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理想鄕은 어디에……
-언제: 2005.10.09.
-누구와: J님과.
-어디를: 청학연못.

<청학연못>
지난 70~80년대 우리들의 일이었다.
한 학우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올려본다.
그 얘기인즉 선배들은 이 사회에
모순이 많다고 늘 이야기를 했다.
하면서 자기의 주위를 둘러 보아도
그렇게 어렵게 사는 사람이 없는데
하면서 세상의 모순은 선배들의 말
속에 있었고 그는 세상을 너무
과장한 것이라고 하였던 그가 어느
날 우리의 거리시위에 동참하게 된
다음날 자신의 동네를 둘러
보았더니 모두가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
뿐이란 걸 느껴 단다.
불과 며칠 전과 며칠 후에 주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겠는가? 그것은 내가 내 개인의 삶을 보존하려 할 때 그 마음에
방해가 되는 현실이 자신의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 된다.
사람은 자기가 선 자리를
합리화하는 본능이 있다.
그 욕망과 싸워 이겨내야 올바른
눈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서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떠
올려 본다.

<청래능선에서 바라 본 시루봉과 촛대봉 그리고
연하봉>

<청래능선에서>
토요일인 어제는 서울에서 하루를
보냈다.
오전에는 날씨가 흐리다가 오후에
개인 하늘을 보니 벌써 지리의
단풍이 그리워 진다. 밤 11시에 도착하여 내일 산 약속을 위해 대충
배낭을 꾸리고 보니
자정이 넘어선다. 몇 번이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이제 일어나야 할
새벽
3시가 넘어서고 있다.
서울에서 온 지인을
새벽
4시에 만나고 해장국으로 해결한 우리는
거림을 향하여 달린다.



<일출능선 오름길>
-산행시작.
오늘 산행은 원점회귀를 목적으로
한다.
거림에서 원점회귀란 산행코스가 몇
군데 있지만 그곳은 이미
밟아 본 코스이기에 또 다른 코스
선택을 하기로 한다.
청산민박 뒤 마을 길을 따라
별장을 우측에 끼고 능선을 치고 오른다.
맨 처음 길은 열려 있는가 싶더니
이내 흔적은 사라지고 잡목과 대나무가
엉킨 대나무 밭을 지난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된비알과 산죽으로 우거진
산행은 기어이 개척산행이 되고
만다. 이따금씩 희미한 길이 나타나긴
하지만 산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900고지에서 능선의 길을 만나
좋아라 하였지만 기쁨은 잠시뿐
이내 도장골의 사면으로 빠지고 만다.
되 돌아 나와 고도를 높이며
올라가니 1040고지부터 시작되는
암봉군에서는 산죽이 우거진
바위군락을 우회하여 1100고지까지 오른다.



<일출봉에서 운무와 함께>
한 시간을 소비하고 1100고지에 오르니 이내 청래능선과 합류한다.
이 길은 우리 산꾼들에 의하여
열려야 거림산행이 숨통을 트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합류지점에서 15분여 오르니 삼거리(1125)가 나온다.
좌측의 길은 아마도 길상사로
빠지는 길인가 아니면 윗용소로 가는
길인지는 함께한 J님도 모르겠단다. 능선의 산죽도 생각 보다 억세다.
나의 눈 높이의 산죽 키가 여간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두 번째의 삼거리까지 올라서니
작년 청래골 산행 기억이 새롭게 떠
오른다. 이제 이곳부터는 그리 어렵지 않게 능선길을 올라설 수
있음에 한 시름을 놓는다.



<연하선경에서>


<연하선경의 단풍들>
-일출봉에서.
아~
이곳이 가을이구나.
파란 하늘이 손짓하여 찾아
왔더니
흐르는 구름이 가을을
시샘하는구나.
눈길 닿는 곳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암봉에 피어있는 가을 구절초와
산오이풀이
흐르는 세월만큼 빠른 운무에 가려
자태를 뽐내기 전
선홍색으로 물들어진 철쭉 잎이 이
가을을 재촉한다.
이곳에 오르기 전 나는.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욕심으로
가득 찬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음을 깨
닫는다.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
나무만을
보는 어리석은 아집을 버리지
못하였으니……
정녕 대 자연 앞에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을 탓해봅니다.





