 암봉 구간 통과(우회)

16:10 고도 1170 소나무 암봉(우회)

16:40 고도 1040 에서 좌측 칠선계곡 길로 내려 섬(985)

16:55~17:05 대륙폭포 삼거리에서 휴식

17:05 칠선폭포

17:50 옥녀탕 선녀탕

18:30 두지터(570)

18:45 추성리(산행종료)
 
**이곳 사진을 더 보시려면 지리산 앨범 49번을 보시면 많은 사진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