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 戀歌

고독, 그리고 침묵의 바래봉에서

청산전치옥 2024. 12. 29. 22:13

◐고독, 그리고 침묵의 바래봉에서◑

산정에서 무려 3시간을 기다린 10시경에 하늘이 순간 열렸다

 바래봉 오름 길에서 새벽 하늘을 바라본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눈송이가 떨어진다.
너무 일찍 올라와 버렸기에 시간을 지체해야 한다
손을 비비며 따뜻함을 찾는 과정이 반복되지만
칼 바람 피할 공간은 없지만 그래도 아늑한
분지를 찾았다. 산 아래 비춰진 불빛을 보니
먼 미래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마음속의 기대는 점점 무거워진다.
고요한 침묵에 갇혀버린 듯한 기분
마치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그 무거운 침묵이 내 마음을 짓눌렀다.
아침의 첫 빛이 퍼지기를
구름이 갈라지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하늘은 여전히 회색 담요로 덮여 있다.

 
바래봉 정상
이곳에서 느끼는 고독은 더욱 깊어지고
나는 그 침묵 속에 홀로 서 있다.
세상이 멈춘 듯한 이 순간,
하늘은 나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직 먹구름만이 나를 감싸고
차가운 공기가 내 마음을 눌러오는 것만이 전부였다.

 
주변 설경은 너무 아름답지만
그 속에 나의 소망은 묻혀버린 듯하다.
구름 속에 감춰진 태양은 나를 외면하고
기다림은 쓸쓸한 고독으로 변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은 무너져 내리고
하늘의 침묵이 더욱 깊어만 간다.
그저 눈 내리는 풍경 속에서 외롭게 서 있는 나
하늘이 열리지 않는 이 순간이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든다. 결국, 소망은 사라지고
나는 그저 차가운 바람 속에 남겨진 채로 서 있다

 
2024년 12월 28일
“청산의 바람흔적”은 바래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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