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을 할려고 맘 먹을때면 언제든지 할수있는게 산행인데도 여름휴가와 무더위를
핑계 삼아 산행을 미룬 지가 벌써 한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폭염산행이면 어떠랴!
우중산행이면 또한 어찌하겠는가!
이런 저런 핑계로 결국 8월을 넘길 수만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혹시 비는 오지 않을까? 몇 번이고 창밖을 내다보며 쉬엄쉬엄 배낭정리를
하지만, 정말 판단하기 곤란한 날씨다.
<세석을 향한 남부능선에서>
1,산행일시:2004.8.24 (화)
2,날씨: 운무로 가득 찬 날씨.
3,산행구간: 단천마을-수곡재-1400 갈림길-대성골-의신마을.
4,함께한 사람: 나 홀로.
5,코스별시간
10:15 단천마을
10:35 능선 삼거리
11:30 무명봉
12:00 폐 헬기장
12:20 능선에서 표식기 발견
12:40 쌍바위 능선
13:05 수곡재(세석 4.8/청학동 5.2/한벗샘 40m)
13:55 이정표 (세석 3.3/청학동 6.7 )
14:35 1400 갈림길
15:30 철다리 (의신 4.8/세석 4.3)
15:45 철다리 (의신 3.9/세석 5.2)
16:00 대성마을 민박촌
16:25 의신마을
6,소요시간: 6시간10분.
언젠가 종고산님께서 산행한 단천골 코스를 산행하기로 한 것은 어제 안내산악회의
산행코스를 보고 난 뒤였다.8시가 가까워 오면서 오늘 H 산악회에 합류하기로 하였다.
차안의 분위기는 날씨만큼이나 스산하기만 하고 왠지 우울하게 느껴졌다.
인원이라 해봐야 10여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 산행코스는 대성교-절터-대성동-1400 갈림길-수곡재-단천 갈림길-대성교의
원점 회귀형 코스이다. 그런데 차는 단천 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단천 마을에서 출발하여 수곡재로 갈수 있겠거니 생각되어
회장님의 지시에 따랐다.
<단천 마을 노인정 :첫 단추부터 .......>
10:15 단천 마을에서 알바는 시작되고......
단천 마을 노인정을 우측에 두고 산행은 시작됐다.
처음부터 잘못된 산행이라고 벌써 느낌이 닥아 왔다.
어느 村老의 말씀만 믿고 (우리가 잘못 알아듣고 판단한 것 같음) 무작정 산행이
시작된 것이다. 분명 들머리에 표식기가 없을 리 없는데..... 발자욱의 흔적은 동네마을
사람들의 밭으로 향한 흔적으로 보였다.
잘못된 코스를 선택한 것 같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하였으나........
혼자 내려올 수 없어 그들과 함께하기로 하고 또 다른 등로 찾기를 여러번 걸쳤을때
이미 되돌아가는 시간과 수고가 아쉬워 그 길을 내려오지 못하고 흔적 없는 산길을
찾아 나선다. 일부일원이 뒤처지기 시작하고 산행시작 20여분이 지났는데 벌써 옷은
젖어있었다. 회장님께 17시까지 의신에 도착하기로 약속한 나는 홀로 산행의 승낙을
얻어냈다. 대신 핸드폰은 켜 놓은 상태에서, 혼자 산행하면서 또 다시 자신의 비겁함에
책망해본다. 나 혼자만의 이기주의가 그들과 함께하지 못함인가 하고......
어수선한 머리를 정리하면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본다.
짙은 안개와 이슬비로 인하여 한 치 앞을 볼 수 없지만 왼쪽에는 대성골임에 분명하고
오른쪽으로는 선유동 계곡쯤으로 생각되지 않을까?
<야생화:까실 쑥부쟁이>
12:00 폐 헬기장
11:30 무명봉을 지나 이곳 헬기장에 도달하였다.
폐 헬기장은 벌써 커다란 잡목이 우거져있으며 억새풀과 산죽이 어우러져 기능을
상실한지오래전 같았다.
어느 곳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몰라 주머니속의 지도를 펼쳐보니 이미
젖어있어 문자를 확인할 수없으며 다행히 비닐 코팅된 지도를 찾아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하였지만, 사방팔방으로 가득 찬 운무로 인하여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말았다.
분명 주위 나무들의 나뭇가지의 형상으로 보아 대충 남과 북의 위치를 파악하고 우측의
세석 쪽으로 치고 나아가면서 혹시 모를 후자를 위해 표식을 해두고 자리를 떠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야 할길, 1400 갈림길이 확실한 길인지도 모르면서......
몇 개의 암봉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우회의 길을 찾아 나서기위해 주위를 맴 돌면서도
솔직히 아직까지 두려움과 무서움은 없었다.
다만, 아쉬운 건 나 홀로 일행의 이탈에서 벗어난 죄책감이 마음을 누르고 있을뿐......
제발 나의 족적을 찾지 말고 그냥 쉬운 길로 되돌아가기를 간절히 빌 뿐이다.
(다행이도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들 모두는 이곳 헬기장 밑에서 대성교로 하산했음)
<잘못들어선 날머리:한벗샘 전방 20m>
12:40 끝까지 가는 거야.
