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출산, 그 아침의 기적 ◈
명품 소나무와 암봉,
운해의 잔물결이 어우러진 순간
[산행 메모]
☞ 위치: 전남 영암 월출산
☞ 경포대 주차장~경포대삼거리~명품소나무포인트~통천문~천황봉~바람재삼거리~경포대주차장
☞ 시간: 새벽 2시 30분 출발, 12시 무렵 도착
요즘처럼 장맛비가 들쑥날쑥 내리는 계절엔
산에 오른다는 건,
마치 구름 사이로 빛 한 줄기 건지는 일처럼
타이밍 싸움이다.
오늘 아니면 또 며칠을 기다려야 할까'
그런 마음에 새벽 어둠을 뚫고
월출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밤하늘엔 별들이 마지막 합창을 벌이고 있었고,
계곡 아래선 밤새도록 물소리가 쉼 없이 요란스러웠다.
그럼에도 이상하리만큼 고요한 산,
산새조차 숨을 죽인 듯한 그 새벽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햇살이 능선을 넘기 시작하자
운해의 잔물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 둘 피어 오르는 운해가
깊은 계곡과 능선의 골짜기를 어루만지고,
멀리 겹겹이 펼쳐진 산그리메는
누군가의 오랜 그리움처럼 나를 감쌌다.
그 풍경 한복판,
단정히 자리 잡은 명품 소나무 한 그루
그 곁을 지키는 듯한 기암절벽의 암봉들…
바람 한 점 없는 정적 속에
그림처럼 펼쳐진 이 풍경은
카메라보다 마음에 먼저 담았다.
이제 나는 산을 오르는 것 보다
머무는 방법을 배우려 한다
바람 한 점 없어도,
빛이 쏟아지지 않아도,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언젠가 그리움이 퇴색될지라도,
나는 이 풍경에 나의 시간을 묻고,
이 고요함 속에 잠시 머문다.
오늘,
산이 보여준 장관은
오랫동안 품고 있던 기다림에 대한
가장 멋진 보상이었다.
2025년 6월 23일
"청산의 바람흔적"은 월출산에서...
'일반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유산에서 마주한 반전의 순간] (0) | 2025.06.05 |
---|---|
봄빛을 담다, 마음을 나누다 (1) | 2025.06.01 |
월출산, 구정봉 (2) | 2025.05.10 |
삼산, 안개 너머 기다림의 기록 (0) | 2025.05.05 |
비 내리는 조계산, 마음에 맺힌 그리움 하나 (4) | 2025.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