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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산] 전 치 옥 / 산에서 배우는 삶
智異山 戀歌

우리의 理想鄕은 어디에……

by 청산전치옥 2005. 10. 16.

 
   

 

우리의 理想鄕은 어디에……

 

-언제: 2005.10.09.

-누구와: J님과.

-어디를: 청학연못.

 

<청학연못>

 

지난 70~80년대 우리들의 일이었다.

한 학우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올려본다.

그 얘기인즉 선배들은 이 사회에 모순이 많다고 늘 이야기를 했다.

하면서 자기의 주위를 둘러 보아도 그렇게 어렵게 사는 사람이 없는데

하면서 세상의 모순은 선배들의 말 속에 있었고 그는 세상을 너무

과장한 것이라고 하였던 그가 어느 날 우리의 거리시위에 동참하게 된

다음날 자신의 동네를 둘러 보았더니 모두가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

뿐이란 걸 느껴 단다.

불과 며칠 전과 며칠 후에 주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겠는가? 그것은 내가 내 개인의 삶을 보존하려 할 때 그 마음에

방해가 되는 현실이 자신의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 된다.

사람은 자기가 선 자리를 합리화하는 본능이 있다.

그 욕망과 싸워 이겨내야 올바른 눈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떠 올려 본다.

 

<청래능선에서 바라 본 시루봉과 촛대봉 그리고 연하봉>

 

<청래능선에서>

 

토요일인 어제는 서울에서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는 날씨가 흐리다가 오후에 개인 하늘을 보니 벌써 지리의

단풍이 그리워 진다. 11에 도착하여 내일 산 약속을 위해 대충

배낭을 꾸리고 보니 자정이 넘어선다. 몇 번이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이제 일어나야 할 새벽 3가 넘어서고 있다.

서울에서 온 지인을 새벽 4에 만나고 해장국으로 해결한 우리는

거림을 향하여 달린다.

 

 

 

<일출능선 오름길>

 

-산행시작.

오늘 산행은 원점회귀를 목적으로 한다.

거림에서 원점회귀란 산행코스가 몇 군데 있지만 그곳은 이미

밟아 본 코스이기에 또 다른 코스 선택을 하기로 한다.

청산민박 뒤 마을 길을 따라 별장을 우측에 끼고 능선을 치고 오른다.

맨 처음 길은 열려 있는가 싶더니 이내 흔적은 사라지고 잡목과 대나무가

엉킨 대나무 밭을 지난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된비알과 산죽으로 우거진

산행은 기어이 개척산행이 되고 만다. 이따금씩 희미한 길이 나타나긴

하지만 산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900고지에서 능선의 길을 만나

좋아라 하였지만 기쁨은 잠시뿐 이내 도장골의 사면으로 빠지고 만다.

되 돌아 나와 고도를 높이며 올라가니 1040고지부터 시작되는

암봉군에서는 산죽이 우거진 바위군락을 우회하여 1100고지까지 오른다.

 

 

 

<일출봉에서 운무와 함께>

 

한 시간을 소비하고 1100고지에 오르니 이내 청래능선과 합류한다.

이 길은 우리 산꾼들에 의하여 열려야 거림산행이 숨통을 트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합류지점에서 15분여 오르니 삼거리(1125)가 나온다.

좌측의 길은 아마도 길상사로 빠지는 길인가 아니면 윗용소로 가는

길인지는 함께한 J님도 모르겠단다. 능선의 산죽도 생각 보다 억세다.

나의 눈 높이의 산죽 키가 여간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두 번째의 삼거리까지 올라서니 작년 청래골 산행 기억이 새롭게 떠

오른다. 이제 이곳부터는 그리 어렵지 않게 능선길을 올라설 수

있음에 한 시름을 놓는다.

 

 

 

<연하선경에서>

 

 

<연하선경의 단풍들>

  

 

-일출봉에서.

~

이곳이 가을이구나.

파란 하늘이 손짓하여 찾아 왔더니

흐르는 구름이 가을을 시샘하는구나.

 

눈길 닿는 곳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암봉에 피어있는 가을 구절초와 산오이풀이

흐르는 세월만큼 빠른 운무에 가려 자태를 뽐내기 전

선홍색으로 물들어진 철쭉 잎이 이 가을을 재촉한다.

 

이곳에 오르기 전 나는.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욕심으로 가득 찬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음을 깨 닫는다.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 나무만을

보는 어리석은 아집을 버리지 못하였으니……

정녕 대 자연 앞에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을 탓해봅니다.

 

 

 

 

 

<세석평전에서의 사진들>

 

-세석평전에서.

