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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의바람흔적] 산에서 길을 묻다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낙서장

지리99 산행기

by 청산전치옥 2005. 7. 28.

6월에 만난 노고단의 여명(黎明)과 대소골 산행

 

-일시: 2010.6.3

-산행코스: 노고단~ 반야봉~ 반야비트~ 대소골~ 심원

-함께한 사람: 나그네. 시골처녀. 청산.

온통 꽃 물결을 이루어 눈부시게 하던 현란한 봄 5

남은 열 한 달을 모두 주어도 바꾸지 않는다는 계절의 여왕 5월은

그렇게 바쁜 일정 속에 나에게는 멀어져 가 버렸다.

앞 산 진달래도 그렇고 반야의 진달래와 바래봉 철쭉도 그렇게 멀어져 가 버렸네요

그렇게 현란한 5월의 계절을 남겨두고 신록의 계절 6월의 문턱에 입성하였네요

6월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를 치르고 개표를 하던 날 애마를 구례로 몰아 세웠다.

일부 단체장 개표현황이 시소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니 잠시 후 대세가 굳어질 듯……

서울시장 게임은 결국 막판에 주자를 놓치고 말았다는 아쉬움을 반야에서 알았다.

블친과 새벽에 구례에서 접속하고 차 한대는 심원에 대기시켜놓고 한대를 성삼재에 놓는다.

이른 새벽인데 잠을 설친 산새가 울고 간 솔가지 사이로 별 빛을 쏟아내고

밤하늘 별 빛을 보던 시골처녀님이 , 북두칠성이다 라면 감타사 연발에 발길은 더뎌진다.

감정에 무딘 자신도 밤하늘의 별빛과 상현달을 보니 유난히 달빛이 밝고

눈물 어릴 듯 별빛도 곱습니다.

달은 별빛 사이로 서서히 흘러가는지 우리가 그 속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네요.

도심 속에 볼 수 없었던, 우리들이 한동안 찾지 못한 수정처럼 영롱한 색채를 이곳

지리산에만 볼 수 있는 우리들의 특권인양……

 

 

반야봉을 3번째 왔는데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아 주변 풍광을 볼 수 없었다는 나그네님

노고단 언덕배기에 닿자 반야의 실루엣을 열심히 담기 시작하네요.

그러자 곧 바로 실루엣의 모델이 되어주신 시골처녀님

어쩌면 부창부수(夫唱婦隨)의 모범적인 경우를 보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밝아오는 여명(黎明)과 함께 노고단 정상에 도착했다.

우선 반야봉과 천왕을 바라본다.

가슴 뿌듯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일출을 기다리는 나는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숨죽이면서 연신 카메라 셧터를 눌러대니 나그네님 왈 , 숨 넘어가요 ㅎㅎ

잠시 후 반야봉과 삼도봉 사이를 비집고 떠오르는 일출을 숨죽이며 맞는다.

다만,

주변 진달래와 철쭉이 함께 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속에서도 카메라 앵글을 갖다 댄다. 

한참을 지난 후에야 주변 풍광을 볼 수 있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의 언덕은 마치 융단을 깔아놓은 듯 보드랍다.

노고단 운해(雲海)는 피안(彼岸)의 신비의 세계를 꿈꾸게 한다지만

어디 그게 누구에게나 아무 때나 볼 수 있나요

구례벌판으로 바라다 보여야 할 유유한 섬진강의 모습은 가녀린 운해로 보이지 않고

북 사면으로 멀리 서북능선은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있네요.

 

 

노고단에서 무려 1시간 반 넘게 시간을 보내고 왔던 길을 향해 다시 내려왔다.

함께한 카메라 기자 덕분에 노고단을 동행 할 수 있어 고맙다는 인사는 단단히 하고서……

반야봉을 향해 연록(軟綠)으로 이뤄진 숲길로 들어선다.

진달래의 자취는 오 간데 없고 산허리에는 만개한 철쭉이 우리를 맞는다.

숲 가장자리에 앵초의 붉은 빛이 우리를 유혹하며 발길을 더디게 만든다. 

 

 

그렇게 일찍 시작한 산행이 오히려 다행이듯 싶었다.

돼지령을 지나고 임걸령에 도착했을 때가 이제 겨우 7다.

아침 겸 휴식을 갖는다.

한 게 뭐 있다고 휴식은 휴식이야 ㅋㅋ

길가의 노목들이 속살을 드러내 보이며 이제 버틸 수 없다는 듯 마지막 연록을 내 뿜는다

더욱더 강해진 6월의 태양열에 윤기를 더해가면서……

 

이윽고 노루목의 휴식도 잠시 지나고 반야를 향해 오름 짓을 더해 간다.

나그네님의 마음이 설레는 모양이다.

3번의 기회에서 한번도 볼 수 없었다는 반야의 모습이 어떻게 다가 올까

아직도 한참 이르다는 철쭉은 언제 필까 하고 꽃망울만 내 밀고 있네

은근히 기대한 산행이었는데 아쉬움이 베어온다.

돌탑은 또 다시 무너지고 말았고 주변 모습을 보더니 실망을 하셨나

뭐 이래, 아무것도 없네 ㅎㅎ 

이제 대소골을 향해 내려서야 한다.

대소골 산행은 나에게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5년 전 땅벌들에게 무참히 밟히던 날 한동안 고생을 했던 기억들과 멧돼지 사건 등.

중봉을 지나고 대소골 내림 길을 알리는 늘산님의 시그널이 반긴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다던 시골처녀님은 잘도 따라온다.

고도를 1500까지 낮추었을까?

수 많은 흔적들의 시그널이 휘 날린다. 반야비트를 향하는 곳이라는 것을 직감으로 알았다

언제부터 반야비트를 가 봐야겠다고 맘먹었는데 오늘에야 와 본다. 

 

 

앞 사면을 훤히 내다 볼 수 있는 곳과 우측의 전망대에서 한참 조망을 즐긴다.

조망대에 걸터앉아 빨치산의 비애를 생각하며 그들이 이곳에서도 고향의 봄을

노래했을 거라는 생각에 애잔한 마음이 샘 솟는다.

이윽고 대소골 본류를 향해 내려서는데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랜다.

동부팀 산들바람 일행인 입선님과 함께하는 쑥부쟁이님이시다

세상에 이런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조우 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세상 좁기는 좁은 모양이다

진심으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꼭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12 조금 지난 후 대소골 본류 적당한 곳에서 점심상을 차렸다.

각자가 내 놓은 조촐한 반찬으로 맛있게 먹었고 이제 서서히 본류를 따라 내려서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해야 한다.

가끔은 심산유곡 진한 숲 사이 하늘에서 펼쳐지는 흰구름이 한가롭게 뭉기적 거릴 뿐이고

능선에 불어주는 훈훈함과 계곡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이 교대로 스쳐 지나갈 뿐이다.

바람이 불자 가늘게 떨리는 댓잎소리와 우리들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주변 곳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고 있네요.

분명 지리산에 내가 있고 내 맘속에는 지리산이 들어있지요.

함께하신 두 분께 감사 드리며 산행기를 마칩니다.

나그네님작

2010. 6. 3. 청산 전 치 옥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