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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아내와 함께한 칠선계곡

by 청산전치옥 2005. 6. 26.

 

아내와 함께한 칠선계곡에서.

 

-일시: 2005.6.18.

-산행코스: 추성리-두지터-선녀탕

-함께한 사람: 회사 산악회 회원과.

 


 

 

 


<두지터로 오르는 길>

 

언젠가 회사 산악회 회장단께서 산악회 관심을 보여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 토요일 회사 산악회회원과 함께하며 또한 부부동반으로 산행이라기 보다는 친목을 다지는데 의미를 두기로 하고 칠선계곡 선녀탕까지 허용된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오늘 산행은 조계산을 하기로 하였으나 여름산행의 대표격인 계곡산행인 칠선을 선택 하였다. 선녀탕까지 산행이라기는 뭐하고 야유회 겸 아내와 함께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오름 길에서 바라 본 두지터 마을>

 

08:00 사택을 출발한 회사버스는 밤재 넘어 천왕봉 휴게소까지는 무사히 왔었다. 잠깐 방심하는 사이 어느덧 남원을 벗어나 춘향골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다. 다시 U턴하여 남원으로 들어 왔는데 이번에도 또 다시 길을 잘못 들고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자신이 가이드 역할로 자임하고 나선다.

늦어도 2시간 30분이면 왔어야 할 시간이 3시간 이상을 소비한 뒤에 이곳 추성리에 도착하였다. 회사에서 준비한 음료수와 도시락을 배낭에 집어 넣고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산길을 나선다. 작년 이맘때 아직 정비되지 않은 이곳 두지터로 향하는 길은 이제 인공석으로 정비된 모습이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었으며 6월의 날씨만큼이나 따가운 햇살은 우리의 발걸음을 칠선으로 몰아 부치고 있다.

 


 


<허정가에서 허정님과 함께>

 

 

-두지터에서.

이곳에 오면 생각나는 허정님을 한번쯤 찾아 뵙겠다고 하였지만 모처럼 찾는 날이면 비워있는 허정가를 맴돌다 되 돌아서는 허전함이 아쉬운 작년 어느 때이던가. 오늘도 기대는 하지 않고 회원들을 먼저 선녀탕으로 보내고 아내와 함께 허정가로 발길을 돌렸다. 우리의 방문을 알기라도 하듯이 문밖으로 나오시는 모습이 첫눈에 허정님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어제 저녁 이슬과 한판승으로 이제 잠에서 일어났다는 그는 초췌한 모습이지만 시간이 없는 우리부부를 반갑게 맞아 주시며 차 한잔을 권하고 계신다. 하는 수 없이 자신의 배낭에서 몇 개의 과일로 잠시의 대화는 이어지고 추억의 사진을 남기자는 나의 의견에 결국 동참하시면서 다음에 만남을 약속하기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선녀탕에서.

몇 분을 소비한 우리는 바쁜 걸음으로 선녀탕을 향하였다. 간간히 불어오는 계곡의 바람은 이곳 사면의 길까지 불어주는 고마음을 여름산행이 아니면 어떻게 느낄 수 있단 말인가. 선녀탕을 오르면서 행여 놓칠세라 열심히 따라준 아내와 혹시 다리가 또 아파오질 않을까 하는 염려스러움으로 자꾸만 뒤 돌아보는 자신이 부부라는 끈끈한 정으로 선녀탕까지 쉽게 올라 올 수 있었다. 벌써 우리 팀들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있었고 그들 속에서 내가 한마디 거든다. 앞으로 도시락은 주문하지 말고 각자가 집에서 먹는 음식을 싸오자는 소리에 주위의 사모님들께서 기어이 한마디씩 건넨다.

 


 



<선녀탕에서>

 

선녀탕이라고 하지만 정녕 과거의 선녀탕은 아니었다.

언젠가 불어 닥친 태풍으로 인하여 주위의 나뭇가지와 토사들이 쏟아내린

흔적이며 인공적으로 조성된 선녀탕의 조형다리와 그 이상 출입 금지된

칠선계곡의 장벽이 우리의 앞을 막고 서 있다.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한 산행에서 칠선폭포는 그만두고라도 옥녀탕까지 만이라도 함께하고 싶었지만

주위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산길에 시간의 여유도 있고 하여 서암정사를 갈까 아니면 실상사를

들릴까 하는 마음에 회원들의 의견을 물어 봤으나 결국 산동온천에 들러

온천 욕을 하기로 의견 일치를 본 모양이다.

오후 2시에 출발하여 산동온천에서 여유 있는 온천 욕으로 피로를 풀고

하는 사이 시간은 벌써 5시를 넘겼다. 누군가의 긴급 제안으로 섬진강의

참개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고 가자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또 다시

만장일치로 합의를 본다. 산행 후 이렇게 해 보기는 정말 처음이다.

물론 저녁을 해결하고 가자는 데는 모처럼 함께한 사모님들께 오늘만이라도

가사의 일에서 해방되게끔 하고 싶은 의도인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한잔을 주고 받고 하는 사이에 우리라는 친목이 다져지고 이내 흥겨운

노래가 울리더니 집에 가는 차 안에서도 끊일 줄 모른다.

몇 사람의 가무단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사이에 벌써 오늘의 산행을

접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께한 사모님들과 해지는 섬진강>

 

산행이라기 보다는 친목에 더 우선을 뒀다고 봐야 한다.

모처럼 사모님들과 함께한 산행이 회사의 산악회를 떠나 앞으로 종종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함께하고 싶은 솔직한 심정이지만 리더 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물론 내가 산행 장소를 잡았지만 혹시 여론의

화살이 나에게 쏟아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었다. 그것은 너무 짧은 코스

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여태까지 회사 산악회 모임에서 이렇게 많이

참석한 경우는 창사 이래 처음이라는 부회장님의 말씀에 자신의 만족함을

찾아낸다. 아무튼 회원 모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앞으로도 더욱더

관심을 가져줬으며 하는 마음으로 이만 글을 마친다.

 

2005. 6. 20.

전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