청학연못으로 들기 전에 세석평전을 바라 본다.

항상 촛대봉에서만 바라 본 세석이 이렇게 광활한 곳인지 몰랐다.

전체 풀밭 주위가 40리가 넘는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온다.

하기야 이곳이 작 답 천여 석으로 이르는 곳으로 천여 호가

지낼 만 했다니……

 

<청학연못 가는 길:이 바위에서 우측으로:뒤에는 시루봉이 보인다>

 

<시루봉에서 바라 본 촛대봉>

 

 

세석의 구름이 반야를 가리고 천왕을 가린다.

흐르는 파도와 같이 밀려드는 운무의 행렬에

눈 멀고 귀 멀어지니.

조용히 눈을 감고 욕심 내려 놓는다.

 

보일 것 같으면서 보이지 않은 것들이

경이롭게 펼쳐지는 이곳 세석 들판에

간밤에 놀아난 멧돼지의 행렬은

시루봉을 사이 두고 장군봉이 멀다 하니

반대편 촛대봉이 나를 두고 웃는구나.

 

 

 

<청학 연못의 모습들>

 

-청학연못.

내 누님 같은 촛대봉 가르마 타고 흘러가는 나는

시루봉 못 미쳐서 암봉 앞에 멈춰서네.

우측으로 발을 돌려 목마름을 호소 하니

저 넘어 남부능선 음양수가 반기네.

 

얼마쯤 내려가니 클랙 바위 우릴 반기고

왼쪽으로 방향 틀어 희미한 족적 찾네.

길 따라 내려 가니 이 길이 연못 가는 길이더냐.

길 따라 가는 길을 교묘하게 위장해도

설마 아닌 지리산 다람쥐를 따 돌리랴.

 

한참을 내려가니 심산중의 계곡소리

지리산 다람쥐는 귀도 밝구나.

우리 올 줄 알고 마중 나온 다람쥐는

무슨 잘못 저질렀기에 두 손 모아 빌고 있네.

 

오 메 오 메 청학연못 이곳이 우리 이상향.

둥근 타원형에 앞 물 막아주는 대슬랩구간

어느 누가 만들었나 궁금하기 짝이 없네.

천 년의 세월이 흘렀을까 무심타 하늘이여

대슬랩 올라 보니 삼신봉과 남부능선 아득하다.

연못 옆에 피어 있는 단풍나무 화사하고

심 심잖게 흘러가는 구름 속의 용오름은

우리를 혼절 시킨 청학 연못이여……

 

 

 

<청학연못에서: 머리 보이는 남부능선과 저 멀리 반야의 구름모자>

 

 

 

<에필로그>

-~ 우리의 理想鄕(이상향)은 어디에……

함께한 지인께서 말씀 했듯이 다른 곳은 다 찾아 다니면서도

유독 이곳만 가급적 아껴두고 싶었음은 무슨 의미인지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래서 한동안 이 글을 써야 할 것인가를

망설였던 것이다. 우리의 이상향은 가슴 속에만 존재해야 하는데

현실로 다가올 때 그 가치가 무너지는 상실감이야……

우리가 꿈꿔 온 이상향 청학동을 서로의 가슴에 새롭게 복원시켜

이 세상을 아름다운 이상향으로 가꾸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아닌가하는 성락건 선생님의 글을 띄워 본다.

마냥 허탈한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항상 지리에 많은 도움을 주신

J님께 감사 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기어이 천왕의 모습은 보이고>

 

 

<촛대봉 능선 길에서 시루봉과/거림마을>

 

-일정정리.

07:07 산행시작(거림마을)

07:13 대나무 밭(잡목과 대나무가 엉켜있는 곳)

07:27 능선길 합류(900)

08:10 청래능선 합류(1100).

08:24 삼거리(1125) : 길상사 또는 윗용소로 추측/: 청래능선

09:11 삼거리(1220): 청래골/직진: 일출봉/10m 후 좌: 와룡폭포.

09:32~09:42 삼거리(1340) : 청래골/직진: 일출봉.

09:51 일출봉 능선 삼거리(1380) : 일출봉능선.

10:44~11:09 일출봉(1700)

11:09 주능선(1720)

11:15 연하봉(1730)

12:00 촛대봉.

12:28~13:15 청학연못에서(1540)

13:32 시루봉(1580)

13:49 삼거리(1510) : 와룡폭포/직진: 촛대봉능선길.

14:19 헬기장(1320)

15:24 삼각점(운봉 486): 고도 810

15:30 삼거리(720) : 거림골 매표소/:도장골 다리.

15:35 도장골 다리 산행종료(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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