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코스별 시간
<새석은 지나치고........>
태극종주 두 번째 이야기.
우리에게 거칠것이 없어라.......
나가보니 비가 오지않는가. 널려진 옷가지를 방에 널려두고 다시 2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아침을 간단히 누룽지로 해결하고, 언제 들어왔는지 모를 주인은 깊은 나락의
세계에 빠져 꿈쩍도 않는다. 창문을 두드리고 깨워 손에 30000원을 쥐어주니 자기도
미안 했던지 쓰디쓴 웃음을 짓는다.
*왔던길 다시 오르고.
취해서인지 어제와는 다른 기분으로 경쾌한 아침산행이 시작된다. 이제부터 또다시 본격
적인 고행 길의 연속이 되려니, 어제부터 날씨 때문에 도대체 몇 컷트 밖에 찍지 못한
디 카가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마을을 출발하여 이곳 전망바위까지 2시간30분만에야
도착했다. 이곳에서 조망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이윽고 새 봉을 거쳐 독 바위 삼거리 도착하여 주위의 조망을 살핀다.
우측으로 중산리 칼바위같이 두개의 바위가 서로 빗대어 형제처럼 서 있고 좌측으로
장독모양의 독 바위가 보인다.
*
독 바위 지나서 우측으로 어름터(광점동)로 내려서는 뚜렷한 능선길을 지나치고 산죽
밭을 해치고 내려서면 방향은 서남쪽으로 휘어진다. 직진은 국골,좌측은 두류능선이다.
*
국골 사거리를 지나 하봉 오름길시작, 또다시 짙은 안개비가 앞을 막고 이따금씩
불어주는 바람에 고사목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 하봉에서 우측방향으로 초암능선이
이따금씩 비춰주고 초암릉 왼쪽으로 칠선골과 우측의 국 골이 운무에 휩싸여 한 치의
앞도 볼 수 없었다. 간혹 운무가 걷칠만 하면 카메라를 들이밀때 금새 두 골짜기에서
올라온 운해가 나의 얼굴에 스치며 지날 때 야릇한 기분이 앞선다.
<오랫만에 운무에 벗어나서:중봉>
<중 봉>
*
지리산의 수많은 봉우리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과 마주하며 서
있는 곳이 이곳 중봉(1875m)이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날씨도 이제야 가끔씩 시야가 트이고....... 모처럼 4명이서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잠시 휴식도 멀리 한 채 천왕봉을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11:35천왕에 도착 했을 때
어느 여인네인줄 몰라도 양말을 벗고 표시석 밑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아마 즐거운 마음에 자기도 천왕봉을 오를수 있다는 꿈이 현실로 다가와 반가움에 전화를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천왕은 오늘도 우리를 밝은 미소로 맞아주지 않았다.
운무가 거치기를 기다리고 싶다. 하루고 이틀이던....
그러나 자연을 당할 자가 누구이던가? 순수히 순응 할수 밖에....
<천왕에서:아쉬움을 뒤로하고>
*
50년전 도벌꾼들이 도벌의 흔적을 없애려고 탐욕에 눈먼 인간이 충동적으로 자연
파괴의 행위 모습의 나무들의 공동묘지인
새재부터 맏형께서 0.1ton 의 체구에 어떻게 누룽지 한 그릇으로 천왕을 오르게 하느냐고
야단이다. 하기야 그 몸을 지탱하려면 상당한 칼로리가 필요 할 건데.
장터목에 오자마자 복숭아 통조림과 카레 맥주로 목을 축이는 사이 전혀 술을 먹지 못한
내가 각자의 물 보충 의 심부름꾼이 된다. 햇반에 카레를 비벼서 먹는 점심이 의외로 맛 있었다.
우측의 백무동 계곡을 떠올리며 연하봉 넘고, 순식간에 촛대봉에 닿는다.
촛대봉 근처 ‘고
감회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가자.....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하며>
세석을 지나 낙남정맥 발원하는 연신봉(1652m)을 넘어 칠선봉에 이르니 감회가 새롭다.
작년9월 당일 종주때 이곳에서 얼마나 갈등이 있었는가? 포기하고 싶을대로 지쳐있는
심신을 달래느라, 그때의 대단한 의지가 결국 오늘 태극종주의 시발점이 되었는지
모른다. 이따금씩 고통을 호소하는 우리 막내
어제저녁 컴컴한 윗새재마을 다다랐을때 스틱 2개를 항상 사용하면서도(결국 4발인데)
넘어져 나무 끝동에 옆구리가 자꾸 결리는 모양이다. 그래도 매 식사때면 반주 2~3잔을
곁 드리는게 좋은 모양이다.
*
참외와 꿀에 탄 미숫가루가 우리의 에너지를 보충한다.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벽소령을
앞에두고 한마디씩 거든다. 야! 처음으로 1.1km의 평길을 걸어보니 오죽하랴만...
대성골의 모습이 운무에 가려 볼 수 없지만, 도저히 태극종주에 자신이 없으신분 이곳
의신으로 하산하여 막차 타라고 장난질한다. 벽소령 주위에 고기굽는 냄새가 우리의
미각을 어지럽게 하길래 이곳을 빨리 피하고 싶다.
아~참!
전화를 해야 한다.
있도록 부탁해야 되는데.... 오늘 계획은 노고단까지였다. 형제봉에서 어둠을 맞이한
일행은 샌달에서 등산화로 바꿔야했고 랜턴도 챙겨야했다. 또다시 야간산행이 계속
되며 19:35분에 연하천에 도착하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단축으로 식사를 마치려
해도 한시간 정도가 소요되니, 아까운 시간을 어찌하랴!.
*22:00 토끼봉에서.
처음으로 밤이 되어서야 밝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보름달이 구름을 해치고
저 멀리 불무장등과 반야의 모습을 비쳐줄때 흑과 백의 조화가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있겠는가? 잠시 달빛 그림자를 밟으며 이곳 토끼봉에서 지금까지의 순간순간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켜본다. 여기에서 비박까지 할수있다면....
또한 몇 십 년만의 조화더냐! 저 멀리서 비춰주는 불빛들의 행렬이 헤드램프로 착각
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반딧불의 행진이었다. 반딧불의 전송을 받으며 화개재까지
이어지고, 그때서야 울려 퍼진 전화소리에 깜짝 놀란다. 우리 큰 애 한테서 걸려온
안부 전화다. 정말 반가운 목소리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촌음의 시간이었다.
이윽고 이영재님과도 어렵게 연락이 되었다.
*22:40 뱀사골에서.
일행을 뒤로하고 내가 먼저 치고 나갔다. 어둠으로 채색된 산장은 정적이 감돌았지만
끼리끼리 모여앉아 도란도란 얘기꼿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는 연인들인지, 학생들인지
관심 밖의 일이다. 산지기 송영호씨를 아무리 불러봐도 인기척이없다.
매점 뒤의 숙소에서도.... 또 다른 곳에서 찾고있을때 누군가가 그쪽은 여자숙소란다.
이~크 남자숙소 2층이 몇 군데 비어있어 침낭없이 그곳을 비집고 들어가 잠을 청하는데
코고는 소리와 이가는 소리가 혼합되어 어지럽게 하더니 이내 잠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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