능선을 넘으면 또 다른 능선이 나오고 암봉을 비껴서면 또 다른 암봉이 나타나기를
몇 번이고 하였을까. 커다란 암봉 주위로 산죽의 키 높이가 내 머리를 뒤덮고 있을때
빛바랜 표식기를 본 순간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그대와 가고싶은 山 1대간 9정맥완주 그리움. 보고싶은 마음! -준.희* 의 표식기....
그러나 반가움은 잠시 희미한 등로는 산죽밭에 뭍혀 이미 가야 할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또다시 땅속에 뭍힌 두더지마냥 산죽에 뭍혀 한참이나 헤메고있을때 살갗에
소름이 끼치더니만 이내 두려움과 무서움이 업습해오기 시작했다.
몇 일전에 도장골에서 탈진상태로 숨진 40代의 산 꾼이 생각나 무서움이 배가된다.
그런 중에서도 초등학교의 4학년의 실종사건은 희망의 메시지로 떠올라온다.
내 자신의 산행으로 봐서는 분명 지금쯤 남부능선 어디에 닿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되지만
아직까지는 몇 시간의 체력은 버텨낼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과신은 금물이라는 것은 스스로 알고 있으며........
그래 가보자.
끝까지 가는 거야. 세석 넘어 어디까지 라도 가 보는 거야.
이곳 산죽밭을 벗어나 무조건 위 능선으로 치고 올라가니 또 다른 표식기가
나를 반긴다. *대구 山 사람들* 산을 아끼며 산을 닮아갑니다.
이 표식기는 정말 전국 어느산 깊은 골짜기에도 수없이 봐 왔던 고마운 표식기 아닌가.
<수 곡 재 : 한 벗 샘 >
13:05 수곡재 (남부능선 세석 4.8/청학동5.2/한벗샘40m)
13:05 그렇게도 바랐던 남부능선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세석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여 20m쯤 내려갔는데 한벗샘 삼거리 이정표를 보고서야
방향감각을 수정 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게 안심할수 있었다. 아직도 걷히지 않은 운무 속에 남부능선의 참맛의 묘미는
느낄수 없지만 작년에 이곳 남부능선의 산행의 추억을 생각하며 여유있는 능선산행이
이어지고 있었다.
작년 가을 비단길처럼 부드러운 등반로의 낙엽을 밟으면서 가히 환상적이라고
몇 번이고 감탄사를 남발했던 곳이 아닌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듯 어찌하듯 수곡재를 제대로 찾아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 한벗샘의 위치가 이 고개 이름을 따서 수곡샘, 박단샘
이라고 불리다가 현재 한벗샘으로 불린다고 한다.
남부능선의 유일한 샘터가 이곳인 수곡재는 옛날 거림마을과 대성동마을 사람들이
넘나들던 삶의 길이었단다.
<남부능선의 석문>
세석의 관문 석문을 지나.
완만하고 부드러운 능선길을 따라 남부능선의 명물인 석문을 통과한 나는
이따금씩 걷혀지는 운무사이의 암봉을 視傷하며 잠시 여유로움에 잠겨본다.
<1400 갈 림 길>
<1400 갈림길 :대성골로 내려오면서>
14:35 1400갈림길
한통의 전화가 급히 울려댄다.
초생달님으로부터 울려온 전화다. 사실 오늘 동행하기로 했는데 어제 저녁 늦게까지
초치는 바람에 산행을 포기하고 미안함의 보상차원에 이곳 쌍계사 까지 온 모양이다.
이윽고 계속 울려 된 전화소리에 정신이 없다.
H 산악회 회장님께서 보내온 메시지와 전화가 벌써 그들은 하산하여 하산주에 바쁘단다.
오랫만에 혼자만의 여유로움을 갖고 싶은 산행에 절반의 시간은 알바에 정신없이
흘러갔고, 나머지 시간은 또 다른 기다림에 발걸음을 제촉할수 밖에...
<대 성 골 >
대성골을 내려오면서.
세석 남부의 대형계곡인 대성골은 덕평골, 큰세개골, 작은세개골, 수곡골등.
여러 가닥의 물줄기가 모여들어 수량이 넉넉하다.
와폭이 水林의 무성한 골짜기와 어우러져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곳이지만,
요 며칠전의 많은 비로 인하여 엉크러진 돌맹이와 나무 뿌리가 ,
하얗게 전신을 내비추고 있었다.
<작은 세개골 초입에서>
첫 번째 철다리와 두 번째 철다리를 건너고 있을 때 작은 세 개골로 빠지는 골을 찾고
싶은 욕망은 또한 무엇 때문일까. 언제부터 산을 찾을 때마다 항상 마음의 여운이 남겨
있는 채 나도 모르게 자꾸만 뒤를 되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아마~ 이게 내 마음의 산과의 약속이려니........
대성마을까지 초생달님이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모습에 고마울 뿐,
얼마 전에 부친상을 당한 그로써도 이제 마음의 정리가 되어 있으리라 생각되며 머지
않아 그와 함께 산행하기로 약속을 해보며
이만 산행기를 마친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 0 0 4 . 8 . 2 8
전 치 옥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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