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청산의바람흔적
  • [청산의바람흔적] 산에서 길을 묻다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아쉬움이 남는 산행에서(한신지계곡 산행)

by 청산전치옥 2006. 6. 27.
아쉬움이 남는 산행에서(한신지계곡 산행)

-일시: 2006.06.24.
-누구와: 서북능선님과
-어디를:한신 지계곡을




*우리가 걸어온 한신지곡과 천령폭포 그리고 유암폭포*

월드컵 16강을 향하여 스위스와 결전을 치르던 날.
산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축구를 보기 위해 4시에 일어났습니다.
아쉽게도 2:0으로 지고 말았습니다만
誤審(오심)의 심판과 함께하는 아쉬운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나 태극전사 여러분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축구도 지고 모처럼 맞이한 주말이지만
어디 주 능선이라도 다녀올 요량으로 창 밖을 내다보는 자신을 향해
벌써 낌새를 차린 아내가 한마디 거듭니다.
‘금방 비가 올 것 같다. 요즈음 장마철이라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뭘. 오늘 저녁 늦게 비가 온다는데……’
하면서 배고프다고 밥 타령입니다.




*한신지곡의 소폭과 아래의 내림폭포*

다행이 안내산악회의 지리산 코스가 있길래 한번 가 보기로 합니다.
코스가 백무동-하동바위-장터목-천왕봉-중산리의 정통코스입니다.
코스는 얼마든지 변경 가능할 것 같아 서북능선님께 전화를 합니다.
문제는 그 시간 내에 우리의 산행코스를 마쳐야 한다는 점.
우리의 코스는 창암능선-소지봉-제석단-천왕봉-천왕굴-새존봉.
또는 장터목에서 곡점능선도 생각하는 산행입니다.

일행 모두를 보내고 주차장 팬션 옆으로 난 길을 찾아가는데
웬걸 그 입구에서 지키고 서 있는 사람들
벌써 우리의 정보를 입수하고 말았는지……
둘은 아무 말없이 그냥 매표소를 향하여 걸었습니다.
하동바위는 당연히 패스를 하고
그럼 답은 뻔하지 않습니까?




*한신계곡과 등산로*

주말인데도 의외로 산행 객들이 한적하기만 합니다.
너무 늦은 탓일까 아니면 월드컵 여파로 인하여(?)
계곡의 물 흐르는 즐거움을 맛 보는 산행이 나는 좋다.
힘차게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는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 땀을
흡수하는 마력의 계곡산행,
그러다가 만나는 沼(소)와 潭(담)과 폭포들의 향연에서 부서지는 泡沫(포말)들
이 주는 쾌감이야말로 여름산행의 최고가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한신지계곡의 폭포는 시작되고*

그러면서 느끼는 또 한가지 자연의 섭리를 깨달은 산행,
나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는 즉 양 무릎과
팔꿈치와 이마가 땅에 닿는 五體投地(오체투지)처럼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평범한 명제에서
우리들은 또 하나의 진리를 얻게 됩니다.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교만을 떨쳐버리라는 어렵고도 쉬운 진리를……

다행이 날씨는 하늘이 열려 있으며
요즈음 장마철로 인하여 등로 주변은 습기를 잔뜩 머금고 있습니다.
철다리와 나무다리 그리고 2개의 출렁다리를 지나다 보니
어느새 첫나들이 폭포에 닿습니다. 잠시 후 우리의 산행 들머리인
한신계곡과 지계곡의 갈림 길인 가내소 폭포에 다 달았습니다.
제법 계곡의 물은 부풀어 있어 다리를 건너 넘지 말아야 할 지계곡을
따라 오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신지계곡 코스입니다.
계곡내의 수많은 담과 소를 구경하면서
이름없는 무명폭포는 물론이고 천령폭포와 내림폭포에서 쏟아져 내리는
계곡의 푸르름과 이따금씩 만나는 등로의 함박꽃이
우리를 반겨주지만 오늘 내 자신의 산행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저녁부터 배앓이와 몸살기운이 있어 산행 하기가
거북스러운데 함께하는 이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그만……

