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눈꽃 속에서의 향연
-언제:
-어디를: 덕유산을.
-누구와: HPC 산악회 회원과.
<함께한 사람들입니다>
“아~ 이곳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
“어머! 이게 뭐야”
“언제 내가 이런 환상의 눈꽃을 볼 수 있겠어”
모처럼 함께한 사모님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雪花>
오늘 산행은 겨울산행이라기 보다는
겨울여행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겨울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눈꽃이 활짝 핀 겨울 산을 찾아
떠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밤새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온 세상을 하얗게 뒤 덮은 산하를
보노라면
마치 우리는 설국의 세상에서 또
다른 천지를 얻은 기쁨입니다.
제가 산을 좋아하게 된 연유도
결국은 하얀 세상으로 물든 겨울의
백운산을 바라보고 오늘의 산 꾼이 되었으니까요.
<하늘에도 땅위에도 온통 피어있는 바람서리꽃>
며칠 전에 많은 눈이 내려 겨울
산을 가고 싶었습니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마치 사내
산악회에서 주관하는
덕유산 산행이 모처럼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산행의 기회가
아닌가 싶어 늦게나마 예약 할 수
있었습니다.
덕유에 다녀 온지 불과 20여 일도 되지 않았지만 산이야 그때
상황에 따라 또는 함께하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요.
<중봉 가는 길에서>
무주 구천동을 품고 있는 덕유산은
무등산과 함께 겨울 산의 진수로
알려져 있으며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려 스키장을 끼고 있죠.
청명한 날씨에는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그리고 속리산 줄기까지
겹겹이 이어지는 산그리메의 장관을
볼 수 있어 좋고
날씨가 흐린 날이라면 1000고지 이상에서 핀 새 하얀 서리꽃,
환상의 눈꽃이 화려하게 피어있는
눈꽃 트레킹 코스로 적격이 아닐까
하여 덕유산을 선택 하였습니다.
<겨울산 덕유의꽃>
<가자! 덕유산으로>
버릇처럼 되어버린 나의 생활
습관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창 밖을
바라봅니다.
날씨가 의외로 흐려있어 아쉬워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부지런히 서둘러서 아내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덕유로 향합니다.
덕유산의 조망과 눈꽃구경은 어떻게
될지는 하늘에 맡기기로 하더라도
우선 함께하는 산행의 기쁨에 내심
행운도 기대 해 봅니다.
더디게 움직이는 버스에 몸을 기댄
채 부족한 수면을 취하지만
무주를 향할수록 달라지는 예측불허의
날씨에……
에이~ 모르겠다 모 아니면 도겠지……
<무주 리조트의 작은세상에서>
<무주리조트에서>
주말이 시작되는 이곳은 차량통행이
불가 할 정도입니다.
세상살기 어렵다지만 이곳에 오니 또
다른 별천지에 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 수 많은 스키인파로 붐비는 리조트의 사람구경도
재미 있습니다. 스키와 스키보드 그리고 화려하게 치장한 스키복에서
또는 일반 행락객의 모습과
우리들처럼 곤도라를 이용하여 덕유산을
오르겠다는 실속파들도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눈을 지치며 아찔한 경사를 타고
내려오는 그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스키를 타지 못하는 저로서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설천봉 레스토랑의 지붕과 설천본 가는 길목에서>
<곤도라에서 바라보는 세상>
산을 좋아하지 않고 등산하기가
버겁다면 어찌하오리까.
문명의 이기를 빌어 설천봉 1520까지 가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산행을 하면서 설마 내가 이것을
이용할까 싶었는데
결국 오늘 곤도라의 힘을 이용하여
오릅니다.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리조트의
작은 세상 사람들은 더욱더
멀어지고 눈구름이 펼쳐진 이곳 구름
위의 산책이 무릉도원이 아닌가요?
설천봉 정상을 다가 갈수록 눈꽃을
활짝 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새가 마치 새하얀 산호초의 군락지를 유희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잠수함을 타고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니는 느낌이듯이.
<함께한 울 회원>
곤도라 승강장 밖으로 걸음을
내밀자
순간 온 천지가 구름에 덮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나 역시도 이곳은 처음이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상황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모두가 아이젠과 스패츠를 하느라고
바쁘게 움직입니다.
나는 그냥 생략하기로 하고
아내에게만 채워 보냅니다.
구름을 뚫고 상고대 사이로 어렴풋이
길을 찾아 갑니다. 찾아 간다는
표현보다 그냥 사람들 줄을 따라
간다는 표현이 옳을 듯싶습니다.
