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 戀歌

슈퍼갑 그리고 중봉산행

청산전치옥 2013. 6. 16. 19:45

 

"갑과을" 그리고 중봉산행

 

 

 

-일시: 2013. 6. 6~ 7

 

-산행코스: 천왕봉 전통코스(중봉 1)중산리~ 천왕봉~중봉~ 장터목~ 중산리

 

-나 홀로

 

 

 

 

 

존재의 의미를 망각한 채 살아가는 우리

 

주워진 삶을 살아가면서 찌든 감정과 묵은 때를 벗고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

 

자신의 근원조차 어렴풋이 지쳐갈 때쯤이면 생각나는 곳

 

현실의 도피처

 

내 마음의 안식처 지리산으로 들어 간다.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하여 지리산에서 최소한 3일 묵을 요량으로 집을 나선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먹거리로 준비를 하다 보니 너무 소홀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배낭 무게가 25킬로를 넘나든다.

 

한끼라도 줄이자는 이유에서 중산리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잠시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더니 이내 정통코스를 택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문명의 이기를 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순두류까지 버스를 이용하면서 케이블카 찬성론자도 분명 있을 거고

 

편한 길 놔두고 홀로 가는 내가 왠지 바보스럽지만 잠시 불편쯤은 감수하련다.

 

산에 있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나와 지리산만을 생각하자며 오르건만

 

또 다시 나타나는 갑과 을의 관계인 슈퍼갑과 마누라......

 

 

 

 

 

 

중산리 입구에서부터 미어 터지는 차량 행렬을 보고 예상은 했다만

 

천왕봉에서 내려오는 사람 사람들

 

로타리 산장이 마치 어느 시골 장터보다 더 넘쳐나는 사람들 때문에

 

미련 없이 물만 떠 안고 힘겨운 오름 길로 재촉을 한다.

 

특히 많은 학생들이 운동화 차림 때로는 운동복 차림으로 천왕봉 단체산행을 왔다는...

 

 

 

 

 

천왕샘에서 짜고 또 짜서 물병에 물을 담는다.

 

산행 후 4시간 30분 만에 천왕봉에 닿으며 주변 마실 다녀오기로 하다

 

아직도 천왕봉 사람들 넘실대고 주변 곳곳에 함성 소리와 공단의 휘파람 소리

 

이곳이 산정(山頂)의 풍경이란 말인가.

 

잠시 다시 조용한 곳 안식처로 몸을 옮겼다.

 

 

 

 

 

이제 중봉으로 마실 다녀오기 위해서다.

 

석양노을을 볼 요량으로 꿈도 야무지게 꾸었건만 결국 날씨도 허락되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중봉에서 아쉬움을 달랜다.

 

지난주 반야에 철쭉이 절정이었는데 아마 이곳도 지난주가 절정이었던 모양이다.

 

정상 남쪽사면 고사목 근처와 천왕봉으로 내려가는 사면에 몇 그루가 있을 뿐...

 

그나마 날씨 때문에 능선도 그렇고 일몰도 전혀 아니올시다

 

 

 

 

 

 

어둠이 들기 전에 내 집을 지어야 한다.

 

요즘 들어 갑자기 잦아든 공단들의 낌새를 피해 나만의 공간을 찾아 한적한 곳에

 

거창한 것도 없이 내 몸 하나 의지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밥짓고 고기 구워 맛있게 저녁도 먹었다.

 

이제 긴긴 밤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마음에 천왕봉 저녁 마실을 다시 나간다.

 

 

 

 

 

거창하게 말할 "피안의 세계"라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곳에 오면 잠시 잊어질까 하는 마음이었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지금 천왕의 날씨 마냥 개운치가 않다

 

갑자기 마누라가 보고 싶다.

 

홀로 이곳까지 도망치듯 와 버린 비겁한 자신이 못내 얄미웠다.

 

내일 당장 내려 가야겠다......

 

 

 

 

 

세상 풍경이 어둠으로 묻히면 마음의 긴 한 숨도 어둠에 묻힐 줄 알았는데

 

어둠이 짙어질수록 더욱더 새록 새록 뚜렷하게 나타난 잔상들

 

생각이 깊어서일까.

 

저녁 내내 몸을 뒤척이다 이내 잠이 들다가 이른 아침을 맞는다.

 

천왕봉 사람들은 일출을 보겠다고 부지런을 떨고 있지만

 

그들과 나는 갈라진 이별로 서러운 작별을 고 한다.

 

 

 

 

 

 

3일간 있을 요량으로 준비한 배낭 무게를 생각하면 더 있고 싶지만

 

고통의 무게 마음의 무게를 지고 있을 마누라를 생각하면 지금 당장 내려가야 한다

 

아침을 거른 채 발길을 장터목으로 돌렸다.

 

속절없이 피어난 6월의 마지막 철쭉이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주고 있다.

 

 

 

 

2013. 6. 7

글 사진/ 청산 전 치 옥 씀

 

 

**참고로 "갑과 을" 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이곳에 공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