계곡을 왼쪽에 두고 아기자기한 사면 길을 따라 갑니다.
지난 여름 연하북능에서 내려온 기억이 새롭고 철 난간을 지나니
우렁찬 포말음이 들리는 무명폭포에 닿습니다. 이름도 있을법한 폭포인데
이름없는 무명으로 남기가 아쉽습니다. 한 컷을 하고 갔으며 하는데
서북능선님은 벌써 저만큼 앞서 갑니다. 잠시 길도 거칠어지기 시작합니다.
물 속에 박혀있는 고목. 낙엽이 쌓여있는 모습과 파란 이끼류에서 묻어나는
야릇한 냄새들이 심산유곡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천령폭포와 작은 소 폭들*

<천령폭포에서>
몇 개의 작은 소와 폭포들을 스쳐지나 계곡의 비경을 구경하면서
산행하는데 시간의 쫓김이 아쉽기만 하는 사이 천령폭포에 닿습니다.
한때는 이곳도 무명으로 불리어진 폭포인데 함양 사람들로부터 지어진
이름 그대는 천령폭포이다.
비록 깊은 소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20여m 높이에서 쏟아져 내리는
2단 폭포의 위용에서 나약한 자신의 일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천령폭포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곡의 좌측 직벽을 타고 오름길로 오릅니다.
30여분의 또 다른 계곡 합수부에 닿고, 우측계곡은 아마 연하봉을 향하는
듯싶은데 그쪽이 끌리는지 자꾸만 시선에서 놓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잠시 왼쪽의 계곡에 오르니 이름하여 내림폭포 입니다. 오늘 산행 하면서
느끼는 것은 계곡의 양 옆으로 확실한 등로가 있었는데 2년 전 이곳 산행을
하면서 끝까지 계곡을 우기면서 산행을 하였으니……




*내림폭포에서*

<내림폭포에서>
45도 가량의 와 폭으로 암괴 가운데 홈이 파여있으며 그 홈에서 흐르는
물줄기는 정녕 우리 누님의 앞 가르마 같기도 하고 주변의 섬세한
물줄기는 세월의 흔적을 말하는 얼굴의 잔주름 같기도 합니다.
조심스럽게 암반 위에 오르니 지리산의 능선이 시야에 잡히고 계곡의
시원스런 모습에 산행하고 싶은 모습이 사라지고 맙니다.




*장군바위에서 함께한 서북능선님과 그 옆의 폭포를*

내림폭포 위에서 왼쪽으로 계곡을 건너면서 잠시 계곡과 멀어지는 오르막이
이어지고 이윽고 장군바위에 도착합니다. 거대한 반석인 장군바위에
올라서니 멀리 중북부능선과 곰달로능선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장군바위 계곡 옆으로 내려서면 또 다른 함양폭포를
볼 수 있다는데……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주변에 자생되는 전나무와 주목을 만나는 것을
보니 어느덧 고도는 1500을 넘기고 있습니다. 길은 아직까지 뚜렷하며
우측의 산장 쪽의 길을 버리고 직진의 길을 선택하여 오르니 하동바위에서
오르는 등로와 마주칩니다. 제석단으로 향하는 마음을 접어두기로 하고
일단 들머리만 확인하고 장터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향적대의 흔적을 찾다가 시간을 보니 어느새 15:00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니다 싶어 또 아쉬움을 접고 그곳을 빠져 나옵니다.




*장터목에서 조망을 그리고 내려오면서 통신골을*

오늘 산행 종료시간이 17:00까지
내려가면서 유암폭포에서 쉬기로 하고 거칠 것 없이 내림 길을 재촉합니다
칼바위 지나 우측 계곡 옆에서 오늘 산행 중에 찌든 땀을 씻고 나니 한결 몸이
가쁜 한 것 같습니다. 오늘 산행 중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안내산악회의
단점인 시간제약 때문에 여유 있게 산행하지 못한 산행에서 제석단과
향적대 그리고 곡점능선을 산길이 아쉽습니다.
다행이 중산리에 시간 안에 도착하여 하산주를 하면서 산행을 마감합니다.

그런데 오늘 저녁 근무인데 차는 언제 출발하려는지……

2006. 06.27.
청 산 전 치 옥 씀.




<산행일정>
10:50 백무동 주차장(산행시작)
11:10 가내소 폭포
12:00 고도 945에서 계곡 건넘
12:30 천령폭포(1050)
12:55 계곡 합수점(1180)
13:00~13:20 내림폭포(1190)
13:40~14:05 장군바위에서 점심(1335)
14:45~15:05 장터목과 향적대 주변답사(1655)
15:30 유암폭포
16:25 법계사 장터목 갈림길(840)
16:50 중산리 매표소(산행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