<세석평전에서의 사진들>
-세석평전에서.
청학연못으로 들기 전에 세석평전을
바라 본다.
항상 촛대봉에서만 바라 본 세석이
이렇게 광활한 곳인지 몰랐다.
전체 풀밭 주위가 40리가 넘는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온다.
하기야 이곳이 작 답 천여 석으로
이르는 곳으로 천여 호가
지낼 만 했다니……

<청학연못 가는 길:이 바위에서 우측으로:뒤에는 시루봉이
보인다>

<시루봉에서 바라 본 촛대봉>
세석의 구름이 반야를 가리고
천왕을 가린다.
흐르는 파도와 같이 밀려드는
운무의 행렬에
눈 멀고 귀 멀어지니.
조용히 눈을 감고 욕심 내려
놓는다.
보일 것 같으면서 보이지 않은
것들이
경이롭게 펼쳐지는 이곳 세석
들판에
간밤에 놀아난 멧돼지의
행렬은
시루봉을 사이 두고 장군봉이 멀다
하니
반대편 촛대봉이 나를 두고
웃는구나.



<청학 연못의 모습들>
-청학연못.
내 누님 같은 촛대봉 가르마 타고
흘러가는 나는
시루봉 못 미쳐서 암봉 앞에
멈춰서네.
우측으로 발을 돌려 목마름을 호소
하니
저 넘어 남부능선
음양수가 반기네.
얼마쯤 내려가니 클랙 바위 우릴
반기고
왼쪽으로 방향 틀어 희미한 족적
찾네.
길 따라 내려 가니 이 길이 연못
가는 길이더냐.
길 따라 가는 길을 교묘하게
위장해도
설마 아닌 지리산
다람쥐를 따 돌리랴.
한참을 내려가니 심산중의
계곡소리
지리산 다람쥐는 귀도
밝구나.
우리 올 줄 알고 마중 나온
다람쥐는
무슨 잘못 저질렀기에 두 손 모아
빌고 있네.
오 메 오 메 청학연못 이곳이
우리 이상향.
둥근 타원형에 앞 물 막아주는
대슬랩구간
어느 누가 만들었나 궁금하기 짝이
없네.
천 년의 세월이 흘렀을까 무심타
하늘이여
대슬랩 올라 보니 삼신봉과
남부능선 아득하다.
연못 옆에 피어 있는 단풍나무
화사하고
심 심잖게 흘러가는 구름 속의
용오름은
우리를 혼절 시킨 청학
연못이여……



<청학연못에서: 머리 보이는 남부능선과 저 멀리 반야의
구름모자>
<에필로그>
-아~ 우리의
理想鄕(이상향)은 어디에……
함께한 지인께서 말씀 했듯이 다른
곳은 다 찾아 다니면서도
유독 이곳만 가급적 아껴두고
싶었음은 무슨 의미인지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래서 한동안 이 글을 써야 할 것인가를
망설였던 것이다. 우리의 이상향은 가슴 속에만 존재해야 하는데
현실로 다가올 때 그 가치가
무너지는 상실감이야……
“우리가 꿈꿔 온 이상향 청학동을 서로의 가슴에 새롭게
복원시켜
이 세상을 아름다운 이상향으로
가꾸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가 아닌가” 하는 성락건 선생님의 글을 띄워 본다.
마냥 허탈한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항상 지리에 많은 도움을 주신
J님께 감사 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기어이 천왕의 모습은 보이고>


<촛대봉 능선 길에서
시루봉과/거림마을>
-일정정리.
07:07 산행시작(거림마을)
07:13 대나무 밭(잡목과 대나무가
엉켜있는 곳)
07:27 능선길 합류(900)
08:10 청래능선 합류(1100).
08:24 삼거리(1125)
좌: 길상사 또는 윗용소로 추측/우: 청래능선
09:11 삼거리(1220)우: 청래골/직진: 일출봉/10m 후
좌: 와룡폭포.
09:32~09:42 삼거리(1340)
우: 청래골/직진: 일출봉.
09:51 일출봉 능선 삼거리(1380)
우: 일출봉능선.
10:44~11:09 일출봉(1700)
11:09 주능선(1720)
11:15 연하봉(1730)
12:00 촛대봉.
12:28~13:15 청학연못에서(1540)
13:32 시루봉(1580)
13:49 삼거리(1510)
좌: 와룡폭포/직진: 촛대봉능선길.
14:19 헬기장(1320)
15:24 삼각점(운봉 486): 고도
810
15:30 삼거리(720)
우: 거림골 매표소/좌:도장골 다리.
15:35 도장골 다리 산행종료(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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