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그리고 침묵의 바래봉에서◑
바래봉 오름 길에서 새벽 하늘을 바라본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눈송이가 떨어진다.
너무 일찍 올라와 버렸기에 시간을 지체해야 한다
손을 비비며 따뜻함을 찾는 과정이 반복되지만
칼 바람 피할 공간은 없지만 그래도 아늑한
분지를 찾았다. 산 아래 비춰진 불빛을 보니
먼 미래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마음속의 기대는 점점 무거워진다.
고요한 침묵에 갇혀버린 듯한 기분
마치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그 무거운 침묵이 내 마음을 짓눌렀다.
아침의 첫 빛이 퍼지기를
구름이 갈라지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하늘은 여전히 회색 담요로 덮여 있다.
바래봉 정상
이곳에서 느끼는 고독은 더욱 깊어지고
나는 그 침묵 속에 홀로 서 있다.
세상이 멈춘 듯한 이 순간,
하늘은 나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직 먹구름만이 나를 감싸고
차가운 공기가 내 마음을 눌러오는 것만이 전부였다.
주변 설경은 너무 아름답지만
그 속에 나의 소망은 묻혀버린 듯하다.
구름 속에 감춰진 태양은 나를 외면하고
기다림은 쓸쓸한 고독으로 변해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은 무너져 내리고
하늘의 침묵이 더욱 깊어만 간다.
그저 눈 내리는 풍경 속에서 외롭게 서 있는 나
하늘이 열리지 않는 이 순간이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든다. 결국, 소망은 사라지고
나는 그저 차가운 바람 속에 남겨진 채로 서 있다
2024년 12월 28일
“청산의 바람흔적”은 바래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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