아내는 용궁인지 천궁인지 알 수
없는 별세계에 온 기분이라면 어린
아이 마냥 무척 좋아합니다.
<이곳에 웬 산호초가......>
<설천봉에서>
산행속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한 것
같습니다.
앞 사람이 움직이면 움직이고 사진
찍으면 우리도 적당한 위치에서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주변으로 많은 눈들이 쌓여 있어 추월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작 짜증을 내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유 있게 겨울의 속살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습니다.
행여 떨어질세라 서로 붙잡고 가는
연인들의 모습도 마냥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서로가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싶은 그들에게 눈 길만큼
좋은 구실이 있을까
싶습니다. 나에게도 저런 아름다운 과거가 있었을까
하는 착각의 세월을 더듬어 보면서
살아온 세월이 그렇게 표정 없이
무뚝뚝하게 살았던 과거가 부끄럽기도 합니다.
<향적봉에서/ 그리고 중봉 가는 길에서>
<향적봉에서>
이곳에 올라오니 어느 시장 통을 온
기분입니다.
그야말로 인산인해 입니다. 곤돌라를 타고 쉽게 접근하다 보니
그럴 수 밖에, 향적봉
서야 합니다. 일행 모두를 집합시켜 단체사진을 찍습니다.
주위의 조망은 전혀 볼 수 없어
그냥 대피소로 내려갑니다.
눈을 가득 이고 있는 향적봉
대피소의 지붕이 시야에 들어 오지만
사람들이 붐비기는 이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 적당한 곳에서
산악회에서 준비해준 점심으로 해결을 합니다.
<함께한 사모님들: 주목 군락지에서>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향하는 길은 덕유산의 엑스트라인 주목과
구상나무가 상고대와 눈꽃이 어우러진 모습에
혼을 빼 놓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마다 피어있는 눈꽃이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흰색의 자태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새삼
느낍니다. 이 겨울의 계절을 이곳에서 설경과
함께 영원히 붙들고 싶은
심정입니다.
잠시 후 중봉에 도착합니다. 남덕유에서 휘 몰아쳐오는 바람의 줄기가
차갑다기보다는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기분입니다. 이곳에서 조망만
확보 된다면 거칠 것 없이 이어진 덕유의 장쾌한 능선을 볼 수 있을텐데.
<동엽령 가는 길에서/그리고 동엽령 이정표에 핀 바람서리꽃>
<동엽령에서>
매서운 바람이 불어 올수록
바람서리꽃은 요술을 부리며
사람들의 머리를 하얗게 물들이기도
합니다.
여름에 보았던 노란 원추리의
군락지는 이제 은빛 설원에게
자리를 내 주면서 이 겨울의 마지막
잔치가 끝나면 계절의 순환을
타고 이곳은 곧 푸르름으로 가득
차겠지요.
겨우 한 사람 다닐 만큼의 러쎌된
눈길이 상대방과 마주칠 때마다
공간을 찾아 양보의 미덕을 몇 번을 거치면서 동엽령에 닿습니다.
<안성 매표소 가는 길>
이곳부터 안성매표소까지는 계속
내리막의 연속입니다.
몇 번의 엉덩방아를 찧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정표에 닿습니다.
어떤 이는 러쎌된 길을 놔 두고 일부러 어린아이 마냥 눈길을 걷는
사람과
눈을 뭉쳐 눈싸움 하며 서로를 밀치며 넘어지는 과정에서도 그저
좋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환상적인 장관도 이제 고도를 낮추면서
바람서리꽃은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30여분이면 안성 매표소에 닿을 것
같아 등산객 무리에 휩쓸려간 아내를
불러 세웁니다.
그리고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 받으며 눈길을 걷기 시작 합니다.
<산행을 마치면서>
항상 쉬는 날이면 짝 잃은
외기러기마냥 산속을 헤매던 자신이
오늘만큼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찾아 온 포만감의 기쁨을 억제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겨울 산의 눈꽃만큼이나 활짝 핀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오늘의 아름다움이 오래오래 남을 수 있다면……
사랑하는 아내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덕유산행에서
평소 느끼지 못한 진한 감정을 토해
냄으로써 우리의 사랑과 어떤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많은 인원을 관리 하시면서 고생하신 회장단님에게 산행기를 통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며
또한 돌아
오는 길에 사우나와 저녁까지 배려
해 주심에 그저 감사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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