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청산의바람흔적
  • [청산의바람흔적] 산에서 길을 묻다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일반산행기

◈ 월출산, 그 아침의 기적 ◈

by 청산전치옥 2025. 6. 25.

월출산, 그 아침의 기적

명품 소나무와 암봉,

운해의 잔물결이 어우러진 순간

 

[산행 메모]

위치: 전남 영암 월출산

경포대 주차장~경포대삼거리~명품소나무포인트~통천문~천황봉~바람재삼거리~경포대주차장

시간: 새벽 2 30분 출발, 12시 무렵 도착

명품송에서 일출을 맞이한다

 

요즘처럼 장맛비가 들쑥날쑥 내리는 계절엔

산에 오른다는 건,

마치 구름 사이로 빛 한 줄기 건지는 일처럼

타이밍 싸움이다.

오늘 아니면 또 며칠을 기다려야 할까'

그런 마음에 새벽 어둠을 뚫고

월출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밤하늘엔 별들이 마지막 합창을 벌이고 있었고,

계곡 아래선 밤새도록 물소리가 쉼 없이 요란스러웠다.

그럼에도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산,

산새조차 숨을 죽인 듯한 그 새벽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햇살이 능선을 넘기 시작하자

운해의 잔물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 둘 피어 오르는 운해가

깊은 계곡과 능선의 골짜기를 어루만지고,

멀리 겹겹이 펼쳐진 산그리메는

누군가의 오랜 그리움처럼 나를 감쌌다.

 

그 풍경 한복판,

단정히 자리 잡은 명품 소나무 한 그루

그 곁을 지키는 듯한 기암절벽의 암봉들

 

바람 한 점 없는 정적 속에

그림처럼 펼쳐진 이 풍경은

카메라보다 마음에 먼저 담았다.

통천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나는 산을 오르는 것 보다

머무는 방법을 배우려 한다

바람 한 점 없어도,

빛이 쏟아지지 않아도,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언젠가 그리움이 퇴색될지라도,

나는 이 풍경에 나의 시간을 묻고,

이 고요함 속에 잠시 머문다.

천황봉에서 바라본 운해경과 암봉군

 

오늘,

산이 보여준 장관은

오랫동안 품고 있던 기다림에 대한

가장 멋진 보상이었다.

아직까지나리꽃 작황은 좋은 듯 합니다

 

2025 6 23

"청산의 바람흔적"은 월출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