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맛보기*
백두대간 맛보기(여원재~수정봉~육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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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봉에서
-일시: 2010. 8. 26
-어디를: 여원재~수정봉~구룡폭포~육모정
-누구와: 나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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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재 들 머리에서.
지리산 북부 산행을 수 없이 하면서 그냥 지나쳐온 여원재
태조 이성계가 꿈에 나타난 여인의 도움으로 이곳 고갯마루에서 적장을 무찔렀다는 전설
그 여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여원’이란 사당을 짓고 후세 사람들은
이 고개를 ‘여원치’라고 불렀다는 전설을 익히 알면서도 한번도 찾아 보지 못했던 곳
들 머리에 들어서니 반겨주는 못난 석상의 장승이 험하게 인사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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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간간히 내리던 비 때문에 몹시 꺼림칙했던 산행인데
이곳에 내리자 마자 날씨는 갑자기 어두워 진다.
더군다나 능선의 산행이라 몇 번이고 때려치울까 하고 망설여도 보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한번쯤 밟아야 할 이곳 수정봉 산행을 강행 하기로 한다.
최근 들어 날씨의 상황을 판단 못하게 하는 날이 한두 날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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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재에서 주지사 입구 이정표까지는 완만한 능선길이다.
어김없이 갈라지는 산 길에는 백두대간의 시그널들이 만장 기처럼 펄럭이고
오르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망대의 주지봉을 오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무슨 생각이 깊어서인지 들 머리를 놓치고 말았다.
잠시 오름 길을 계속 이어지면서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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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봉에서 바라본 서북능선
잠시 후 수정봉을 거리 내로 좁혀지는 언덕길에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와 맞선다.
가져온 우의를 걸칠까 하다가 땀과 비가 범벅이 되면 오히려 칙칙한 기분이
경험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비를 맞으며 숲 길을 걷기로 하다.
조금 내리다 그만 그치겠지 하는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천둥번개까지 내리친다.
잠시, 후회 아닌 후회도 해 본다.
그러나 어찌하랴
이런 기분도 즐거운 쪽으로 생각하며 차라리 더운 것 보다 낫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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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리 들판과 시암재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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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산 중턱에 수정이 생산되었다는 억지스런 표구가 나를 반긴다.
그 이름하여 수정봉(804.7)이다.
갑자기 북쪽에서 다가오는 운해가 앞을 가린다.
가끔씩 햇빛에 밀려난 운해는 또 다시 밀려와 커다란 빗줄기를 만들고
이내 한바탕 소동을 피우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습한 훈풍을 풍기며 자맥질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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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봉을 지나 움막 앞에서 우회전하는데 여기까지가 백두대간 길이다.
산을 좋아한 내가 언젠가 와야 할 길이기에 눈길이 한번 더 준다.
움막 지나 우회전하여 소나무숲길을 지나다가 한적한 곳에 나 홀로 점심상을 편다.
어차피 홀로 하는 산행은 헝그리 산행이라고 도시락을 마다했지만
그래도 아내가 준비 해 준 조촐한 점심밥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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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다시 고도를 내리다가 몇 번을 반복하는 사이 구룡능선에 닿는다.
산 행로는 상수리 나무와 울창한 송림 숲으로 이어져 있다.
소나무 숲 사이로 간간히 조망되는 지리산의 덕두에서 고리봉까지 서북능선의 일부가
능선과 평행선으로 달리는 산행 길이 연출되는 곳이기도 하다.
우측으로는 서쪽의 남원 시가지를 비롯하여 주위의 명산들이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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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잔뜩 흐리다가도 이곳에서는 또 날씨가 좋을게 뭐람 ㅋㅋ nd 필터 없어 아쉬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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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경사 길을 내려가자 아홉 마리의 용이 살다가 승천하였다는 구룡폭포를 만나다.
장마철이라서 시원한 구룡폭포의 물줄기와 웅장한 물소리가 산행의 피로를 다 씻어 준다.
구룡폭포에서부터 육모정까지의 구룡계곡은 구곡(九曲)으로 이뤄져 있는 거리가 3km인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더디게 진행되는 지 모르겠다.
이윽고 잘 다듬어진 탐방로 길에 접어들면서 여유를 부려보면서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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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르내림이 잇는 힘든 여름 능선산행이었지만 솔잎 낙엽의 소나무 숲길에
간간히 불어주는 비바람이 있어 오히려 즐거웠던 산행이었던 것 같다.
더군다나 내가 가 보지 않았던 처녀지의 숲길이라 더욱더 정감 있어 좋았던 산행이었다.
2010. 8. 26. 백두대간의 수정봉에서
청산 전 치 옥 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